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문순태 칼럼을 읽고
<광주일보> 문순태 칼럼을 읽고
  • 최희동 전남대학교총동창회 상임부회장
  • 승인 2013.08.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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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희동 전남대학교총동창회 상임부회장

필자는 평소 문순태 선생의 올곧은 인품을 존경해 왔다. 언론사에서나, 대학에서 후학을 지도하시면서 훌륭한 인품과 좋은 글로 광주 아니 나아가 호남인들의 곁에 계셨기 때문이다. <광주일보>에서 창사 60주년을 맞이하여 한승원 선생과 함께 두 분의 고정 칼럼을 선보였을 때 나는 좋은 기획이라 기뻐했고, 두 분의 칼럼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고 있다.
그런데 ‘세계수영대회, 정부지원 나서야’라는 <광주일보> 7월 31일자 칼럼을 읽고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의 본질을 바로 보고 잘못을 지적해야 할 선생이 마치 시장의 주장을 대변하는 과장된 수사와 논리의 비약으로 가득한 내용의 칼럼을 썼기 때문이다.

세계수영대회 유치과정에서 ‘공문서 위조’ 같은 사안이 없었다면 광주시민 나아가 국민 모두가 환영하고 대회의 성공을 기원했을 것이며 정부 또한 지원을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결과가 좋았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결코 환영받을 일만은 아니다.
조금은 비약일 수 있지만 만일 결과만을 중시한다면 일제의 식민지배가 근대화를 가져왔다는 보수 우파의 논리와 결과를 위해 과정을 무시하는 독재정권의 논리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세계수영대회가 세계 3대 메가급 스포츠대회라든지, 광주가 한 번도 국제대회를 치러본 적도 없고, 수영의 불모지라든지, 유치과정이 험난한 대장정이라든지 하는 과장된 수사는 마치 독재자에 아부하는 모습 같아 과연 선생의 진심일까 하는 의문마저 들게 했다. 또한 5.18까지 연관시킨 논리의 비약은 지역감정을 자극할 우려가 있으며, 중앙정부와 광주를 대립시키는 결과만을 가져올 수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또한 광주 국회의원들이 적극적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질책 또한 질책의 대상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역의 어른이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국회의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것이 결코 광주의 자존심은 아닐 것이다. 광주의 자존심은 정정당당하게 과정을 중시하며 결과를 도모하는 것이었지 법을 무시하면서 결과만을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시장의 ‘부덕의 소치로 사과드린다’는 마치 자신은 전혀 관계없다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누군가를 연상시킨다. 우리는 강 시장 출범 이후 광주시청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재산등록과정의 문제에 대해 어떤 해명을 했는지도 잊지 않고 있다.

광주시민들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부하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지도자의 행동을 잊지 않고 있는데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있는 것인지, 사적으로 가까워서 눈을 감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훌륭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선생께 묻지 않을 수 없다.
‘행정의 달인’이라는 시장께서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소중한 문서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또는 보고도 받지 않고 제출하도록 했다는 것은 책임을 방기한 것은 아닌지도 궁금하다. 공무원이 공문서의 중요함을 모른다면 이건 실수일 수 없다. 특히 이 공문서는 국제대회 유치를 위한 서류다. 국제대회의 유치를 국격이라 말하고 있는데 이러한 행위가 바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히틀러는 베를린올림픽을 게르만민족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행사로 악용했다. 스포츠를 정치화한 것이다. 국제대회 유치를 위한 공문서 위조야 말로 광주시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였으며, 과정을 중시하지 않는 결과위주의 행정이 민주와 인권의 도시 광주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산 선생은 ‘지성인이 책을 써 전하는 것은 오직 그것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이다’라는 말씀을 남겼다. 존경하는 문순태 선생의 칼럼이 한 사람의 정치인을 위한 글이 아니라 시민 모두를 위한 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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