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광주! 사랑으로 승화하는 가을이기를
아픈 광주! 사랑으로 승화하는 가을이기를
  •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문학박사
  • 승인 2013.08.2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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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올 여름 살인적인 폭염이 우리 모두를 지치게 했다. 20 여년 만에 찾아온 폭염 속에 절전이라는 정부 지침이 더욱 힘들게 했다. 그러나 계절은 어김없이 처서(處暑)가 지나자 조석으로 찬 기운이 돌고 심신이 지친 사람들로 하여금 가을을 감지하여 생기를 찾게 한다.
여름이 아무리 지치고 힘들게 하더라도 분명 가을이 다가온다는 희망으로 지친 몸을 추스르게 한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또 사랑하기도 좋은 계절이다. 염천에 혼사를 미뤄왔던 예비부부들도 손꼽아 가을을 기다린다. 폭염 탓에 피서를 미뤘던 사람들도 여행하기도 참 좋은 계절이다.
흔히 가을을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 하며 독서의 계절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몇 년 새 통계에 의하면 가을에 책을 가장 읽지 않는다고 한다. 이월 꽃보다 붉은 단풍과 살랑대는 가을바람이 요즘 사람들을 차분하게 책장 앞에 잡아 두지는 못할 것이다.
특히 아시아문화 중심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의 독서 인구가 광역도시 중 가장 적다는 이야기가 있다. 책은 인문학의 기초적 뿌리이고, 문화와 예향의 발원(發源)셈 이다. 요즘은 책과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 갈수록 많다.
SNS 등 미디어의 영향도 한 원인이겠지만 매사 무언가에 쫒기 듯이 살아가는 요새 사람들의 마음은 늘 바쁘고 여유가 없다. 한 페이지 한권의 책을 읽어 낼 인내가 사라진지 오래이다. 인문 정서나 감성은 갈수록 메말라가고 기계문명의 노예가 되어 가고 있는 탓이다. 곧 인문학의 죽음, 인간 정서의 고갈이라는 것으로 시대적 상황의 변화인 것이다.
이런 시대에 가장 좋은 힐링은 무엇일까. 아마도 인문학 강의를 듣고 인문 서적을 읽는 것이 최고의 훌륭한 치유책이 아닐까 싶다. 서늘한 나무그늘 평상에 앉아서 또는 풀벌레 울어대는 가을 등불아래서 책장 넘어가는 소리는 스스로의 가슴을 뿌듯하게 하고 영혼을 청징(淸澄)하게 살찌울 것이다.
광주의 대표시인 다형 김현승은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거두기 위하여,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읊었다. 나는 여기에 ‘가을은 마음을 살찌게 하소서…….’라고 읊조리고 싶다. 쓸쓸한 감상의 가을이나 온갖 풍요로움으로 넘실대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만 하는 가을이 아니라, 한 편의 시와 고전을 읽으면서 마음을 살찌우고 싶다. 먹고 마시고 즐기면서 덩달아 몸과 마음만 살찌게 한다면 천고마비(天高馬肥)에 다름 아닐 게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인 것은 인문학적 지식과 착한 심덕(心德)이 온축(蘊蓄)되어 있기 때문 일터. 인문적 교양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라 하던가. 가슴에 청고고아(淸高古雅)한 뜻을 품고, “서권(書卷)의 기(氣)”라고 하는 사고의 깊이와 “문자의 향(香)”이라 일컫는 감성의 향기가 가슴속에 무르녹아 배어있는 사람이 참 문화적 지성인이다.
이러한 온축된 결정체가 눈동자에 투영되고 기품이 우러나는 사람을 매력적인 사람이라 한다. 이는 부단한 독서와 문화적 향유를 통해서만이 얻어 낼 수 있는 것. 좋은 글을 찾아 읽거나 감동적인 인문학 강의를 들을 때면 짜릿한 흥분은 물론 오감에 감전을 일게 할 것 같은 오르가즘을 느끼게 한다. 바로 이것이 독서의 지락(至樂)이요, 인문학의 매력이다.
좋은 책도 많고 곳곳에서 인문학 강의도 많다. 좋은 영화나 연극관람, 음악회 등에 참여하는 문화적 삶으로 마음과 영혼을 살찌우면서 지친 심신을 추스르고 유유 작작 슬로시티로 살아가는 참 삶이 아닐까 싶다.
요즘 광주는 힘들고 아프다. 대소사 정치적인 불편한 일들로 속이 편치가 않다. 생각이 있는 광주 사람들은 삼복염천보다도 더욱 힘들어 한다.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거두기 위하여, 오직 사랑하게 해달라는 다형의 호소처럼 모두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이해와 포용, 사랑으로 승화되는 가을이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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