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윗목과 아랫목의 온도차
놀라운 윗목과 아랫목의 온도차
  • 이홍길 고문
  • 승인 2013.07.12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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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과 대통령의 가공할 시각 차이 -
▲ 이홍길 고문

과거 어려운 시대에는 온돌 사정도 좋지 않아서 아랫목은 뜨끈뜨끈해도 윗목은 자리끼가 얼 정도로 방바닥의 온도가 고르지 못했다. 온돌장이를 탓해보지만 쉽게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겨울철이면 감기를 끼고 사는 집들이 적지 않았다.
숙달된 온돌장이가 없어서 방바닥 온도차가 불가피했더라도 분명 그것은 좋은 방은 아니다.
항차 뜨끈뜨끈한 아랫목에서는 땀 흘리고 엉덩이가 시린 윗목에서는 벌벌 떨게 된다면 고역을 넘어서 금방이라도 방바닥을 파헤쳐 버리고 싶은 충동을 면치 못할 것이다.
국정원의 국기문란 행위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국정원은 게페우(GPU), 게쉬타포. 씨아이에 국가보위부를 연상시키는 대한민국의 권력중추다. 김종필, 김형욱, 이후락, 김재규가 수장을 맡았던 조직으로, 음지에서 일하면서 양지를 지향한다는 캐치프레이즈와는 달리 양지 권력의 표상으로 보통 백성들의 뇌리에 못박힌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헌을 훼손하고 국기를 뒤흔든 사례가 표면화된 일은 없었는데 이명박 정권 이후 대통령 선거 개입, 국가원수 대화록 공개라는 탈법을 자행하고도 석고대죄는 커녕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이 의연하기만 하다.
그 늠름한 배짱도 결국 뒷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국정원장의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은 국정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라면서 스스로 정보원 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개혁에 방점을 찍는 것 같은 외양을 갖췄지만, 오히려 국가원수의 대화록을 과감히 공개한 남 원장에게 국정원 개혁을 당부하여 신임을 듬뿍 실어준 인상을 주고 있다.
요새는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중 제 머리 못 깎는 법인데, 남원장이 국정원을 개혁한다는 것은 중환자에게 수술칼을 맡기고 도둑에게 도둑을 잡으라고 주문하는 것과 진배없다는 야당대표의 주장이 그럴싸하다. 오죽하면 바다 건너 미국의 워싱톤 포스트지가 ‘국가기밀을 다루는 국정원장이 대화록 공개에 앞장서 정보기관이 정치적 선동꾼이 되었다’는 비아냥을 할까?
남 원장은 국정원의 명예 때문에 대화록을 공개했다는데, 그 결과 초래된 국격 훼손과 국기문란은 아무렇지 않다는 말일까? 내가 아껴 사용하는 요강을 깨끗하게 씻기 위해 마을 우물에 담구어 씻었다면 용납되는 처사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사람에 대한 무한신뢰를 보내는 것은 권력 팀웤을 위한 탁월한 용인술이라고 강변하면 할 말이 없다. 요즈음 지난 시절의 긴급조치가 위헌판결을 받으면서 유신통치의 상흔을 치유하려는 것으로 보여 내심 반가웠는데, 구악을 치유하면서 신악을 지지르는 해괴한 일들이 생길까 두렵다.
지난 7월 2일 전남대 교수 141명은 시국선언을 통해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규탄하고 ‘지난해 말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국정원이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면서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근절대책 마련을 촉구하였다. 광주시의회도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국정원의 대선개입, 헌정유린을 지적하며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도 중요 국가기관의 불법행동에 의한 대통령 당선은 무효라는 주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처음 맞은 여성대통령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하얀 기대 때문일까? 아니면 동방예의지국 국민들의 자족감이 참고 또 참게 만드는가?
정의를 세우려는 것은 사람 된 도리이다. 민중이 정의를 외면하면 노예가 되고, 사람 된 미래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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