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꿈꾸는 동네
함께 꿈꾸는 동네
  • 민판기 송화공동체 대표
  • 승인 2013.10.02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민판기 송화공동체 대표

베란다 너머 하늘이 무겁다. 일기예보는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맞긴 맞는 모양이다. 무진생협 월희님이 기상청에 물어봤더니 노대동은 오전 10~15㎖ 오후 5~ 10㎖라는 희망적인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월희님의 메시지에 한결 마음이 가볍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무겁다. 간밤에 끝 모를 외로움에 소주를 들이 부었더니 위장이 아프다고 한다. 된장국에 밥 말아 먹고 집을 나선다. 일주일 동안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해줬던 깃발이 힘에 겨워 축늘어져 있다. 그래도 어떤 놈은 무거운 고개를 들고 펄럭인다.
호숫가! 물고기가 튀어 오른다. 물 밖으로 튀어 오른 물고기는 이렇게 말한다. ‘함께 꿈꾸는 동네 만들기의 꿈아 하늘높이 날아라. 그리하여 사람만이 아닌 달도 구름도 새떼들도 쉬어갈 수 있는 쉼터를 만들자.’ 물고기의 비상을 바라보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본다. 월희님의 메시지가 맞나보다. 전혀 비가내릴 것 같지 않는 하늘이다.
우리 모두가 75일간 함께 땀 흘려 마련한 동네축제!
축제의 슬로건부터 주민 1,650명이 참여하여 주민들이 선택했다. 또 1,000명의 주민이 자기들의 마음을 깃발에 새겼다. 일천 개의 깃발은 다양한 주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기 서로 다름을 펼쳐놓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누가 옳은가가 아닌 무엇이 옳은가를 합의해 가는 주민자치의 과정을 담았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힘차게 펄럭였던 깃발들이 이제 차분하게 축제에 오시는 분들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천개의 이야기 중 정현성 학생의 글의 일부이다.
"나도 빨리 가고 싶다. 마을축제 한다 하네. 시험기간 코앞인데..... 어여뿐 母 자상한 父 첫째 아들 정현준 둘째 아들 정현성 사랑스런 멋진 아들. 너의 하늘을 보아 내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내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깃발 가운데 박노해의 시를 적었다.
괭과리가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북과 장구가 따른다. 비가 내린다. 그래도 이들은 힘차게 동네를 한 바퀴 돈다. 흥겨운 농악은 축제를 준비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희망으로 들뜨게 한다. 덩덩 덩더 쿵 덩덩 덩더쿵~~
낮 12시, 사람들이 몰려든다. 빗속을 뚫고 몰려온다. 어린이와 엄마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호숫가를 메운다. 축제마당은 북새통이다. 수를 가늠하기 어렵다. 일하던 우리들의 입이 찢어졌다. 부스 안은 부산하다. 평소에 감사했던 사람에게 감사의 편지를 쓴다. 그리고 감 하나를 받아든다.
또 미안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편지로 미안했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사과 하나를 받아서 깨문다. 가을 냄새가 물씬 묻어난다. 이들이 행복해하는 순간 그 동안 힘들었던 과정들이 스치듯 지나가고 어두웠던 마음이 소살(笑殺) 거린다.
오락가락 내리는 비와 함께 드디어 축제는 막을 내렸다. 내상(內傷)이다. 그래서다. 머리를 삭둑 잘랐다. 하나의 고개를 넘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다.
마을 만들기는 힘들다.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이 없다. 그래서 하다가 하기 싫으면 떠난다. 또 어떤 사람은 생트집을 잡는다. 그러나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관계가 가까운 사람이 상처를 줄 때다. 하지만 멈추지 않을 것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갈 것이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