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전일빌딩 놓고 정체성 없이 조각조각 내려나
지역단체들, “우리가 필요한 것이 가장 중요해!”
市, 전일빌딩 놓고 정체성 없이 조각조각 내려나
지역단체들, “우리가 필요한 것이 가장 중요해!”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3.11.14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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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은 이리저리 핑퐁하다 대충 해결하려는 듯

전일빌딩의 활용방안을 놓고 광주의 문화단체와 시민단체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는 바로 앞, 그리고 금남로와 518의 상징 분수대가 보이는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소적 가치가 높다는 이점으로 보인다.
그래서 광주시는 ‘입점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방안으로 옛 전일빌딩 활용방안 마련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두 차례 열고 시민경청이라는 자리도 한 차례 갖고 의견들을 모은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이번 전일빌딩 건은 처음부터 예상된 대로 입심이 센 단체들이 먼저 선점권을 장악하는 수순을 보이고 있다. 결국 광주시도 협의라는 이름을 빌렸지만 문학관(빛고을문학관), 종합미디어센터(언론박물관), 예술창작스튜디오 등 3개 시설로 논의를 압축했다.
11일 2차 민관협의회가 끝나고 이들 3개 시설로 ‘결정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던 광주시는 <시민의소리> 보도 이후 김상호 문화관광정책실장이 전화를 걸어와 “결정했다고 보도자료를 내보낸 것은 실수이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김 실장은 한두 번 회의를 통해 끝날 문제가 아니고 여러 차례 더 회의가 열릴 것이며 다양한 의견을 압축하고 노력하는 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사실상 끝난 듯 보인다.

광주시, 내년 선거용 의식하지 않았나

광주시는 3개 시설 모두를 전일빌딩에 넣겠다는 계산이다. 활용 가능한 공간이 1만3000여㎡로 “너무 넓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내년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지역 단체들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는 의도가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위원들은 시가 너무 앞서간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시의 입장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하루빨리 마무리해야 치적으로 알릴 수 있고 여기에 들어가는 다양한 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표’로 연결된다고 보는 해석도 있다.
전일빌딩을 헐지 않고 존치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먼저 검토해야 옳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사실 그 때의 여론조사도 의구심이 들지만 일단 존치하기로 했으면 그게 예전 신문사 건물이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사실 전일빌딩을 지역 토호세력의 상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금남로 확장공사 때 전일빌딩이 언론사 건물이었기에 확장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이 건물이 5.18의 역사적 상징성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지역 대학의 언론전공 교수의 지적도 있다.
또 5.18 때 이 건물에 들어있던 전남일보가 당시에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던 사례를 드는 시민단체의 주장도 있다. 광주일보와 그 출신들이 ‘향수에 젖어’ 이 건물을 언론박물관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반해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80년 5·18 당시 지방신문이 무슨 역할을 했나? 미디어 박물관을 조성하려는 발상은 전일빌딩의 역사적 의미를 반감시키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민중신문 <투사회보> 발행에 참여했던 전용호 광주전남소설가협회 회장도 “시민들이 그때 광주문화방송 건물을 불태웠던 것은 진실에 눈감은 언론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5·18 이후인 80년 6월2일치 광주의 비극을 응축적으로 표현한 김준태 시인의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가 실린 <전남매일>은 폐간됐다”며 “전일빌딩에 미디어센터를 조성하려면 오히려 <투사회보> 정신을 살리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입심 센 3단체의 영향력 커져

현재 입심이 센 3단체들의 주장은 물론 군소단체들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이들 단체가 광주라는 지역의 전체성, 상징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 단체의 잇속 챙기는 데만 급급한 때문이다. 사무실이 없는 단체들은 이번 기회에 확보해보려는 심산도 있을 법 하다.
특히 미디어센터나 예술창작스튜디오는 새로운 제안이지만 문학관의 경우는 다르다. 문학관은 오랫동안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고 최근에는 증심사입구, 시민회관 앞 부지, 명성예식장 등 여러 곳이 검토되었고 토론회도 열리고 추진위원회에서 장소를 결정했으나 이의 반대에 부딪혀 없던 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이 당시 빛고을문학관 건립은 총사업비 123억원(국비 32억원, 시비 91억원)을 투입하여 전시관, 기획전시실, 창작실, 체험관, 디지털영상문학실, 수장고 등을 시설을 설치하여 2015년까지 완료할 계획이었다.
광주시에 세운 시립미술관 수가 3개나 되고 비엔날레전시관이 있으며 서울 전시관과 북경창작스튜디오도 있는 마당에 문학관은 이리저리 방황하다 제자리도 못찾는 모양이 되고 있다.
노창수 광주문인협회장은 “전일빌딩에 문학관이 들어가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문학관은 특성상 공원을 끼고 있어야 하는데 시간의 촉박성 때문에 졸속 처리하는 것은 문화도시 광주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종 광주문화재단 이사는 “문학관 건립이라는 당장의 목적에만 쫓기다보면 정말 광주다운 문학관 건립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달랑 건물공간의 한 귀퉁이에 문학관 간판이나 걸고 접방살이를 하듯 들어앉힌다면 문학관 특유의 정서적 이미지는 물론 문화도시 광주의 이미지도 실패하게 될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문학관, 접방살이보다는 차라리 백년 후에

김 이사는 이런 식으로 백화점식의 여러 단체가 들어온 건물에 문학관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면서 차라리 안만드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문학인들이 지금 만들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서두르는 데 1백년 후에 문학관을 만들더라도 광주다움을 갖는 문학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전일빌딩은 광주의 상징을 나타내고 아시아문화의 전당과 연계하며 건물의 정체성을 두루 갖춘 내용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광주를 크게 보고 의향 광주의 역사를 담을 수 있는 의향역사기념관이 필요하고 말했다. 상하이의 동방명주탑 1층에 있는 상하이역사발전진열관을 본보기로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 시점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광주시와 지역 단체들이 목적을 앞세운 나머지 졸속에 흐를 염려가 있어 보인다. 먹을 콩 먹지 않을 콩 가리지 않고 먹으려다가는 광주다운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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