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디지털매체가 뉴스 소비 변화 주도
개인 디지털매체가 뉴스 소비 변화 주도
  • 뉴욕․샌프란시스코=정인서 편집국장
  • 승인 2013.06.0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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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역언론 현장을 가다(상)
가족의 대소사 보도하는 지역뉴스에 관심 돌릴 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한 ‘지역신문의 디지털 혁신’이라는 디플로마 과정에 참여해 지난 5월12일부터 19일까지 7박8일간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방문, 주요 대학의 저널리즘스쿨과 지역 언론사를 방문해 디지털 혁신사례를 살펴보았다. 혁명적인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미국언론시장의 현황과 우리 지역 언론이 나아갈 방향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 주

미디어시장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종이신문의 시대에서 디지털언론의 시대로 변모하는 가운데 신문과 방송의 영역이 붕괴되면서 새로운 미디어시장이 기존 언론을 위협하고 있다.
더불어 인터넷과 SNS(사회적 관계망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개인 언론이 등장할 정도로 언론시장의 다변화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이상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더욱이 독자들이 기존 신문이나 TV, 또는 인터넷신문보다는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컨슈머리즘이 되고 있다.

뉴스 소비자들인 불특정 다수의 개인들이 언론매체를 경유하지 않고 아무런 제약 없이 무한정 소통이 가능해졌다. 다시 말하면 언론매체가 어떤 기사를 던지더라도 다수의 뉴스 소비자들에 의한 판단과 평가가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속에 언론산업의 새로운 사업기회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해 직접 뉴스와 관련한 양방향 의견을 주고받는 환경을 만들어가면서 뉴스의 가치를 독자들이 직접 판단하는 시대가 왔다. 따라서 기존 언론이 아무리 중요한 기사로 1면에 배치했다 할지라도 독자들이 그 기사에 무관심할 수도 있다.
또한 전통적인 언론의 관점에서 ‘광고성 기사(advertorial)’가 게재되는 경우가 있지만 독자들이 직접 그 가치를 판단하기 때문에 함부로 과장되거나 허위 사실을 실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한 상황을 이번 미국 저널리즘 대학과 지역 언론사 방문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뉴욕시립대학 언론창업과정 운영 눈길

   
 
우선 ‘큐니(CUNY)’라는 단어가 생경스럽다. 그러나 이곳은 언론창업의 새로운 전진기지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언론 창업이란 새로운 흐름은 미국 뉴욕시립대학(CUNY)이 2008년 가을학기부터 본격적인 저널리즘스쿨을 개설했다.
더욱이 이 저널리즘스쿨은 단순히 이론적 석사과정이 아니라 언론창업을 겨냥한 전문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특이했다. 독자가 줄고 광고도 줄고 급기야 신문이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지경에 ‘언론 창업’이라는 사실이 관심을 끌었다.
이 과정은 토우-나이트재단(Tow-Knight Foundation)이 1천만달러의 기금을 조성해서 운영되었다. 언론지망생 및 중견 기자를 대상으로 혁신사례, 창업가정신 및 경영 등 교육과 뉴디지털 미디어에 적합한 다양한 경제모델의 발굴을 위한 연구, 뉴스미디어 창업을 위한 자금지원과 연구개발 등을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창업저널리즘 관련 석사과정이 제공되고 있다. 현재 소장은 제프 자비스(Jeff Jarvis)이며, 교육담당 소장은 제레미 카플란(Jeremy Caplan)이다.

교육담당인 카플란 교수는 “CUNY 저널리즘스쿨의 기본 개념은 다양성이다.”면서 “인종이나 전공에 관계없이 창의적인 융합성을 언론에 접합시키는 방식으로 언론 창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이곳은 교수도 학생을 동료라고 부르면서 다음 세대를 위한 리더나 스타를 키워내는 준비가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의 복합적 경험이 공유되면서 새로운 언론의 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곳 출신 2명의 여성이 만든 ‘Four Square'라는 인터넷신문을 들었다.
카플란 교수는 “기자가 경영을 몰랐던 시대는 지났다”며 “미래의 언론은 비즈니스 기반의 저널리즘만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법률가가 창업을 위한 세부적인 기술을 가르치고,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이거나 상품을 홍보하는 기획기사 작성법 등도 강의한다고 설명했다. 또 언론사가 보유한 인적자원을 활용한 강연회 기법 등 수익 다변화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에서 지역저널리스트 집중 양성

특히 자비스 교수는 언젠가 가디언지에 기고한 글에서 “사이즈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의 기사를 누가 보느냐가 중요하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페이지뷰가 하루에 얼마나 되느냐는 사이즈에 집착하고 있는 국내 언론 환경에 따끔한 일침을 놓고 있다.
이제 기사는 속보성으로 쓰는 시대가 지났다. 좋은 화면으로 광고는 없애고 이야기식으로 풀어나가는 기사가 독자들의 흡인력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은 고품질 뉴스를 제공하는가의 여부, 언론의 지속가능성, 독자수가 중요하다는 점을 말했다.

CUNY에는 대학원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뉴스매체가 있었다. 이곳 편집장인 지어 헤스터(Jere Hester)가 대학원생 중심의 뉴스매체 운영에 대해 상세하세 소개해주었다.
TV방송으로는 ‘219TV’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30분 분량의 뉴스를 한 편 정도 제작해 지역 케이블TV에 제공한다고 했다. 또한 웹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매체(http://nycitynewsservice.com)가 있고 기존 언론처럼 매일 또는 주간 신문은 아니지만 광고는 없고 기사가 준비되는 대로 브롱스 지역 주민을 위한 신문을 1000부를 제작해 무료 배포하고 있다.
CUNY에서 가장 주목한 점은 학생들의 서약서다. 콜롬비아대학교나 뉴욕대학교의 경우 학기당 수업료가 1만3,000달러 정도인데 비해 뉴욕시립대의 저널리즘스쿨 학비는 5,000달러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싼 것일까? 물론 토우-나이트재단의 후원도 있지만 저널리즘스쿨 입학생은 뉴욕시민의 지원을 받아 싼 수업료로 공부하는 대신 졸업 후 뉴욕지역 저널리스트가 되겠다고 서약한다. 이로써 재정 기반이 열악한 지역 언론사도 우수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지역 언론사와 지역 대학의 상생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초지역밀착형 언론 뿌리 내릴 때

이들의 노력이 뉴욕타임스에 반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저널리즘의 대안으로 시민저널리즘의 도입을 깊이 검토해왔지만, 뉴욕타임스의 명성과 권위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꺼려했다. 그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The Local’과 같은 초지역형(hyperlocal) 저널리즘이다.
자비스 교수는 이를 시민저널리즘과 유사한 용어로 Networked Journalism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 사이트는 지난 2009년 3월 1일부터 운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블로그 포맷을 그대로 옮긴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제 우리 지역 언론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우리 지역 언론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광주시 전체를 보도하는 것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관심사는 그리 높지 않다. 지구 단위별 초지역밀착형 보도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뉴욕타임스의 ‘The Local’과 같은 가족들의 대소사 뉴스가 어색하지 않은 사이트는 구 단위나 아파트 단지별로 뉴스 사이트를 구성하고 이를 네트워크로 묶어 상향식 뉴스 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이 새로운 대안일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인터넷매체를 전국 체인 패치 네트워크(Patch network)의 샌프란시스코의 Palto Alto Patch(http://paloalto.patch.com)를 방문하면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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