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자아발견의 가장 좋은 멘토는 노자다”
김영주, “자아발견의 가장 좋은 멘토는 노자다”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3.11.12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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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가 만난사람> 영화이야기 김영주 칼럼리스트

평소 어렵게만 느껴지고 애매모호했던 ‘노자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고 명쾌하게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해결책으로 일반 대중들을 위한 김영주의 시민교양강좌 ‘노자 강의’를 듣는다면 좋겠다. 이번 강의는 오는 12월 1일부터 6개월~ 1년간 매주 일요일 저녁 7시~9시 금계 전통문화 진흥원에서 열린다.

<시민의소리>는 이번 강좌를 마련한 김영주 교수를 만나 강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이야기 김영주 칼럼리스트
▲ 그 동안 저희 신문에서 오랫동안 ‘영화이야기’를 써 오셨는데, 뜻밖에도 [노자]를 강의하신다는데...

- 지난 10여 년 동안 이 신문에 ‘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이라는 코너로 영화이야기를 200여 편 썼다. ‘영화이야기’는 내 취미생활이다. 내 직업이 학교선생이고 전공이 ‘경제학’인데, 경영학에 가까운 경제학이 아니라, 사회학에 가까운 경제학을 공부했다. 굳이 말하자면 ‘사회경제사와 경제사상사’라고 한다. 여기에 인문학까지 공부해야 하니까, 역사 · 철학 · 예술까지 두루 아울러서 공부했다, 그래서 내 공부가 스페셜하다기보다는 제너럴하다.

게다가 사람이 로고스에 매달린 학문에만 치우치면 메마르고 팍팍해지니까 파토스를 기르는 예술도 함께 해서 촉촉하고 말랑말랑함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전공이 로고스를 다루는 학문이니까, 음악 미술 문학을 비롯한 예술을 오랫동안 가까이 해왔다. 그 중에서도 영화와 다큐는 중독증에 헤어날 수 없는 몰입의 충만감을 준다. 그렇게 하늘에 별처럼 수많은 영화를 만나면서 기존의 영화평론에 불만이 쌓이고 쌓이더니, 인터넷 세상이 열리면서 그 불만들을 씻어내고픈 욕망에 내 영화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 그런데 공부가 아무리 제너럴하다고 해도, 경제학이 전공이라면서 어떻게 [노자]를 연구하고 강의하시게 되었습니까?

-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스럽게 여긴다. 스무 살 즈음에 막연하게 ‘동양과 서양’이라는 화두를 잡게 되었다. 그 당시엔 이 화두가 내 인생의 모든 걸 이끌어갈 줄 미처 몰랐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지난 30여 년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자나 깨나 항상 곁에 두고 살았다.

서른 살이 다가오는 어느 해였던가?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사람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의식주가 있는 곳에 경제학이 있는데, 어찌 동양에 경제학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래, 동양의 경제학을 찾아보자!”는 무모한 목표를 세웠으나,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우선 중국의 토지제도와 조세제도를 공부하였다.

이에 유가 · 도가 · 법가 · 묵가의 사상을 공부하는 것은 그 기초터전이다. 그래서 세월을 길게 잡고 천천히 가기로 하였다. 이제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게 내 인생의 모든 걸 바치게 된 순간이었다. 그 도전이 무모했고 내 인생이 위험했다. 그 당시엔 전혀 몰랐다. 참 길고 험한 길이었다.

이렇게 ‘동양과 서양’이라는 화두를 잡고 공부하는 학자가 도올 김용옥을 비롯해서 몇몇이 있지만, 얼마쯤의 자극은 받았어도 구체적인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워낙 거대한 화두이고, 게다가 안내자도 없고 지도도 없었다. 너무나 외롭고 어렵고 힘겨웠다.

그나마 [四書三經]에 눈을 뜨게 해 주신 토종 한문선생님의 가르침이 그 기초체력을 닦아주었고, F. 카프라의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과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이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일본 학자들의 연구가 상당히 깊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곤 홀로 외로이 그 미로를 더듬거리며 가시밭길을 헤치고 모래사막을 터벅거리며 걷고 걸었다. 최근 5년 즈음에야 초원에 들어선 기분이다. 이제 겨우 동양문명과 서양문명을 연결하는 다리의 설계도가 마련된 셈이다. 수많은 사람이 시도했지만, 아직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나도 실패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 혼자 해 낼 수 없는 엄청나게 거대한 작업이다. 진정성이 있는 학자가 적어도 10명 많으면 100명이 서로 함께 호흡하면서 50년~100년쯤은 땀 흘려 작업해야 겨우 이루어질 수 있는 ‘거대한 작업’이다.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정히 안 되면 저 혼자라도 남은 인생을 바쳐서 꾸준하게 소걸음으로 터벅터벅 걸어서 나아갈 거다.

▲ 일반사람이나 청소년들에게 <노자 강의>가 어렵지 않을까요?

- 그 동안 연구한 논문15편을 정리하여 두 권의 책으로 출간하려고 한다. 그 [노자와 왕필]과 [노자의 새로운 해석]은 ‘소수의 전문가’밖에 읽을 수 없다. 일반사람에게는 눈이 어지럽고 골치 아픈 내용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좋은 작품이 되려면, 전문성만으론 안 된다, 대중성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에 흥미진진하다면 더욱 좋다. 흥미진진까진 몰라도, 무슨 말인지는 알아먹게 써야 한다. 그 기초작업이, 바로 이번에 시민교양강좌로 마련한 <노자 강의>다.

나는 어려서부터 어려운 걸로 쉽게 말하는 재주가 있다. 지적 호기심만 가지고 있다면, 제 강의가 어렵지 않고 때론 흥미도 있을 거다. 역사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중3이상의 청소년들도 들을 수 있다. 중3과 고1 그리고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이 부모님과 함께 와 주는 게 가장 좋을 듯싶다. 초반 2~3개월 ‘노자와 왕필, 그 시대배경’을 빠짐없이 들어야 한다. 그 다음의 3~6개월[노자]강독은 듣지 않아도 된다.
 

▲ 이번 강좌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생활에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 최근에 ‘인문학 강좌’가 유행을 타고 있다. 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다행이다. 수많은 강좌들이 있습니다마는, ‘인문학 강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지적 허영의 껍데기나 심심풀이하는 킬링타임을 벗어나서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아’를 발견하고 각성하는 계기를 주어야 한다.

세상사의 험한 파도에 시달려 살면서,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내면’을 놓치고 살아왔다. 놓쳐버린 자아를 찾으려면, 스스로 우러난 보람을 느낄 일을 찾아야 하는데, 그걸 자기 생업에서 찾으면 최고의 발견이고, 그렇지 않으면 이제라도 그 일을 부업이나 취미로 삼아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 ‘자아 발견’의 가장 좋은 멘토가 바로 노자라고 생각한다. 노자사상의 핵심이 ‘無爲而無不爲’인데, 그게 ‘자아의 발견과 각성’이라는 개인의 소박한 생활태도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노자]는 지금 이 어지럽고 열 받는 세상에서 ‘시원한 냉수 한 컵’을 주는 말씀을 전해주고 있다.

▲ 노자는 아주 오랜 옛 사람인데, 오늘날 21세기에도 어떤 의미를 갖나요?

- [노자]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농사지으며 소박하고 조촐하게 살아가자는 정신을 주장하므로, 21세기에 화려한 대도시에서 바글바글 우글우글 살아가는 세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시대에 뒤떨어진 공상이라고 비웃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누리는 대도시 풍요로움은 마지막 불꽃의 화려함과 같다. 삶의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노자]가 주장하는 세상은 너무나 현실적이지 못하다. [노자]의 이상향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갈 중간다리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새로운 노자에 의한 녹색 민주주의’이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노자]만을 연구해 왔다. 이제는 18세기의 루소와 아담 스미스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21세기의 마이클 샌델을 [노자]에 접목시켜서, ‘새로운 노자’를 일으켜 세우고 ‘녹색 민주주의’를 향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그래서 ‘동양과 서양’의 이 연결고리로 인간과 생태가 함께 어우러지는 ‘녹색 민주주의’를 향한 구체적인 비전을, 이 강의에서 소개하겠다.

▲ 끝으로 이 강좌를 들으려는 분들께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 . .

-그 동안 노자사상을 잘못 말해왔고, 너무 애매하고 어렵게 말해왔다. 난 왕필의 색깔을 지워내려는 최초의 학자이고, 아마 노자사상의 본래 모습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사람일 게다. 쉽고 선명하게 강의하겠다. 그리고 노자사상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말해주고, 2500년 전의 노자를 오늘날 21세기에 어떻게 되살려내야 하는지를 막연한 교훈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실감나게 보여줄 것이다. 이 색다른 <노자 강의>를, 한 번 들어보고는 잘 모르고 적어도 서너 번쯤은 들어보아야, 내가 왜 이렇게 어벌쩡하게 말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 시간 : 12월 1일부터 매주 일요일 저녁7시~9시, 아마 6개월~1년쯤.(노자와 왕필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2~3개월쯤)

■ 장소 : 향교 맞은 편의 서현교회와 광주천의 중앙다리 중간쯤에 섬마을식당 입간판골목으로 5m쯤 금계 전통문화 진흥원

■ 수강료 : 2-3주쯤은 그냥 프린트물로 공개강의를 하고, 돈 버는 사람은 매달 2만원이고, 학생이나 못 버는 사람은 대충 알아서 1년에 너댓 번만 내도 됩니다. 돈 벌자고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공부모임 유지비지요. 이미 지난 10여 년간 [논어] [맹자] [대학] [중용]강독을 그렇게 진행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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