숙녀를 만나다
숙녀를 만나다
  • 권준환 수습기자
  • 승인 2013.12.23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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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자공고 디자인과 2학년 문유리
비즈쿨, 축제 수익금 기탁

한 소녀를 만났다.
웃음이 많은 아담하고 귀여운 소녀였다.

지난 18일 광주전자공업고등학교를 찾았다.
디자인과 2학년 문유리(18)양이 교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10분가량 늦어 미안한 마음에 주머니에 있던 초콜렛을 꺼내줬다.
“감사합니다!”참으로 밝게 웃는다.

그녀의 담당 선생님인 노금련 선생님은 “유리가 사교성이 참 밝아요. 2학년 되면서 후배들이 생기니까 후배들을 잘 이끌고 가면서 (소품제작)작업도 열심히 하는 것이 보기 좋아요”라고 칭찬했다.
문 양은 어렸을 때부터 낯선 사람과 있어도 울지 않고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밝고 사회성이 좋던 소녀에게도 사춘기가 왔다.
“중학생 때 학교 나가는 게 너무 싫었어요” 옆에서 노 선생님이 대꾸했다. “중학생 때 방황했구나?”“에이. 방황까지는 아니구요”라며 웃었다.
웃으며 애기했지만 그 당시 고등학교를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많았다.

그러던 중에 광주전자공고에 합격했다.
그녀는 “제가 아직 어리긴 하지만, 그 순간이 제 인생에 가장 기쁜 순간이었어요. 떨어질 줄 알았거든요”라고 그 때를 회상했다.
그녀가 자신의 소질을 키워나간 시작점이 바로 고등학교 입학이었다.

유리는 손재주가 좋다. 문 양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녀 또한 손으로 물건들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고 했다.
그녀는 취업해서 일을 하다가 자금이 모이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손재주가 좋다는 것을 살려 네일아트 가게라든지 소품제작공방을 차리는 것이 꿈이다.

문 양은 창업동아리 '아기자기소품 아띠'의 리더다.
아띠는 '친한친구'의 순 우리말 이라고 했다.
아띠에서는 미니북, 팔찌, 핸드폰 고리 등과 같이 학생들이 좋아하는 소품들을 제작한다.

유리 양은 동아리 활동을 하니 경험이 쌓이고 손재주가 더 발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선후배가 친하게 지내면서 선배가 후배를 가르쳐주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그녀는 가족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부모님 따라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부모님도 지인들의 권유로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하다 보니 스스로 뿌듯해 하셨다고 했다.
그녀 역시 이제는 봉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최근에 문 양이 속한 전자공고 창업동아리연합이 나눔활동의 일환으로 성금을 내 화제가 된 바 있다.
아띠를 포함해 광주전자공고의 창업동아리 연합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비즈쿨(비즈니스와 스쿨의 합성어)이다.
비즈쿨은 지난 학교 축제 당시 얻은 수익금을 투게더광산에 기탁했다.

축제가 열리기 전, 비즈쿨은 축제로 인해 발생된 수익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회의를 했다. 결론은 ‘기부를 하는 것이 좋겠다’였다.
축제가 시작되고, 그들은 직접 제작한 목욕용품, 퀼트 공예품, 인형, 수제비누, 액세서리 등을 팔았다. 집에서 중고물품을 가져온 학생들도 있었다. 애초에 수익금 사용처를 이웃돕기에 맞췄더니 학생들의 호응도가 좋았다.

하지만 물건들을 판매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문 양은 “물건을 사러오는 사람마다 다 성격이 다르니, 저도 그에 맞춰서 바뀌어야 하는 것이 힘들었어요”라며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배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71만1천6백 원. 적은 액수라 생각될 수 있지만, 고생해서 번 돈이니 만큼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문 양은 친구들과 함께 마련한 소중한 돈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하는데 쓰이길 바랐다.
그녀는 이미 소녀가 아닌 숙녀일지 모른다.

한 선생님의 말처럼 그녀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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