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 창조마을은 외부전문가들의 ‘잔치상’
임동 창조마을은 외부전문가들의 ‘잔치상’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3.05.13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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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길, 무지개 골목길, 담쟁이 길은 ‘볼만’

예전 ‘버드리’라고 불리는 곳이 있었다. 광주읍성의 북문과 공북루로부터 서울로 가는 가로변에 조성된 버드나무 등 고목 숲길이 울창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이곳은 1935년에 유정(柳町)과 임정(林町)으로 나뉘었고, 1947년 정(町)을 가(街)와 동(洞)으로 통일하면서 임정(林町)이 임동(林洞)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임동의 유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숲’을 주제로 한 마을만들기 사업이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간 이곳에서 추진되었다.

시는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간 총 6억5천여만원을 들여 임동 창조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했다. 2011년에 1억6천여만원을, 2012년에는 4억9천여만원을 전액 시비로 임동에 투입했다.

전체 사업비 약 6억7천여만원 중 19,799,520원은 현재 이월되어 올해 사업을 계획 중에 있다. 2013년도는 이 이월금 외에 별도로 책정된 예산은 없다.

‘임동 숲의 마을 주민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전체 사업비 중 북구청에서 직접 발주한 3억8천여만원을 제외한 2억7천여만원을 집행했다.

전체 사업 결과 2년간 크게는 13개의 사업이, 세부적으로는 32개의 사업이 완료됐다.

지금은 ‘가뭄의 땅’이 된 숲의 마을

임동 창조마을 만들기의 동기가 되었고, 2011년 사업 중 가장 주민들의 참여가 활발했던 ‘폐화분 활용 녹색 생명의 땅 만들기’ 사업에는 2,500만원이 투입되었다.

꽤 모범적인 사업이라고 알려졌으나 직접 가서 본 느낌은 실망 그 자체였다. 다른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고, 일반 화분과 그림과 글씨가 쓰인 아트화분 100여개가 뒤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그곳에 만들어진 둥지화단은 봄인데도 화초 하나 없었고, 버려진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제 자리를 힘겹게 지키고 있는 우수통에는 물이 한 방울도 없었고, 또 다른 우수통은 아예 내팽개쳐져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가물어서 우수통에 물도 없고, 그러다보니 화분 관리가 안 돼 수백개였던 화분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대원시장 문화공간 조성은 ‘실패작’

다음으로 거의 창조마을 만들기의 거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원시장 문화공간 조성은 완전 실패작으로 평가될 정도다.

‘폐시장 활용 지역 문화공간 조성 및 일자리 창출’ 사업에는 2년간 약 1억원 가까이 들었다. 공간조성에 5,600여만원이, 단발성 프로그램 운영에 4,400여만원이 쓰였다.

이 사업이 추진된 폐시장은 대원시장으로, 3년간 무상임대를 조건으로 하고 있다. 올해가 협약이 만료가 되는 해여서 건물주와 다시 2년간 연장하는 협약을 추진 중에 있다. 건물주가 구두로 허락을 한 상태여서 연장은 무난할 것으로 예측된다.

협약 내용은 1층 4개 공간, 2층 1개 공간을 3년간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2011년에 이곳에는 아우라코리아를 비롯해 사회적기업을 지향하는 4개의 청년 창업팀이 입주해 사용했다.

2012년에는 입주해 있던 8개의 청년 창업팀 중 5개 팀이 광주형 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이 되었다. 그 중 2팀이 외부로 옮겼고, 3팀은 잔존해 있다.

5년 후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1억

이 사업의 문제로는 크게 공간의 효용성 문제와 사업 수행주체의 문제를 들 수 있다. 공간의 효용성 문제로는 이렇게 1억에 가까운 돈을 투입해서 장기적으로 이 공간이 살아날 수 있는 전망이 있느냐이다.

외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전기공사를 하고, 입주업체를 위해서 인테리어를 지원했지만 그 가치를 찾기가 힘들었다. 대낮인데도 음침하기가 그지없고, 내부에는 주차까지 되어 있어서 여전히 폐가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거미줄처럼 얽힌 전기줄까지 더해져 주민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이곳을 찾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게다가 3년이든 5년이든 협약이 끝나면 여기에 투입된 돈은 흔적없이 사라져 버린다. 누구를 위한 창조마을 만들기인지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지역 주민보다 외부인이 사업 ‘독식’

사업 수행주체의 문제로는 이 공간에서 진행된 단발성 프로그램의 사업을 외부에서 전문가라고 자처하며 입주한 업체들이 거의 대부분 맡았다는 점이다.

주민들의 참여보다는 외부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사업을 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폐시장(대원시장) 활용 문화공간과 일자리 창출 사업은 이들의 공간확보와 실적 확보에 활용된 측면이 강했다.

이는 협의회에서 추진한 창조마을 만들기 사업이 ‘주객전도’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주민은 대상으로 전락했고, 외부인들이 주인이 되어 여러 사업을 독식하며 영리활동을 했다.

이들은 2년간 이 공간에 입주해 있으면서 마을소식지 발행, 아트마켓, 임동 골목길지도 제작, 문화강좌 등 단발성 사업을 진행하며 7,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마을소식지 발간에 2년간 3,200여만원이 사용됐다. 올해는 예산이 없으니 이 사업은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선진지 견학을 포함한 프로그램 운영에는 2년간 3,150여만원이 사용됐다. 물론 이 프로그램들도 올해는 진행되지 않는다.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자력으로 마을기업과 전시회 운영할 터

이에 대해 유재명 마을닥터는 “앞으로 마을기업을 만들고, 2층 전시관을 활용한 마을극장이나 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을기업에서는 담금술이나 건강음료를 만들어 마을축제에서 소비되도록 하고, 2층 전시관은 양산동 창작스튜디오 작가들, 대인시장 작가협의회, 동구 스톤핸즈, 아우라코리아 등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실제 전시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폐시장 활용 문화공간은 주민과 함께하는 어떠한 사업도 아직까지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업비가 2012년으로 끊겼으니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아우라코리아, 1억3천여만원의 일감 수주

전체 사업규모로 봤을 때도 이들이 얼마나 많은 사업에 직접적으로 영리활동을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들이 2년간 임동 창조마을 만들기 사업에 직접 참여해 사용한 금액은 1억5천여만원에 이른다. 협의회에서 집행한 전체 예산의 55.36%가 넘는 금액이다.

2년간 세부적으로 32개의 사업이 완료됐는데, 이 중 외부전문가들과 청년 창업팀이 수주한 사업은 18개로 절반을 넘는다.

임동 창조마을 만들기 사업의 시작과 함께 설립되어 이 공간에 입주해 있는 ‘아우라코리아’의 경우만 보더라도 1억3천여만원의 일감을 맡았다. 이는 협의회가 집행한 전체 예산 대비 48.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아우라코리아’의 대표는 이재길 조각가이고, 유재명 마을닥터는 이 회사에서 기획일을 맡고 있다.

이 밖에 2011년 2,000여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만든 15개의 둥지화단은 주민이 아닌 구청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또 2011년 ‘내 집 문패달기’란 이름의 사업으로 달린 문패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들이 많아 연속성을 찾기 힘들었다. 크기도 작아 눈에 띄지 않았다. 눈에 띄지도 않고 연속성도 없는 이 문패 50개를 만들어 부착하는데 개당 10만원을 사용했다.

2011년 ‘감성의 숲 조성’은 동사무소 조경과 다를 바 없었다. 동사무소 내 화단 하나 추가하는데 2,000여만원을 썼다.

반면 2012년 몇몇 사업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특색과 실용성을 엿볼 수 있었다.

야구의 거리 조형물, ‘독특’

야구의 거리에 조성된 야구이미지 조형물과 야구와 생태이미지 타일모자이크, 무지개 녹색골목길 및 담쟁이 넝쿨길과 버스 쉘터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특색이 있었고, 기능면에서도 충실했다.

임동 일신방직 담장에 조성된 야구이미지 조형물, 야구와 생태이미지 타일모자이크는 ‘광주폴리’보다 차라리 더 나아 보였다. ‘야구의 거리’라고 이름지은 것도 무등야구장과 인접한 지역이어서인지 어색하지 않았다.

‘야구 생태 자전거길’과 ‘야구와 녹색생명이 숨쉬는 명품거리’ 조성을 위해 북구청은 공모와 입찰을 통해 3억8천여만원을 사용했다.

4,000여만원이 투입된 무지개 녹색골목길은 벽화 대신 파스텔톤의 페인트를 칠해 밝아 보였고, 문패도 깔끔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1,300여만원이 투입된 담쟁이 넝쿨길은 담쟁이가 아직 어려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담을 오를 것을 상상하니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버스 정류장은 앉을 자리가 만들어져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문제는 주민들은 '모르는 일'

하지만 이러한 사업들이 임동에 추진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주민들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또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지속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 예로 동네수퍼에서 만난 지역 주민 4명은 아트화분으로 조성된 골목길의 위치를 묻는 질문에 다들 “모른다”고 답했다. 아트화분으로 만들어진 골목길은 그 동네수퍼에서 걸어서 2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대원시장 부근에 만들어진 둥지화단 앞에서 만난 지역주민은 화초는 누가 심고 관리하느냐는 질문에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한다”고 답했다.

주민 중심의 마을만들기가 아니라 외부 사업체가 들어와 마을만들기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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