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인 복지국가는 증세로부터
역동적인 복지국가는 증세로부터
  • 김상집
  • 승인 2013.10.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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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집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기초연금 공약을 대폭 수정했다. 현재 20~50대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나중에 현행 기초노령연금 제도보다 삭감된 금액을 받게 될 것이다.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을 준다는 대선 공약에 대해 9월 26일 박근혜 대통령은 "어르신들 모두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지만 "세계 경제 침체와 맞물려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세수 부족과 재정 건전성의 고삐를 쥐어야 하는 현실에서 불가피했다"고 입을 열었다.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경제 상황이 악화돼서 불가피하게 공약을 수정했다는 설명이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선거를 8일 앞두고 발표한 최종 공약집에는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 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A값의 10%) 지급"이라고 명시되어 있다(2013년 기준 금액 20만 원). 이 공약을 이행하려면 얼마를 준비해야 할까?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추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4-2017년 전체 노인에게 20만 원을 지급할 때 필요한 돈이 총 60.3조 원이다. 같은 기간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유지할 때 드는 재정은 26.9조 원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 공약대로 기초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돈이 33.4조 원이다. 이 중 중앙정부 몫이 약 75%이므로 박근혜 후보가 공약 이행을 위해 마련해야 할 재정은 25.1조 원이 된다.박근혜 후보가 최종 공약집을 발표하고 새누리당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약 항목별 재정 소요액을 보면 임기 중 기초연금 공약 이행을 위한 추가 재정으로 14.7조 원만 책정되어 있다. 공약을 이행하는 데 약 10조 원이 부족하다. 장애인 연금 2배 인상까지 추계하면 15조 원이 필요한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증세 없는 복지만을 주장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70% 가깝다던 국민 지지율이 단기간에 10%내외로 폭락하면서 50%까지 내렸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더구나 그동안 장외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민주당이 국정감사라는 합법적 무기를 사용하기 위해 국회로 복귀하면서 '비상시국'을 선언, 국정감사장을 무대로 박근혜 정부와의 전쟁을 벼르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검찰총장의 찍어내기 사퇴, 기초연금의 '노인 대상 사기공약'으로 새해예산안 법정시효 통과는 바랄 수도 없는 그야말로 박근혜 정권으로선 사면초가다.
미국이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안) 존폐 문제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치하다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김에 따라 연방 정부가 셧다운되었다. 예산안이 9월 30일 시한으로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게 되자 10월 1일부터 연방 정부는 여야 정치권이 잠정 예산안에 합의할 때까지 200만명의 연방 공무원 가운데 필수 인력을 제외한 80만∼120만명의 직원을 당장 '일시해고'하였다. 정부는 있되 활동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도 이런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특히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현재 안정과반수인 새누리당이라고 해도 야당과의 합의 없이는 새해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할 수 없다. 여러 정황상 박근혜 정부로서는 특별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복지에 대한 국민부담률은 조세부담률 GDP의 20.2%에 사회보장 기여율 5.7%를 더하여 25.9% 수준이다. OECD 평균이 GDP의 34%이고 선진복지국가들이 GDP의 40~45%인 점을 감안하면 역동적인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 증세를 통해 역동적인 복지국가를 실현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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