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는 문학인들에게 술 한 잔 사준 적 있는가?
광주시는 문학인들에게 술 한 잔 사준 적 있는가?
  • 전용호(광주전남 소설가협회 회장)
  • 승인 2013.11.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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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전남소설가협회장

저는 소설가로 소설가협회라는 단체의 회장입니다. 소설가협회는 소설가들이 모여 서로 격려하고 협동하면서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고자 만든 단체입니다. 광주에는 소설가들이 통 털어봐야 100명도 되지 못합니다.
숫자가 적은 이유는 소설가는 신문사에서 1년에 한번 뽑는 신춘문예나 서울의 유명 문학잡지에 작품이 선정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인이나 동화작가도 그렇습니다. 그런 작가들이 모여서 문학인 단체를 구성합니다. 그러므로 문학인 단체도 많지 않습니다. 광주에는 작가회의와 문인협회, 소설가협회가 있습니다.

문학인들이나 문학단체들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합니다. 그것은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 소설가협회는 올해 광주시(문화재단)로부터 200만원을 지원받았습니다. 회원들의 작품집을 출간하는 데 지원해주는 돈입니다. 작품집을 출판하는데 실제로는 500만원 정도 드는데 200만원만 지원해주었습니다.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알아서 충당하라는 것입니다.
소설가 개인들의 작품집도 출판비를 지원해줍니다. 그것도 출판비가 최소 500만원 정도 드는데 올해는 신청자가 많다고 100만원을 배정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안 받겠다고 포기한 작가도 있었습니다.

우리 소설가협회는 지원을 적게 받지만 많은 돈을 지원받는 분야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작년부터 거리 여기저기에 설치되기 시작한 ‘어번폴리’라는 미술작품입니다. 그 설치물들은 대부분 외국작가들의 작품입니다. 작품들은 여러 가지 모양을 띄고 있습니다. 투표장이나 호텔, 독서실, 전철, 화장실, 포장마차 등 호기심을 끌 만한 모양도 있습니다.
역시 훌륭한 작가들인 것 같습니다. 그 작품들은 평균 2억씩 든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20여 작품이 설치되었고 해마다 10여 작품씩 설치하여 100여개까지 늘린다고 합니다. 외국의 유명한 작가들이 만들기 때문에 그 작품을 보려고 외국 관광객들이 조만간 늘어날 것이라고도 합니다.
최근 저는 광주시가 2014년 예산으로 3조6천억을 확정했다는 신문기사를 봤습니다. 3조6천억은 얼마나 되는지 상상이 잘 되지도 않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광주시는 큰 부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돈이 다 어떻게 생기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최근 10년 사이에 광주시 예산이 거의 두 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광주시민들은 소득은 10년 동안에 별로 늘지 않았습니다. 제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광주시는 부자가 되어가고 있는데 광주시민들은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습니다. 광주시라도 부자가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재미있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정호승 시를 노래로 만들어서 가수 안치환이 부른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라는 노래입니다. 가사가 일품입니다. 그러나 쓸쓸합니다. 한번 가만히 불러봅니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빈 호주머니를 털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 한 번도 술을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그런 날에도/ 돌연 꽃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그런데 입에서 돌연 다른 가사가 저절로 튀어나옵니다. ‘광주시는 소설가들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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