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마저 흔들리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마저 흔들리고 있다
  • 김상집
  • 승인 2013.10.1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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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집

박근혜 정부는 2000년에 도입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2014년 10월 개편할 예정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란 최저생계비 미만의 저소득자에게 국가가 부조를 통해 기초적인 생활을 보장해 주는 제도로서 기존의 ‘생활보호법’을 폐지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하여 2000년 10월부터 시행됐다. 

기초생활급여는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해산·장제 급여 등으로 분류된다. 가구의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산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이고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기초생활급여가 제공된다.

박근혜 정부는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일괄 선정·지원하던 방식을 개별급여별로 선정기준을 달리하고, 그동안 문제가 되어왔던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한다는 게 개편 내용의 핵심이다. 상대적 빈곤을 고려하여 차상위계층을 확대하고, 빈곤계층의 보호율을 51%(222만명)에서 80%(340만명)로 높이며, 실태조사를 정례화하고 긴급지원 선정기준을 유연화하여 ‘맞춤형 개별급여’로의 개편이라 명명하고 있다.

그러나 2014 예산안에 개편에 따른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사각지대가 축소될 수 있다. 탈수급의 유인책이 마련되고,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수급자에서 제외되었던 빈곤가구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맞춤형 개별급여’가 무색하게 도리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마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첫째, ‘개편방안(2013.5)’에 따르면 생계급여는 중위소득의 일정비율(30%)을 고려한 상대적 방식에 의해서 급여를 결정하겠다고 되어 있지만 개정법에 중위소득의 일정비율을 구체적으로 정해 놓지 않거나 행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다면 개편 이후에는 언제라도 급여수준과 선정기준이 임의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권리성 급여라는 현행법 체계를 폐기하게 되는 결과를 빚게 만들 수 있다.

둘째, 의료급여의 경우 선정기준을 ‘소득인정액이 일정수준 이하인 근로무능력 가구’와 ‘가구별 지원기준 이상이나 의료욕구가 있는 희귀·난치·만성질환자 등 저소득층 개인’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근로능력자 가구의 경우는 의료급여수급자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있다.

즉 희귀·난치·만성질환자가 아닌 근로능력자 가구원의 경우는 의료급여의 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더욱이 근로능력자가구내에는 아동과 노인과 같은 근로무능력가구원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근로능력자가구에게 생계급여를 배제하는 최악의 안이 선택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셋째, 극빈가구는 제외된 채 오히려 차상위에 속하는 가구가 대상자로 포함되는 형평성의 문제가 예상된다. 현재는 교육급여의 경우에만 부양의무자기준을 제외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나머지 개별급여의 경우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이나 현행 방식의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빈곤층이 약 117만명’(2010년 빈곤실태조사)이나 되는 것이 현실임을 감안할 때 대상을 위로 늘릴 것이 아니라 수급자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가구를 수급자로 편입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넷째,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는 보건복지부에서 그리고 교육급여는 교육부, 주거급여는 국토교통부에서 맡게 된다. 개별급여의 시행이 체계적으로 연계된 종합급여가 될 수 있도록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모법으로 각 개별급여법이 제정되게 하여 현재의 중앙생활보장위원회와 같은 조직에서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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