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사람은 반드시 무위(無爲)해야 한다
윗사람은 반드시 무위(無爲)해야 한다
  • 이상수 시민기자/전 호남대 교수
  • 승인 2013.10.17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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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시민기자/전 호남대 교수

장자(莊子)는 2천 여년 전의 전국 시대 중기 인물이다. 동란이 많았던 시대에 살았던 그는 노자처럼 ‘도’를 철학의 최고 개념으로 삼아, 하늘과 사람, 물(物)과 ‘나’는 모두 같으며 귀천의 구분이 없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정치에 있어서 장자는 인위적인 신분의 격차와 법칙에 거스르는 통치자들의 작위를 반대하였다. 그리하여 ‘윗사람은 무위(無爲: 소극적 행위)하여’ 백성들이 자유롭게 발전하도록 두어 ‘소박’한 자연 상태로 돌아가게 하고, 또한 ‘아랫사람은 유위(有爲:적극적인 행위) 할 것’을 주장하여 생산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장자가 살았던 그 당시의 시대환경이 현 시대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에 그의 주장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없지 않겠지만 백성을 대하는 기본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평생 가난했던 그는 젊어서 한때 칠원리(漆園吏)라는 보잘 것 없는 말단 관리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통치자에게 사역되고 통치자를 위해 다른 사람의 재물을 빼앗기를 원치 않았던 그는 결국 관직을 내놓고 청빈한 생활을 기꺼이 감내하였다.
당시 초나라 위왕(威王)이 장자에게 많은 돈을 주고 그를 재상으로 삼으려 했으나, 장자는 이를 사양하며,󰡒나는 구정물 속에서 놀면서 즐거울지언정 왕을 위해 애쓰는 일을 하지 않겠소.󰡓라고 하였다. 이후 장자는 평생토록 벼슬하지 않고 초가집에서 은거하면서 ‘도’에 대해 탐구하고 저술하는데 마음을 쏟았다.
장자가 윗사람의 ‘유위’를 반대한 것은 사회의 물질 생산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제왕의 억압적 통치를 반대한 것이다. 그는 사회 혼란의 원인이 바로 역대 통치자의 잘못된 정치와 경제 정책에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통치자들은 넓적다리에 살이 없고 정강이에 털이 닳도록 애쓰면서 세상 사람의 몸을 돌보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혼란시켰고, 이로 인하여, 백성들은 괴로움을 감당할 수 없고 생활은 극히 곤궁하였다. 통치자 역시 바늘 방석에 앉은 듯 아침이면 저녁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통치자가 ‘유위’하여 인심을 어지럽힌 결과로 보았다.
장자는 제왕이 주관적으로 자신을 옳다 여기고 타인에게 억지로 ‘유위’를 행하면, 결과는 예상과 같지 않을 뿐 아니라 예상을 넘어 재난을 부른다 하였다. 따라서, 통치자 스스로 모르는 것이 없는 성인으로 자처하고, 독단적으로 전횡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뜻이다. 즉, 장자는 백성들의 창조력을 저해하는 통치자를 반대한 것이며, 역사적 조류에 거스리는 행위를 반대한 것이다.
장자는 ‘유위’가 정상적인 사회적 관계를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자연 생태계의 평형을 깨뜨렸다고 생각했다. MB정권의 4대강 사업이 이런 형국이었나 싶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장자의 ‘무위’는 통치자가 ‘무위’함으로써 백성들이 더욱 잘 ‘유위’하여 지혜와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제왕이 백성들의 ‘타고난 자연스러운 본성(性命之情)을 편치 않게’ 하면 세상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백성이 타고난 자연스러운 본성을 편안히 누리기 위해서는 통치자가 무위해야 한다. 무위를 실천해야 비로소 뭇 생명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사람과 사물은 각기 있어야 할 곳에 편안히 있게 된다. 이렇게 해야 ‘이후에 그들의 타고난 자연스러운 본성이 편안하게 되는 것이다.’ 장자가 유위를 반대하고 무위를 주장한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자의 무위사상은 정치가들이나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라면 한번 쯤 새겨들어야 할 내용인 것 같다. 더구나 창조경제의 주역이 될 주체는 일선 현장에서 성실히 일한 근로자들과 공무원들이다. 그들의 본성을 잘 살리려면 윗사람은 가능한 무위해야 하고, 현장에서 일한 근로자들과 공무원들이 유위하도록 제도와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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