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3D의 전설] 영상과 액션의 환타지!
@[에픽-3D의 전설] 영상과 액션의 환타지!
  • 김영주
  • 승인 2013.08.21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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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캐릭터들도 좋고, 영상과 액션에 정성이 가득 담겨있다. 더구나 나의 엄주공주 환타지를 불러낸다. 영상과 액션에 욕심이 잔뜩 부풀어 올라서, CGV영화관에서 4D로 보았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어린 시절은, 만화와 영화 속에 풍덩 빠진 나에게 유별난 환타지를 심어놓았다. 엄지공주처럼 작은 인간이 되어 수많은 모험을 하는 환타지, 손오공처럼 구름타고 다니며 갖은 요술을 부리는 환타지, 그리스신화 황금양털의 이아손처럼 아르고를 타고 기이한 나라들을 여행하는 환타지, 철인을 조정하며 갖가지 악당로봇들을 쳐부수는 환타지. 이 환타지를 제대로 만나면 화악 빨려든다. [퍼시픽 림]에 서운한 점이 많았지만, 그래도 그 거대하고 웅장한 ‘로봇 환타지’는 끝-내 주었다. 이번엔 [에픽]이 날 엄지공주 환타지로 후욱 빨아들였다.



60시절 초반까진 남광주역 앞은 널따란 광장이었다. 열 살 즈음까지 그 광장 오른쪽에 역장의 관사가 있었다. 서양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웅장한 일본건물이 넓은 연못을 옆에 두고 아기자기한 일본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었다. 그 담장이 그물철망이어서 그 정원을 누구나 들여다 볼 수 있다. 그 연못에 항상 금붕어와 비단잉어가 한가로이 하늘거리고, 연못가엔 다양한 바위들이 단정한 차림새를 갖추고 있고, 이 쪽 동산과 저 쪽 바위섬들을 연결하는 자그마한 반달다리 징검다리 사이사이에 자그마한 등불탑이나 돌인형들이 놓여 있다. 그 틈새엔 기묘하게 뒤틀어진 소나무나 활엽관목들이 휘늘어지고, 어느 날엔 난초의 샛푸른 이파리에 노오란 꽃대가 솟아오른다. 난 그물철망에 매달려서 해질 무렵까지 엄지공주 환상을 꿈꾸곤 하였다. 언젠가 그 건물과 정원은 사라지고 허술한 집들이 들어서더니 70시절엔 역전에 농수산물이 몰려들어서 시장통이 되었고, 드높은 빌딩이 솟아오르고 커다란 캬바레가 들어서더니 그마저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서른이 넘어서 소쇄원 정원에 홀딱 반하기 전까진, 난 일본정원 매니아였다. 드물게 일본에 갈 기회가 생기면, 난 꼭 그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을 찾는다. 그리곤 꿈결처럼 엄지공주를 만나곤 했다. 그래서 아직 젖내를 벗지 못한 어린애처럼 [Thumbelina]나 [마루 밑 아리에티] 또는 [스머프]나 [토이스토리]를 즐긴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74374&videoId=40991&t__nil_main_video=thumbnail

디즈니영화처럼 스토리는 뻔하고, 선과 악이 뚜렷하고 상투적이어서 내용도 유치하다. 그래서 스토리나 내용에서는 아무런 긴장이 오질 않는다. 비주얼만 대단하다. 색감도 빛감도 끝~내 주지만, 주인공과 조연의 액션과 표정뿐만 아니라, 수많은 군중과 군졸 그리고 주변 환경의 조형감과 질감 그리고 그 동작과 표정까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고 자연스러우며 게다가 박진감 넘치고 화끈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수많은 작품이나 [공각기동대]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 워즈] 그리고 디즈니의 [백설공주]부터 최근 [개구리왕자]까지 셀-애니메이션을 훨씬 더 좋아하지만,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뒤이어서 [벅스 라이프]부터 최근 [크루즈 패밀리]까지 즐겨 보았다. [슈렉2] [인크레더블] [카] [가디언의 전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래픽의 기능이 눈부시게 발전한다. 실사영화에서 [쥬라기 공원]부터 [트랜스 포머] [리얼 스틸] [퍼시픽 림], 그리고 [킹콩] [혹성탈출] [미스터 고]에 이르는 ‘털 그래픽’까지 완벽해 보인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참으로 놀랍고 대단하다. [에픽]에서 그 눈부신 발전의 한 스텝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그 3D가 범상치 않을 듯하니 더욱 그러하다. 그 동안 만난 3D에 크게 감흥하지 못했다.( [아바타]는 3D로 보지 못했다.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좀 괜찮았던 듯하다. ) 그 뒤론 3D에 관심을 별로 주지 않았는데, 이번엔 대-만족이다. 의자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휘익 쏘아주는 바람소리에 물세례까지 곁들여주는 4D가, 조금은 유치하고 허접했지만 그 나름대로 괜찮았다. “[쥬라기 공원]을 비디오로 보는 건, 열 배나 그 맛이 다운된다.”고 말한 적 있다. [에픽]도 3D로 보지 않고, 평면으로 보면 다섯 배, 비디오로 보면 열 배, 그 맛이 다운될 것이다.

<여왕 탈출>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74374&videoId=41765&t__nil_VideoList=thumbnail

나잇살이나 먹은 놈이, 애들 장난 같은 이런 영화를 보고 다닌다는 게 쑥스럽기도 하고 때론 창피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노스탤지어로 박혀버린 환타지엔 속수무책이다. 영화는 참으로 오만 가지 맛을 다 보여준다. 그저 오락만 주는 게 아니다. 그저 눈요기만 있는 게 아니다. 평균 B학점만 넘는다면, 그 어떤 예술로도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감동과 교훈을 준다. 애들 장난 같은 영화라고 깔보지 말라. [퍼시픽 림]의 초거대 로봇의 장대함도 대단했지만, [에픽]의 영상미와 액션 그리고 그 색감과 조형감이 참 대단했다. * 대중재미 : 액션이나 색감에 감흥이 깊으면 A+ · 감흥이 약하면 B+, * 영화기술 A++, * 감독의 관점과 내공 : 보수파 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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