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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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용호 (사)광주전남소설가 협회 회장
  • 승인 2013.10.1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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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호
지난 10월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6.15폐기 5.18규명 국민전선”이라는 단체가 창립되었다. 그 단체는 창립선언문에서 6.15선언은 고려연방제통일의 아류이며 5.18사태는 왜곡된 민주화운동이라고 하고, 6.15선언의 위헌성을 국민에게 고발하여 폐기시켜 국론분열을 막고 5.18사태의 진실성을 규명하여 남남갈등을 종식시키는 것이 대한민국의 안보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수호의 첩경이라고 주장하였다.
심지어 선언문 마지막에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국부 이승만 대통령과 조국근대화 기수 박정희 대통령 동상의 광화문 네거리에 건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6.15남북공동선언은 2000년 6월 15일 분단 55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며 평화통일을 실현하는데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 선언에는 당시 남북 대표가 합의한 5개항의 내용이 담겨 있다.
5개항은 첫째,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둘째, 1국가 2체제의 통일방안 협의, 셋째, 이산가족 문제의 조속한 해결, 넷째, 경제협력 등을 비롯한 남북간 교류의 활성화 등 이다. 군사력에 의한 무력통일 방안을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6.15선언에 대해서는 어떠한 반론도 제기할 수 없는 한반도 남북관계에 전망을 제시하는 공명정대한 방안이다.
1980년 우리 광주에서 일어난 5.18민주화운동의 순수성에 대해서는 두말한 나위도 없다. 그렇지만 극우 보수파들이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나 종편방송국에서 운영하는 토론 프로그램에서 5.18민주화운동은 북한에서 특수부대원 600명이 파견되어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이 그 특수부대의 소속으로 직접 내려왔다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내세우고 있다.
심지어는 당시 도청 앞 상무관에 안치된 시민들의 시신 사진을 보고 “홍어를 말리고 있다!”는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천인공노할 표현을 쓰기까지 하고 있다.
6.15선언과 5,18민주화운동 모두 국가와 정부에서 인정하고 기념하고 있는 공식 행사다. 그렇지만 위의 단체는 6.15선언을 폐기하고 5.18민주화운동은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위 단체의 창립을 주도하고 있는 발기인들은 전직 육해공 참모총장을 역임한 퇴역 장성들과 변호사, 교수, 언론인 등으로 소위 사회의 지도층이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 뿐 아니다. 몇 달 전에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에 잘못된 내용을 수록하였음에도 교육부에서 인정해준 사건이 일어나 논란이 되고 있다.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 대표 저자로 참여한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지난 8월 말 교육부 검정을 통과하였다.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를 보면 수많은 부분이 왜곡, 조작, 미화되어있다. 얼핏 살펴봐도 한말 의병에 대해 ‘소탕’되고 ‘토벌’되었다고 쓰고 동학농민혁명에 대해서는 전통적 질서를 복구하려는 ‘민란’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일본에서 일어난 관동대지진의 조선인 학살은 기록조차 되지 않았다. 철저한 친일사관에 의한 서술이다. 이승만의 건국과정과 박정희의 군사쿠데타에 대한 기술도 미화되어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부터 역사 왜곡 사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이제 박근혜 정권에 들어서면서 그야말로 발호를 하고 있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역사를 기억에서 지워내고 왜곡하는 사람들을 단죄하고 올바른 길로 계도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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