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마을공동체사업에 대한 쓴소리
광주 마을공동체사업에 대한 쓴소리
  • 임승호 남구주민회의 사무국장
  • 승인 2013.08.2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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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승호 남구주민회의 사무국장

마을과 지역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마을만들기, 창조마을사업, 작은도서관 등 주민들이 함께 모여서 쾌적한 주거환경과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고, 더 나아가 지속적으로 마을 주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사업들을 스스로 운영해 갈수 있는 마을기업, 일자리사업, 자활사업, 협동조합 등과 같은 공동체 사업들에 이르기까지 실로 마을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이처럼 마을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높아진 이유가 뭘까? 경쟁과 개인주의 때문에 인간성은 희박해지고 버려진 쓰레기와 위험한 도로, 삭막한 도시생활에 현대인들은 지쳤다. 그래서 잠시나마 어렸을적 정이 넘치고 이웃과 친구들과 맘껏 뛰놀던 시골마을의 추억은 현대인들에게 영원한 노스텔지어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정부나 자치단체의 마을사업에 대한 넉넉한 재정지원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돈’이 떨어지는 마을사업은 매우 유혹적이다. ‘돈’을 받기위해 마을공동체는 서류(사업계획서)에서 항상 과장되고 미화된다.

마을만들기를 통해 주거와 생활공간이 쾌적해지고, 주민들이 서로 친해지며 신뢰가 깊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같은 성공적인 마을만들기를 우리 현실에서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마을공동체만들기에 관계되는 정부와 지차체, 주민단체, 시설업체의 이해가 서로 맞아떨어지는 지점에서 ‘마을사업’은 적당하고 원만하게 추진된다. 자치단체와 정치권은 치적쌓기와 과시용으로, 급조된 주민조직은 ‘돈’을 주무를 수 있는 매력으로, 그리고 문화예술인과 업체들은 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마을의 일을 주민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서 ‘주민자치회’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이 시작되었지만, 정부와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자치역량을 갖추고 있는 마을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정부 정책에 힘입어 마을기업, 협동조합들이 수없이 많이 설립되고 있으나 마을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민주적 사업경영과 재무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사업체도 많지 않다.

헝클어진 마을공동체 관련 사업들을 다시 정렬하고,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몇 가지 제안한다.

우선 마을활동가의 발굴과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주민의 자발성과 자치역량이 부족한 우리나라 마을공동체를 세워가기 위해서는 마을행사를 기획하고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마을의 자원을 동원하고, 참가자들에게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행사의 지속성과 재미와 보람을 연결할 수 있는 마을활동가가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재무와 경영, 홍보와 마케팅에 관련된 지원을 하는 전문가나 멘토 그룹이 필요하다.

광주광역시 남구는 2012년부터 마을공동체를 지원하기 위한 직속기구로서 ‘마을공동체협력센터’를 설치하여 마을활동가들을 발굴하고 학습하고, ‘멘토단’을 구성하여 마을공동체사업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기존 주민자치위원들과 새롭게 마을활동에 관심있는 주민들이 교육과정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마을활동가로서 역량을 길러가고 있고,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도 새로운 인물들이 참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다음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마을사업을 위한 예산을 지원하되, 사업공모와 선정기준 및 방법 등에 관해 간섭해서는 안 된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돈’을 쓰기위한 사업이 아닌, ‘마을공동체 복원’을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 활동가 양성과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자원조사 등과 같은 자치역량강화를 위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사업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자치역량을 기르고,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책임질 수 있는 체계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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