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화원 ‘알리앙스 프랑세즈’의 알반(한국나이26·프랑스)씨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녀와 언어소통은 힘들었다. 다행히 프랑스 문화원의 최승은 원장이 흔쾌하게 통역을 해주어 무난히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알반 씨는 큰 눈에 짙은 쌍꺼풀, 늘씬한 키, 그리고 금발을 가졌으며 파리에서 한국으로 온지 1년 6개월이 됐다.사실 그녀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대해 거의 몰랐다. 아니, 전혀 몰랐다고 말해야 옳을 듯싶다.
그러다가 한 명의 한국인 친구를 만났고 그 친구에게서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들었다. 그저 막연하게 ‘한국은 좋은 나라’라는 말을 듣고 한국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다.
그녀는 그때만 해도 이렇게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을 줄 몰랐다.
그녀는 19살(한국나이20살) 때 오스트리아에 산 적이 있다. 처음으로 부모에게 독립해 혼자 살게 됐다는 것이 무척 기뻤다고 했다.
프랑스를 벗어나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세상에서 지내는 것이 무척 신났었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그녀는 편찬·편집과 관련된 전공 공부를 했다. 그래서 파리에 있는 출판사에 취직해 일을 했다. 하지만 얼마 안돼서 그만뒀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다 한국에 가서 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던 그녀는 바로 그 제안을 수락해 한국에 오게 됐다.
처음 한국에서 일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 우려가 많았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이 일이 그녀에게 맞을까, 적합할까 하는 걱정들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일이 그녀에게 맞아 1년 동안 일하기로 했던 것을 1년 더 연장했다.
그러던 중 친언니의 남자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한국에 있어 옆에 있어주지도 못했고, 가보지도 못했던 그 순간이 너무 슬펐다고 했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 있다는 것은 무척 신나는 일이지만, 가끔씩 느껴지는 그리움과 가슴 아픈 순간들이 그녀를 외롭게 했다.
그녀는 현재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비록 같은 프랑스인은 아니지만 다른 국적을 가진 여성들이기에 서로 그리움을 공유하고,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그녀가 한국에 와 일을 시작할 때, 광주로 자원했다. 전에 찾아봤던 한국 정보에서 광주가 ‘문화의 도시’로 소개돼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선뜻 광주에서의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그녀는 1년 6개월간 광주에 있으면서 바라본 광주시의 문화정책에 대해 뚜렷한 주관이 있었다.
“광주가 문화의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진정한 ‘문화’가 뭔지 모르고, 어떻게 문화프로젝트를 운영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정만 많이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문화의) 조직화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이런 부분에서 실망을 많이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나의 의견을 이야기 하고 싶지만 외국인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수가 없다”며 “어떠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냈을 때 다수결의 원칙만 중시하고 소수의 의견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광주는 음식이 참 맛있다. 먹는 거 좋아한다. 그리고 광주 근교만 나가도 멋진 자연을 볼 수 있는 것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닭갈비를 가장 좋아하고, 막창은 싫다는 알반 드 라 페이욜 드 라 뚜흔느(Albane De la Fayolle De la Tourne).
20일에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보내기 위해 프랑스로 간다는 그녀의 입에 밝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