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참여 이끌어낸 문화도시운동 페스티벌
시민 참여 이끌어낸 문화도시운동 페스티벌
  • 대구=정인서 정성용 기자
  • 승인 2013.07.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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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를 살리는 메세나운동/대구메세나 8-2
근대건축물 ‘오래된 미래’로 도심활성화 재생사업 추진
문화를 토대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기업마케팅 펼쳐야
▲ 오늘날의 삼성그룹을 이끌어낸 고 이병철 회장의 대구 삼성상회 옛터

대구시 중구 북성로 공구상가 서편 끝자락 근방에 가면 ‘삼성상회 터’가 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1938년 이곳에서 별표 국수와 각종 청과물, 건어물을 팔면서 제분과 제당을 했다는 자리이다. 즉 이곳이 70여년 만에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을 만든 삼성그룹의 발원지이다.
뙤약볕이긴 하지만 직접 현장에 서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곳이 한국의 경제 심장부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株式會社 三星商會’라는 간판을 내걸었던 2층 건물은 1997년 9월 복개천 도로를 닦으면서 절반 넘게 헐어야 할 처지가 되자 당시 목조건물을 분해해 현재는 삼성그룹의 에버랜드 창고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당시 옛 모습을 재현한 화강암으로 만든 ‘삼성상회 재현 벽’이 웅장하게 서있고 그 앞에 실물을 25분 1 크기로 축소한 청동모형을 볼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삼성의 기념공원 정도가 만들어진 줄 알았더니 달랑 이것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대구 자갈마당 입구와 북성로 주변의 '명당'에 세워진 황금두꺼비 마당
삼성의 통큰 메세나 500억 오페라전용관 기부

어쨌든 이병철 회장의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주의’와 같은 경영철학이 젊은 세대에게는 도전의 뜻을 세우고 기성세대에게는 성장을 함께 한 의미 있는 곳이라 하겠다. 이어 북구 침산동 오페라하우스 옆에는 1954년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최초 역사를 써나가며 섬유도시 대구의 선봉에 섰던 제일모직 터가 있는데 현재도 이병철 회장 집무실과 기숙사 건물이 남아있다.
오페라하우스는 삼성그룹이 500억원을 들여 지어 ‘통큰 메세나’로 대구시에 무상 기증한 것이다. 그래서 오페라하우스 입구에는 높이 3.3m의 청동 전신상으로 양복을 입고 양팔을 벌린 호암 이병철의 동상이 있다. 이 동상을 ‘만지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삼성상회 터를 마치 둘러싼 모습으로 길을 따라 보이는 기업은 기계공구 수입도매상인 (주)크레텍책임이다. 그 길 끝에는 세 개의 기둥이 있는 조그만 광장이 눈에 띤다. 황금두꺼비를 비롯해 여러 마리의 색색 두꺼비들이 기둥을 따라 올라가는 듯한 모습이 왠지 정겹다.
지난해 6월 크레텍책임이 문화거리 육성을 위해 설치했다. 이곳 문화해설사의 이야기로는 삼성상회가 삼성그룹으로 성장한 데는 이곳이 명당이었던 곳이라 그 영향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크레텍책임도 그 명당에 두꺼비 조형물 광장을 만들고 황금두꺼비로 그 의미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 대구 북성로의 공구상가 밀집지역에 재구축하여 만들어진 대구 공구박물관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에 공구상도 참여

북성로 안에는 ‘전쟁이 만든 거리의 오래된 미래’가 있다. 북성로 내에 지난 5월에 개관한 공구박물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공구박물관은 1층 45㎡, 2층 31㎡의 규모로 1930년대 미곡창고로 쓰였던 근대건축물의 모습을 보존한 곳이다.
공구박물관 1층은 공작, 체험, DIY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북성로 기술자들의 작업공간을 재현한 방과 공구상들의 사무공간으로 구성되었다. 2층은 다다미방을 원형 그대로 살린 구조로 세미나와 교육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곳 북성로 공구박물관은 개관을 기념해 ‘전쟁과 북성로’라는 주제의 전시를 마련, 한국전쟁 때 미군탱크 내외부를 재현하고 지금의 공구골목을 있게 한 전시 물자, 탄피 통, 군용 컵 등 군수품 125점을 상설 전시 중에 있다.

▲ 권상구 대구 중구 도시 만들기 지원센터 사무국장
이곳에서 만난 권상구(39) 대구 중구 도시 만들기 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북성로 공구거리 도심재창조 사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이 사업 이전에는 대구근대문화골목의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던 문화운동가이다.
권상구 국장은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지역의 관심있는 공구상 대표가 참여하고 공간과 다양한 공구 물품 등을 기증해주어 공구박물관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면서 “도심재생사업의 하나로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사업을 진행하는 데 민간이 주도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자발적인 시민프로젝트로 키워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이번 리노베이션 사업은 대기업은 아니지만 일제건축물의 외형을 갖고 있던 와이어철물점 삼덕상회가 2011년 이후 휴업상태로 있어 삼덕상회측(고 김성운 대표)의 동의를 얻어 1호 리노베이션 ‘카페 삼덕상회’로 재탄생시켰다. 역시 고 김성운 대표의 선대가 운영했던 철원상회의 녹슨 옛날 공구와 철물, 부품 등을 기증받아 공구박물관의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 대구시민들의 소망을 담아 만든 대구은행 건물 외벽의 소망글판
대구은행, ‘지역을 愛人처럼’ 사회공헌

한편 대구은행은 DGB금융그룹의 DGB사회공헌재단과 함께 다양한 메세나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2013년을 ‘지역을 愛人처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문화예술 체육 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가 공연의 도시라는 사실을 반영해 올해부터 추진하는 사업으로는 대한민국가곡제(제1회)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다. 지난 5월 계명대와 공동 추진, 대한민국가곡대상 제도를 도입한 이 행사는 대한민국가곡합창의 밤, 세계예술가곡의 밤, 대한민국가곡의 밤 등 3개 영역으로 나눠 진행됐다.
DGB금융그룹 주형술 차장은 “이 행사에 내년에는 대구시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더 규모가 커질 예정이다”면서 “대구는 이 가곡제와 함께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등과 함께 3대 음악축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 주형술 DGB금융그룹 차장
또 매년 크리스마스 전에 지역내 문화소외계층 아동과 청소년을 초청해 갖는 희망나눔음악회, 매년 2~3월중 갖는 그룹 임직원들로 구성된 락밴드 ‘DGB Rock Account’의 사랑나눔자선음악회가 지난 2009년 결성 이후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공연을 마련한다.
대구은행 1층 로비에 마련된 25평 크기의 DGB갤러리는 지난 1989년에 개관했는데 규모는 작지만 지역기업 최초의 무료 전시장으로 각종 초대전과 개인전 등을 통해 이제는 유명한 갤러리로 자리를 잡았다.
또한 지난해 겨울 본점 열린광장 DGB소망터널에 고객이 자필로 작성해 부착할 수 있는 소망 글판을 설치했다. 당시에 총 1만369개의 소망을 담은 글판 메시지가 모였고, 이를 테마별(사랑, 가족, 우정 등)로 분류, 800여개의 소망글을 배치한 총 10개의 테마 글판이 탄생했다. 이 글판은 주기적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이밖에 2007년 10월에 문 연 대구은행금융박물관은 대구시에서 기업박물관으로 최초 등록했고, 2010년 9월에 시작한 레이디클럽 등은 각종 특강과 인문학 강좌 등이 있지만 특히 가곡교실을 통해 가곡이라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문화재단, 문화다양성 사업 통해 가치 확산

대구문화재단은 ‘예술로 행복한 도시 대구’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 대구의 인기 문화상품은 ‘대구근대문화골목’이다. 시민단체의 힘으로 만든 이 골목이 이제는 대구의 자랑거리이다.
이어 연극 ‘옛골목은 살아있다’로 1927년의 3.1운동과 서상돈 선생의 국채보상운동을 시민들에게 기억하게 만들고 ‘왈츠로 행복한 도시’의 선율이 매년 대구 두류공원 안 코오롱야외음악당과 대구학생문화센터 등에서 2010년부터 공연 중이며, ‘서정시를 읽는 도시’, ‘창작패션의 도시’, ‘다울림 페스티벌’, ‘영상예술의 도시’, ‘박태준과 청라언덕’ 등 문화도시운동 페스티벌을 열고 있는 곳이 대구이다.
대구문화재단이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2년 기준으로 512개 예술단체 지원, 재단 주최 및 후원공연 전시가 3,214건, 협력기관이 103개, 재단지원 참여예술인이 10,515명, 문화예술교육 참여학교 133개, 문화예술교육과정 187개, 문화예술강사 111명 등이 있었다.

▲ 이충희 대구문화재단 문화기획부장
대구문화재단 이충희 문화기획부장은 “재단 5년차에 들면서 중장기종합계획을 마련 중에 있다”면서 “예술은 상위층의 전유물로 그동안 인식되어 왔으나 이젠 문화다양성 사업을 통해 문화영역에서는 소외계층이 없도록 다양한 후원활동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8일 대구문화재단 메세나포럼이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렸다. ‘기업경영, 이젠 문화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메세나와 기부문화, 지역메세나 운동의 방향 등이 발표되고 토론이 있었다. 중심 내용은 “기업의 문화마케팅은 문화를 토대로 소비자와의 원활한 교환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문화를 공유하는 각 주체의 가치를 높여주는 활동”이라는 것이다.
왜 21세기의 오늘날 문화예술에 주목해야 하는가? 그것은 21세기가 창조산업의 시대이고 사회통합과 국가브랜드를 끌어올리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화예술을 통해 국가사회의 창의성을 발전시킨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대구=정인서 정성용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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