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성공 속에는 자만심이 싹튼다
잇단 성공 속에는 자만심이 싹튼다
  • 이상수 시민기자/전 호남대 교수
  • 승인 2013.06.1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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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시민기자/전 호남대 교수
인재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중국 후한 시대 관료인 유소(劉劭)가 쓴 <인물지>에 나오는 말을 들어보자.

“대신들에게는 어떤 일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고, 군주에게는 인재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즉, 대신들은 탁월한 지모지략을 제시하고 언변에 능한 것이 재주이지만, 제왕은 여러 대신과 백성들의 간언을 제대로 경청하는 것이 바로 재능이다.

대신들은 몸으로써 실천하는 것이 능력이고, 제왕들은 상벌을 잘 운용하는 것이 능력이다. 최고 통치자는 모든 일에 정통할 필요가 없고, 모든 일을 손수 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잘 통솔하는 것이 최고의 능력이다.”

이는 군주에서 말단 관리에 이르기까지 마땅히 따라야 할 위정(爲政)의 이치를 제시한 것이다.
그럼 중국 촉한의 정치가인 제갈량(諸葛亮)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훌륭한 재상의 상징인 제갈량은 역사적인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의 현명하고 명철함은 고금을 통해 다시 찾아보기 어렵고, 그 도덕적 인격에도 폄하의 여지가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정치가로서의 자질에 있어선 얼마든지 논의할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제갈량의 품성은 비난의 여지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에게는 고상한 인덕보다 통치하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 제갈량이 위정에서 드러낸 결점은 대국을 인식하지 못하고 세부적인 일에 지나치게 몰두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제갈량은 모든 일을 혼자 독점하여 처리하였다. 촉나라에는 제갈량만이 재상이요, 충신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훌륭한 일을 할 줄도 몰랐고 애당초 일하기를 원하지도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당시에 제갈량은 기산(沂山)을 여섯 번 드나들면서 마음속에 웅대한 뜻을 품고 있었고 수하에 맹장들이 구름처럼 많았다. 비록 예기한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당시 그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러나 바로 이 시기에도 제갈량에게는 인재부족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었고, 촉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는 전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갈량의 한계는 여러 분야에서 드러났다. 유비는 임종 직전 제갈량에게 마속(馬謖)이 충실하긴 하지만 크게 쓸 인물이 못 된다고 일러주었다. “마속이 말이 사실보다 지나치니 중용하지 말라.”고 제갈량에게 경고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제갈량은 마속을 마음에 들어했고, 가정전투(街亭戰鬪)에서 장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속을 선봉장으로 임명했다. 결과는 참패로 끝났다. 제갈량은 군율에 따라 눈물을 머금고 마속의 목을 베었으며, 유족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대우하였다.
 
제갈량은 뒤늦게 자신의 인재관리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뉘우치며 눈물을 흘렸지만 정작 자신의 성격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제갈량의 성격을 사마의(司馬懿)가 자신의 부하장수에게 한 말 중에서도 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제갈량이 충신이요. 뛰어난 전략가인 것은 사실이오. 단지 남을 믿지 못하는 것이 커다란 흠이지. 그는 지나치게 세심해서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관장하려 드는 것이 문제요. 이처럼 남을 믿지 못하는 태도는 윗사람이 가져야 할 자질이 아니오. 게다가 식사를 조금밖에 하지 않는다니, 어떻게 장수할 수 있겠소?” 라고 하였다 한다.

이 일이 있는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갈량은 과로를 이기지 못하고 병사하고 말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제갈량은 모든 일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지만 큰 뜻을 펼치지 못하였다.

그는 잇단 성공에 도취한 나머지 경청할 줄 모르고, 인재를 고루 양성하지 못하였으며, 모든 일을 혼자 독점하여 처리하려고 했기에 촉을 지키지 못하고 아쉽게 운명을 다한 것이다.

이런 고전을 통해서 보더라도 잇단 성공 속에는 자기도 모르는 자만심이 싹터 올라 경청할 줄 모르고 독선에 이르게 되어 일을 그르치는 결과를 가져옴을 우리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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