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 <이산가족 찾기 방송> 30년 그 후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 <이산가족 찾기 방송> 30년 그 후
  • 김덕모(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3.06.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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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KBS 1TV를 통해 6.25 휴전협정 30주년 기념 특별 생방송 ‘지금도 이런 슬픔이,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방송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1983년 6월 30일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당일 10시 15분부터 자정까지 하루 방송 예정으로 기획됐다.
그러나 한국전쟁 기간 중 헤어진 이산가족들의 대거 참여로 1983년 6월 30일부터 1983년 11월 14일까지 총 138일, 453시간 45분 동안 마라톤 생방으로 전파를 타게 돼, 기네스북에 세계 최장시간 생방송으로 기록 됐다.
10만명의 이산가족이 참여하여 5만 3,536명의 사연이 소개됐으며, 1만 189명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재회하는 기쁨을 만끽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 프로그램은 이산가족의 재회의 기쁨과 쓰라린 슬픔이 각본 없는 드라마로 재회하는 가족과 방송을 기다리는 참여자들 그리고 방송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함께 웃고 눈물 속에 슬픔을 나누는 국민 감동의 휴먼드라마였다.
이 프로그램은 냉전에 의한 한반도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통렬히 고발하고 전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평화의 중요성을 전 세계가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외신들의 반응도 뜨거웠고 감동적인 이산가족의 만남 현장을 포착하려는 내, 외신 기자들과 카메라맨들이 KBS로 집결했다.
AP, UPI, 로이터, AFP 등 서방 4대 통신과 각국의 일간지와 방송사들은 서울발 특파원 기사로 대서특필했고, 대규모 취재팀을 서울로 파견하기도 했다. 당시 세계 언론들은 이 프로그램을 TV 방송 사상 가장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칭찬했다. 1983년 제 6차 세계언론인대회에서 그 해의 가장 인도적인 프로그램으로 선정됐고, 1984년 세계평화협력회의 총회에서 세계의 방송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골드 머큐리 애드오시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방송사적으로도 이 프로그램은 KBS의 전국 네트워크가 동시에 참여하는 기술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다.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일방적 소통을 극복하고 일반 국민들이 방송의 참여자로 제작에 합류함으로써 제작자나 방송 전문인들만의 방송이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쌍방향방송시대를 열고 국민들이 모두 공감하는 우리들의 방송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또한 방송이 사회의 이슈와 어젠다를 설정하는데 있어 탁월한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자의 역할을 강력하게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은 당시 ‘국풍’, 민속씨름의 프로화, 프로야구 도입 등 관주도 대형 이벤트, 오락프로그램이 판치고 정권에 의한 3S(sex, screen, sports)정책에 방송사들이 컬러 TV를 앞세워 국민을 우민화한다는 비난과 비판에 직면했던 방송의 공공성과 공영성을 확고하게 일깨워 준 프로그램이었다.
방송 중간 중간 “누가 이사람을 모르시나요….”로 시작되던 이 방송의 상징곡 1965년 영화 ‘남과 북’의 주제곡이 아직도 귓전을 때린다. 최근 한 신문의 기사에서 ‘이산가족 찾기방송’ 30년이 지나는 동안 설운도가 불렀던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노래만 남고 많은 사람들이 그리운 사람들을 목메이게 부르며 죽어가고 있다.”는 애절한 소식을 접했다.
30년전 이 방송이 세계적으로 전파를 탄 이후 수 차례 남북이산 가족 상봉 행사가 있었지만 남북관계의 부침에 따라 아직도 이산가족의 만남은 요원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방송의 덕으로 그리고 정부와 적십자사 등 다양한 노력으로 남쪽의 이산가족은 어느 정도 찾았다.
문제는 남과 북으로 갈려있는 1,000만 이산가족의 아픔이다. 우선 우리 방송계는 남북방송교류의 추진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동서독 통일의 주역이 당시 서독방송이었음은 독일 통일 후 이루어진 많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공영방송으로서 KBS는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 평화 가족의 안전 행복 등의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방송의 문제해결자로서의 능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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