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이 탄식할 일
성철스님이 탄식할 일
  • 이덕재 기자
  • 승인 2001.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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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청동대불건립'파문 확산

   
▲ "불상에 쓸 돈 있으면 스님들 공부하는 데 써야 한다" 는 성철스님의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
천년고찰 해인사의 세계 최대 청동대불 건립계획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해인사는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대불건립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중앙신도회 등 불교관련 재가단체들도 대불건립을 반대하며 해인사 스님들의 폭력을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공개토론회를 통한 여론형성에 나섰다.

또 해인사와 조계종 등 인터넷 사이트에는 청동건립과 폭력사태를 비난하며 자숙을 촉구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폭주하고 있다.

'청동대불파문'은 당초 해인사측이 "성철스님의 유지"라며 가야산 자락 해인사경내에 세계 최대 규모의 높이 43m짜리 청동좌불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전북 남원의 실상사 수경스님이 교계신문인 '현대불교' 에 '자운·성철의 죽음을 곡한다'라는 글을 기고하면서 촉발됐다.

이글이 나오자 해인사 선방에서 안거 중이던 선각스님 등 수좌 20여명은 18일 오후 전북 남원의 실상사를 찾아가, 불상 건립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수경스님의 방문을 부수고 내부 기물을 파손하는 등 20여분간 소동을 벌였다.

이와 관련, 실상사측은 수경 스님 개인에 대한 불만을 사찰 경내의 소동으로 확대시킨 이번 사태를 좌시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해인사측의 사과와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고 있고 해인사측은 이에대해 실상사측의 선사과를 요구하며 사실상 거부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자는 토끼새끼를 낳지 않는다"...수경스님 "고승께서 속물지으라 하셨다니...비상식적"기고
"악성 비구는 침묵하라"... 해인사 승려들 "왜 불상건립 비판하나"실상사 기물파손 소동



◇해인사-실상사 사태의 발단
수경 스님은 30여년간 봉암사 해인사 송광사 등 제방 선원에서 참선수행만 해오다 지난 해 실상사에서 수행하던 중 지리산에 댐을 만든다는 소리에 산중에서 나와 '지리산 살리기 국민행동 상임고문'을 맡아 환경운동에 몰두해 온 신망높은 중진 선승.

수경스님은 기고문에서 '해인사에 세계 최대 청동부처님이 출현한다는데 여기 저기에서 불상 모시는 일의 부당함에 대한 비난과 원성이 자자하다. 해인사에서 자운, 성철 스님의 유지를 내세우고 있는데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자운, 성철 스님이 어떤 존재인가. 현대 한국불교의 고승이요, 우리 시대의 스승이다. 그분들이 속물주의의 상징인 최대의 불상을 모시라는 유지를 전하셨다니 너무나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대목이 바로 “사자는 토끼 새끼를 낳지 않는다.”는 것.
수경스님은 '영암, 자운, 성철 스님이 사자라면 당연히 그 후학들은 새끼 사자일 것이다. 진정 사자가 낳았다면 그 새끼가 사자이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당연한 상식이 철저히 무너지고 있다. 사자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인사 선각 스님은 이에대해 22일 인터넷 신문인「붓다뉴스」에 '악성 비구는 침묵으로 대처하라'는 반박문에서 '대불을 반대하면 선이요 침묵하면 무사안일이라는 흑백논리는 '환경종'에나 해당되는 말이지 조계종에까지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며 수경 스님의 논리를 비난하고 '일찍이 부처는 말세에 악한 성품을 가진 비구가 나타나거든 침묵으로서 상대말라고 당부했다'는 설법을 상기시켰다.

해인사 주지 세민스님도 '청동불상이 들어설 자리는 원래 허덕사 터로 신도들의 신행 공간을 만들자는 계획이 80년대부터 추진되던 곳이다. 대형 불사를 통해 수행공간과 신행공간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은 자운 스님과 성철스님이 찬성했으며 불사 계획도 매우 구체적으로 수립됐다. 당시는 성철스님께서 종정과 방장으로 계셨고, 지금의 방장인 법전스님께서 주지 소임을 맡으셨던 시기다. 따라서 지금 자운스님과 성철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불사를 한다는 말은 틀린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사태의 경과

해인사 스님들이 소동을 벌인 지난 18일은 하안거(여름 한철 산중에서 두문불출하며 수행하는 것)기간이어서 '선원(禪院)을 나와 소동을 벌인 사건'으로 문제가 한층 복잡해졌다.

양측 "먼저 사과하라"..재가단체 대불취소 촉구.토론회 개최


대불건립을 둘러싼 논쟁이 폭력시비와 수도승의 자세에 대한 문제 등으로 확산된 것이다.

실상사 주지 도법스님 등이 문제 삼는 핵심적인 대목도 "하안거 기간중 실상사 스님들의 수행을 방해했다"는 점이다.

해인사측은 "선방 스님들끼리의 대중공사(공개토론)결과 수경스님이 해인사를 모욕했다는 데 뜻을 같이해 함께 행동한 것이며, 이는 선방의 전통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해결방안에 대한 견해차도 커 해인사측은 "문제를 일으킨 수경스님이 먼저 해인사를 찾아와 방장스님에게 참회하면 해인사 스님들도 실상사를 사과방문하겠다" 는 주장이고 반면 실상사는 "수경스님이 대불건립에 반대하는 글을 교계 신문에 기고한 것은 개인의 문제이고, 해인사 스님들이 실상사에서 소동을 피우며 참선을 방해한 것은 해인사와 실상사간의 문제" 라며 수경스님과 무관하게 해인사를 대표하는 최고 지도자인 방장스님이 유감을 표명하고 소동을 주도한 스님을 징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인사 대불건립, 성철스님 뜻 아니다"

성철스님의 맏상좌였던 천제스님은 지난 달 26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
서 "대불을 만드는 것은 성철스님의 뜻과 맞지 않는다" 고 주장,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천제스님은 "1980년대 중반께 자운스님이 성철스님을 찾아와 대불을 만드는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성철스님은 '불상을 모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대장경을 모신 법보종찰인 해인사는 대중에게 장경을 제대로 이해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는 뜻을 밝혔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불상에 쓸 돈 있으면 스님들 공부하는 데 써야 한다` 는 성철스님의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 고 말했다.

한편 재가단체들은 문제의 발단이 된 대불건립에 대해서는 취소를 촉구하고 오는 11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사 문화교육관에서 '불사(佛事)문화의 점검과 바람직한 방향 모색` 이란 주제의 공개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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