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찾아오신 아버지
꿈에 찾아오신 아버지
  • 문틈/시인
  • 승인 2013.10.0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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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뵈었다. 아버지는 면도를 하신 단정한 모습이었다. 면도 자국이 푸르스름하게 턱 주변에 남아 있었다. 아들을 만나러 오신다고 그렇게 단장을 하신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나, 잘 있다.” 그 말은 아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는 확실치 않은데 아버지와 나 중 누구의 입에선가 보고 싶었다는 말을 한 것이 기억난다. 부자가 아들의 꿈속에서 해후한 것이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물론 꿈속에서는 그것이 꿈인 줄을 몰랐다. 꿈을 깨고 나서도 한참 아버지를 뵈온 그 반가움에 잠겨 있었다.
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많다. 그 중 가장 그럴 듯한 설로는 꿈은 뇌의 활동을 위해 청소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꿈에 대해서는 별의별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이 있으나 딱 잘라서 꿈이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태몽, 예지몽 같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믿는 꿈인 듯하다.
그래서 혹시 간밤의 꿈이 무엇을 계시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들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전해오는 이야기들 중에는 성경의 예수탄생 예고가 잘 알려져 있다. 꿈은 평소 마음에 품은 안타까움, 소망, 고통, 그리움 등이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다가 어떤 영상을 빌려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꿈에 대해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들은 것은 탄허 스님을 뵈러 다니던 때 들은 것이다. 하루는 탄허 스님이 내게 말했다. “자면서 밤에 꿈을 꿀 때가 많지요?” 그러시면서 “꿈을 꾸면서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았소?” 하고 물으셨다. “꿈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탄허 스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대답에 “그렇지요? 꿈 속에서도 꼬집으면 아프고 그랬지요? 꿈을 깨고 나서야 그것이 꿈이었구나 했지요.” 나를 바로 바라보면서 당연한 이야기를 확인하듯 말씀하셨다. “삶도 그렇소. 깨고 나면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오.” “깨고 나면요?” 내가 반문하자 스님은 법문을 시작하셨다.
결론은 우리들 인생이란 한바탕 짧은 꿈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사람들은 아등바등 마치 이 생이 전부인 양 기를 쓰고 산다는 것이다. 여기서 깬다는 것은 물론 불교적인 깨우침을 말씀하시는 것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거나 꿈을 꾸는 것은 어쩌면 밥 먹고 잠자는 우리 인생살이 자체가 하나의 꿈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꿈을 깨고 나면 무슨 그림자가 스쳐간 듯하니 말이다. 정말 탄허 스님 말씀대로 인생이란 한바탕 꿈일까.
깊은 뜻은 모르겠으되 어쩌면 이 세상에 허여된 삶을 진지하게 살아내지 않는다면, 그렇게 해서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인생이란 한바탕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지금 인생이 전부가 아니고 깨고 나면 더 나은 삶이 있으니 살아서든 죽어서든 깨달으라는 뜻이었는지도.
지금 생각하면 그런 의문들을 속 시원히 물어보았어야 했는데, 선지식 큰스님의 말씀에 주눅이 든 탓에 더 물어보지도 못하고 지나버린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그렇다고 해도, 꿈을 꾸는 꿈속에서라도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 꿈은 또 얼마나 좋은가.
아버지가 잘 계신다니 다행이다. 이 생 말고 또다른 생이 있을 듯싶기도 하고, 혼자서 정말 이 생이란 것이 한바탕 꿈일까 하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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