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만들어!...초등학교 도서전산화 '밀어부치기'
일단 만들어!...초등학교 도서전산화 '밀어부치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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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이 특별시책으로 추진중인 초중고교 도서관 전산화작업이 예산과 인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의 '독려'에 쫓겨 강행되고 있어, 일선 학교에서는 도서관 담당교사가 매일 밤늦도록 작업에 매달리는가하면 전문성이 확인되지 않는 외부 용역업체에 의뢰하고 그 비용까지 학부모에게 떠맡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예산. 인력. 시간 부족에도
광주시교육청 무리하게 강행


광주시교육청은 99년부터 교육감의 특별시책으로 보유도서의 목록 전산화 등을 중심으로 학교도서관정보사업을 추진해왔다. 2004년 완료를 목표로 광주시내 240여개 초중고교의 도서목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전국의 학교도서관을 연결해 어디서나 원하는 책을 검색해볼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고교의 경우 시교육청의 지원하에 사서요원을 중심으로 전산화작업이 거의 마무리됐지만 초등학교의 경우 전문인력도 없이 도서관업무를 담당한 일선 교사들만 밤늦도록 책 먼지와 씨름중이다.

새내기 교사로 광주시 북구의 초등학교에서 도서실담당을 맡은 한 여교사는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단 한번의 교육만으로 전문적인 도서분류와 전산입력을 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라며 "쉬는 시간은 물론이고 방과후, 그리고 주말까지 학교에 남아 작업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선학교 도서담당교사 밤일

하지만 이 교사의 경우는 시내 중고교 사서교사들이 주말마다 자원봉사를 나와 돕고 있어 그래도 나은 편.

교육청의 '독려'에 쫓긴 일부 학교에선 '일단 끝내고 보자'식으로 아예 외부용역업체에 의뢰하는 사례도 있는데, 미리 예산반영을 하지 못한 일부학교에서는 비용을 고스란히 학부모들에게 떠안겨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광주시내 동구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용역업체와 1000권당 50만원으로 계약하는데 뻔한 학교살림에서 200만원 가까운 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며 "학교운영위원 중의 한 분이 이런 사정을 듣고 지원해 줘 비용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전문성 부족한 용역업체에 넘겨
학부모에게 비용 떠넘기기도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까지 의뢰한 용역업체가 전문성에서 지적받고 있다.

도서전산화 용역업체인 제일기획에 따르면 시내 111개 도서관전산화 추진대상 초등학교 중 30여개 학교를 맡아 작업중이며 한 학교에 3~5명이 투입돼 보름정도 작업을 하면 끝난다고 한다. 하지만 작업인원이 사서자격증을 가진 전문인력인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업체가 작업을 마친 초등학교 도서관 전산입력 결과를 살펴본 한 전문사서는 "도서분류의 기준인 십진분류표에 의해 '언어'로 분류돼야 하는 국어사전이 '총류'로 분류돼 있는가 하면, 책을 찾는데 필요한 키워드가 잡히지 않았다"며 "4년제대학 문헌정보학과 출신의 전문인력이 배치돼더라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인데, 당장의 성과에 쫓겨 졸속으로 마치게 될까 걱정이다"며 우려를 표했다.

교육청, 전문사서배치 등 근본적 해결을

지난달 27일 교육부의 시·도평가에 이어 시교육청에서는 수시로 도서관전산화에 대한 점검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청엔 도서관전산화작업 관련 전담부서도 없고, 전산화 작업진행에 따른 현장학교의 어려움 등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일단 전산입력은 마쳤지만 앞으로도 새 책은 계속 들어올 거고, 그때마다 돈 들여 용역업체에 맡길 수 없쟎아요. 상급기관이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강조하지 말고 도서관 활성화의 핵심인 전문사서 배치를 비롯한 진지한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현직의 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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