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돈 꾸어주기
남에게 돈 꾸어주기
  • 문틈/시인
  • 승인 2013.10.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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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남에게 돈을 꾸거나 꿔준 경험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명이라면 어린 학생들을 제외하고 성인 3천만명은 대부분 돈을 꾸어주고 꿔본 적이 있는 채권자, 채무자 노릇을 한 번 이상은 해본 적이 있다는 말이다.
또 남에게 돈을 빌려주고 못받은 사람도 수두룩하다. 그래서 액수가 많든 적든 돈을 못받아 속상해하기도 하고, 다투고, 법에 고소하는 일까지도 흔히 일어난다.
옛사람은 말했다. ‘돈을 친구에게 빌려주면 돈도 잃고 친구도 잃는다.’고. 그러니까 아예 돈을 꿔주지 말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친구가, 아는 사람이, 직장 동료가, 친척이 곧 갚겠다며 돈을 꿔달라는데 야박하게 모른 체할 수도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더구나 빌려간 돈에 이자까지 쳐서 주겠다며 돈을 꿔달라면 돈이 있을 경우 엔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돈을 빌려주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돈을 꿔주었다가 패가망신당한 예를 주변에서 수없이 본다. 돈을 빌려주고 못받거나 보증을 잘못 서서 아예 인생길이 나락으로 떨어진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런데도 돈 꿔주기는 인간사회의 살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여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남과 어울려서 살아가는 세상에서 말이다.
그런 통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빌려주고 못받은 경우가 돌려받는 사례보다 더 많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개인 간의 돈 꾸어주기는 대부분 ‘급해서’ ‘금방 돌려줄게’ 하고 빌려가는 경우이고, 그 ‘급해서’는 사실상 못갚을 전망이 더 큰 경우가 많다고 본다.
왜냐면 돈을 은행에서 꾸지 않고 구태여 개인에게 꿀 때는 액수가 적은 경우가 많겠지만 신용을 공적 기관에게 담보할 수가 없을 정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생전에 곧잘 말씀한 속담에 ‘돈은 앉아서 꿔주고 서서 받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이것은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개인 간에 돈거래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어릴 적 나락 한 섬을 꾸고 다음해 가을에 나락 두 섬을 갚는 동네 사람들의 거래를 자주 본 적이 있었는데,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떠주듯 돈을 빌려주어서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찌 돈을 절대로 꾸어주지 말라고만 할 수 있으랴.
하지만 경험이 선생이라는 말이 있듯이 돈을 빌려주고 못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돈을 꿔달라면 차라리 얼마를 주고 말지 꿔주지는 말라.’ ‘돈을 빌려줄 때는 못받는다고 생각하라.’고 펄쩍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사람의 신용이라는 것도 돈과 얽힌 것이 가장 많다. 돈거래를 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나를 예로 들면 돈을 빌려주고 못받은 경우가 적지 않다. 돈을 꿔주고 못받고 인간관계까지 어긋난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돈이라는 것을 치사한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돈은 결코 치사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에 혈액처럼 흘러다니는 에너지다. 에너지가 있어야 자동차가 움직이듯 사람 생활이란 것도 돈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개인간의 돈 거래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그럴 수만도 없는 것이 인간세상이다.
돈을 잃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사람과의 관계마저 뒤틀린다는 것은 오래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된다. 어쨌든 남에게 돈 꾸어주기는 대체로 그 결과가 썩 유쾌한 경험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살면서 부딪히는 참 난감한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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