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어른들이 문제야
아무튼 어른들이 문제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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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반 중학교 학생들간의 다툼에 대해 학부모, 학교, 해당 교육청 등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데다 한 지방신문이 이를 잘못 보도하자 학생들이 나흘째 사이버 시위를 벌이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 첨단지역 Y중학교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지만 학생들 사이에 수근거림이 10여일째 멈추질 않고 학기말 막바지 수업지도를 해야 할 교사들도 연일 회의를 하며 침통한 표정들이다.
이처럼 학교를 온통 들쑤셔놓은 것은 다름아닌 '왕따' 문제.

지난달 18일 이 학교 3학년생인 L양이 '집단따돌림을 당해 교실에 들어가지 않겠다"면서 시작된 이번 사건은 보름을 넘긴채 지속되고 있는 것.

첨단지역 Y중 사소한 왕따문제가 발단
학생들 지방지 홈페이지에 사이버 시위


이 학생 학부모는 이같은 일이 있은 후 학교에 찾아와 담임교사에 거칠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험담을 하고, 아이의 전학과 광주서부교육청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측은 학생들과 화해를 주선했으나 결국 한 지방신문이 지난달 30일 기사화하면서 사실확인이 안된 내용을 보도해 문제가 커진 것.

기사보도 이후 이 학교 학생들은 해당 신문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왜곡 선정보도 사과 및 정정' 등을 요구하며 3일 현재까지 나흘간 사이버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신문은 "학교가기 죽기보다 싫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학교 옥상에서 자살을 기도했다'는 것으로 보도했으나, 교사들은 "학교 옥상은 잠겨져 올라갈 수 없고, 자살기도 역시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앞뒤 안가린 감정적인 학부모
학교측의 명쾌하지 못한 처리
무책임한 언론 선정적인 보도
상처 얼룩진 아이들 보듬을 대책 논하라


학생부장 정모교사는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시험기간이 끝나는 대로 교사회의 등을 거쳐 입장을 밝힐 것이며, 해당 언론사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사이버 시위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일어난 일이어서 자제시키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번 문제에 대해 두차례에 걸쳐 진상조사를 한 관할 서부교육청은 "전학을 시키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으나 해당 학부모가 너무 완강해 해결방안을 못찾고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학부모, 학교, 해당 교육청, 지방신문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언론사에 대한 중학생들의 사이버시위까지 이르게 된 것.
이번 일은 L양과 친구들 사이에 서로간 감정이 상해 외면하는 어찌보면 흔한 사춘기 여중생들 사이의 사소한 문제로 끝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학부모가 수차례 학교를 방문해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 앞에서 교사와 다투고, 학교측은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고, 더욱이 언론의 선정적 보도로 인해 학생들에 큰 상처를 주게 되었다.
다시말해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의 문제가 풀리기 보다는 더욱 커지게 된 셈이다.

이미경 참교육 학부모 광주지부장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우선 학교와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학생들간 화해를 시키고, 전학을 갈 경우라도 이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최근들어 학교의 왕따문제는 너무 예민한 사회병리 현상이라 그만큼 학부모들 사이에폭발력을 지닌다"며 "학부모들은 학생들만의 사회를 인정하고, 그들의 문제를 스스로 풀 수 있도록 하고, 교사와 개인적인 상담을 통해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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