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민속예술의 새 해석은 가능한가
전통민속예술의 새 해석은 가능한가
  • 김정희 / 시인. 지역문화교류재단 운영위원장
  • 승인 2013.06.0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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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상태계가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춤추지 않는 바다를 대신하여 춤추고, 더 이상 노래하지 않는 새들을 대신하여 노래하는 신성한 의무를 지닙니다…’
채희완 선생은 ‘우리는 왜 춤을 추는가’라는 글에서 이렇게 적었다. 반생명을 척결하고 살아 있음에 겨워 신령스러움의 생성활동인 엑스타시를 체험하는 우리의 독특한 신명론-‘신명’은 일과 놀이, 그리고 창작과 향수의 전일적 통일체로서 모든 생명을 포태하는 출산적 정취(mood)가 고조된 민중적 미의식의 모체입니다. -그런 신명나는 전통민속예술의 굿판이 펼쳐졌다.
오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한국민속예술축제 제15회 광주광역시 예선대회가 빛고을체육관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제55회 한국민속예술축제 및 제20회 전국청소년예술제에 참가하는 광주광역시 대표팀 선발을 위한 경연대회로 일반부와 청소년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경연을 지켜보며 전통 민속예술을 발굴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대책과 학교 현장에서 전통 예술에 대한 인식이 재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우선 청소년부 참가팀은 주최측이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는 데도 참여율이 극히 저조했다. 초ㆍ중ㆍ고등부를 합해 참가한 팀이 네 팀이다, 시상에 필요한 절대 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매년 청소년부 광주시 대표팀 자리를 놓고 동신중과 대촌중이 번갈아 경합하는 실정이라 기량이나 내용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도 눈에 띄는 문제점이었다.
정작 해당 학교는 참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대회 출전을 준비했을 것이다. 일반부 역시 출전팀의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각 자치구에서 동호인들이 모여 취미로 하는 단체나 어르신 예술 동아리에서 참여하지 않는다면 명맥을 유지하기 힘든 실정으로 보였다.
큰 틀에서 보면 55회를 이어 온 한국민속예술축제가 지나치게 전통성을 강조하는 민속예술경연대회라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좀 더 창의적인 시각으로 전통을 재해석하는 전환점이 마련되어야 한다. 주최 측에서도 단순히 행사를 치르는 것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 측면에서 전통민속예술의 발굴 육성을 위해 교육청이나 시청, 각 자치구청, 문화원과 머리를 맞대고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져야 할 것이다.
전통문화예술 교육에 대한 지원의 효과는 당장 눈앞에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모든 문화 정책의 실현이 서서히 열을 내는 온돌과 같은 것처럼 청소년기에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체험과 교육을 받은 이들은 이후에도 우리 문화예술에 대한 리더의 역할을 이어 갈 것이다. 그것이 전통문화의 맥으로 되살아나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무한한 창조적 에너지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디딤돌이 된다.
물론 청소년부로 출전한 살레시오여자고등학교와 풍암중학교, 동신중학교, 대촌중학교 등의 경연을 지켜보며 전통민속예술에 대한 자긍심이 빛나는 무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문화로 세계를 움직이는 꿈을 키우는 것은 청소년기의 중요한 동기 유발이며 미래사회에 대한 큰 힘이다.
돌아보면 광주는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굉장히 중요한 장소다. 광주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가치는 지금의 새로운 예술 형식과도 맞물려 있다. 예술이 뭔가를 표현하는 도구로써만 활용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으로써 다시 한 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광주의 문화, 혹은 예술이 가지고 있는 많은 가능성들을 모색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자연으로서의 인간’이 ‘인간으로서 자연’으로 넘어가는 문화 과정의 진정한 꽃이 민속이고 예술이다.
다가오는 2020년대는 ‘모든 기기’ ‘모든 물건’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될 것이라 한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의 컨버전스(융합)시대, 모바일 기술은 지구촌 반대편 사람과 친구가 되는 ‘인터넷 지구촌’의 개념을 실현하고 있다. 최근 도시의 기능에도 컨버전스의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도시의 복합개발이나 ‘원-스톱 리빙 공간’으로 변모하는 건물들은 만성 교통체증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준다. 아울러 여가 공간의 기능까지 겸하며 이용의 편리성뿐만이 아니라 디자인의 우월성으로 다채롭고 경쟁력 있는 매력적인 도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친절하고 뛰어난 로봇까지 조정할 수 있는 첨단 미디어 시대에도 인간의 사고력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의 창조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이자 화두다. - 전통민속예술의 육성은 문화도시 광주를 채우는 콘텐츠의 속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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