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년연장, 고령자 고용의 조건 충족
<기획>정년연장, 고령자 고용의 조건 충족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3.05.30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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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고령자고용과 청년고용 상호 보완적 관계

일자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필수적이다. 문제는 좋은 일자리와 생계형 일자리의 차이로 인해 반실업자가 되거나 일을 포기한 채 실업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시민의소리>는 이같은 일자리 문제에 대하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표되는 자료와 각종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각 분야별 일자리 문제의 현상과 대안들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정년 문제가 우리 사회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조기정년이 그것이다. 지난 4월 30일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정년연장을 제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동안 기업마다 55세에서 58세까지 직급에 따라 들쭉날쭉 하던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이 법은 또한 법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의 노사는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실행한 사업주나 근로자에게는 정부가 고용지원금,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컨설팅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법은 300명 이상의 기업과 공공기관‧ 지방공사‧지방공단에는 2016년부터 적용되고, 300명 미만의 기업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는 2017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 법이 잘 시행되면 고령자의 고용연장에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 법이 부작용 없이 잘 시행되기 위해서는 여러 전제조건이 충족될 필요가 있다.

정년연장과 청년고용의 영향은?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정년은 57세를 약간 상회한다. 따라서 이 법이 시행되면, 2017년 이후에는 평균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3세 가량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년이 60세로 상승하더라도 근로자들이 바로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흔히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을 한다. 근로자가 정년에 비하여 평균 3~4년 이상 빨리 퇴직할 수밖에 없도록 압력을 받는 엄연한 현실을 나타낸 말이이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자가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연령은 2012년 현재 53세(남성 55세, 여성 51세)로 나타난다.
따라서 법정 정년연장이 실효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기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년이 연장되면,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임금비용 증대 등으로 인하여 경제성장이 상대적으로 둔화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이 약간이나마 촉진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일 가능성이 높은 ‘생애 주된 일자리’에 머무르는 기간이 3년 가량 길어지면, 개인적으로는 그만큼 추가적인 소득이 발생한다.
국민경제적 관점에서는 저축률과 투자율이 높아지고, 고령인구에 대한 부양부담이 경감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재정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정년연장의 효과와 관련하여 가장 큰 쟁점은 청년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다. 먼저 국내의 선행연구는 대부분 고령자와 청년이 노동시장에서 경쟁(또는 대체) 관계에 있다기보다는 상생(또는 보완) 관계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정년이 입법을 통해 전면적으로 연장되는 경우에도 청년고용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추론하기는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이 연구는 고용사정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과거 십여 년간의 자료를 사용한 것으로, 이러한 사정이 미래에도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등 선행연구는 상호보완적 관계

더 중요한 것은 정년연장 같은 입법적 변화가 기업주나 근로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쳐 과거와는 달리 고령자와 청년이 노동시장에서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해외 연구들도 고령자 고용과 청년 고용의 관계에 대해서는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구미의 선행연구들 가운데는 고령자와 청년의 경우 고용의 대체성이 보완성보다 강하게 나타난다는 연구가 더 많다.
OECD는 1994년 고령자와 청년이 노동시장에서 대체관계에 있다고 보고, 고령자의 조기퇴직을 촉진하는 것을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정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조기퇴직 정책은 연금 지출의 증가 등 재정 부담만 가중시켰을 뿐 청년실업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이에 OECD는 2005년 기존 입장을 폐기하고, 고령자고용과 청년고용이 상호 보완적 관계를 가진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령자 고용과 청년고용이 상충관계에 있다는 ‘신화(myth)’는 ‘고용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비과학적인 생각’에 기초한 것이며, 객관적 증거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일본의 선행연구다. 일본은 1998년부터 60세 이상 정년설정을 법으로 의무화했고, 2006년부터는 정년을 폐지하거나,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거나, 65세까지 계속 고용하는 것을 의무화하였다.

따라서 정년연장 및 계속고용제도의 도입이 고령자 및 청년 고용에 미친 영향을 사후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일본의 선행연구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오오타 소이치(太田聰一)는 1998년 60세 정년제의 일률적 도입 및 2006년 계속 고용 의무화 이후 고령자의 고용은 증가하고 실업률은 청년을 비롯한 타연령층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고 말한다. 즉 고령자와 청년층이 일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하는 모습이 강화되었다고 분석하고, 다른 선행연구들도 자신과 유사한 결론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한다.

정년연장과 고령자의 임금체계 조정

김준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장은 "정년연장이 실제로 고령자의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의 고용기간을 연장시키는 효과를 발휘하면서도, 청년층 등 다른 집단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조정이 필수적이다"면서 "이번 법 개정에서 임금체계 조정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된 것은 이러한 인식을 여야가 공유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임금체계 조정이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인건비의 제약을 받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자의 임금이 조정되지 않는다면 정년연장에 따라 신규채용 등을 억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나라는 근속에 따른 임금격차가 매우 큰 전형적인 연공형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어, 기업이 고령자 고용을 기피하고 조기퇴직을 유도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력의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은퇴가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정 정년연장은 시의적절할 뿐 아니라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법정 정년연장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노‧사‧정 모두가 합리적인 임금체계와 인사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 성실한 협의와 진지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조직문화의 변화도 필요하다. 고령의 근로자가 젊은 근로자와 무리 없이 협동하고, 때로는 지휘‧통제를 받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정년연장이 실제 퇴직연령의 상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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