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는 사주의 자유가 아니다
언론의 자유는 사주의 자유가 아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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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광이 서울취재팀장
   
▲ 언론은 항상 권력의 반대에 서 있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서구에서, 경험을 통해 얻어진, 권력에 대한 불신을 토대로 견제장치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이글은 노무현 민주당 고문이 6월 28일 한국일보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포럼 '열린 광장'에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

늘 이 자리가 뜻깊은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몇 년 전 나를 이 자리에 초청했다면, 아마 제가 오긴 왔겠지만 상당히 부담을 느꼈을 것입니다.
`오늘은 손해보는 날이다, 손해보는 날이라도 가자`.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은 `뭐 이제 한번 해 볼만 하잖아, 손해날 것은 없겠지`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왔습니다. 우리사회의 변화를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언론사주의 자유는 다르다

그것은 언론사주라도 침해할 수 없는 특권이다. 언론사주가 언론의 자유를 내세워 방패막이로 하려한다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자 모독이다. 이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언론의 자유는 세금을 탈세하고 국민들 위해 군림하고 초법적 특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주체는 언론기자의 자유이고 한계는 취재·보도에 한정지어진 것이지 탈세의 자유나 그 밖의 어떤 초법적 자유가 아니다.

언론은 사주의 특권을 보호하는 도구가 아니다. 기자는 사주의 특권을 비호하는 하수인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무조사에 대해 언론장악 의도가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다. 변호사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모든 의문을 잠재울 수 있는 증거는 없다"는 법언이 떠오른다. 모든 의문을 해소시키는 논리 또한 없다. 의심의 눈으로 보면 한이 없다. 정부의 의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처음 세무조사가 시작될 때 이를 통해 언론을 장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중앙일보의 보광 세무조사에서 보았듯이 중앙일보는 지금도 건재하고 아직도 정부를 향해서 막강한 공격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경험에 비춰봐서 세금을 내면 할 일을 하는 것이고 그 뒤부터는 꿀릴 것이 없으니까 더 자유롭게 정부를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세무조사 결과가 나오자 너무 엄청나서 혹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제 이미 덮어버릴 수 없게 됐다. 지금 어떻게 흥정이 가능한가. 흥정이 안되면 언론을 조정할 수 없게된다.

사주횡포에서 인사 편집권 독립 이뤄야

이에 사회의 보편적 인식에 맞게 균형을 찾아야 한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 뿐 아니라 우리가 군사독재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사고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점이 해체돼야한다.

기자는 사주의 횡포로부터 독립되고 인사 편집권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언론개혁의 큰 과제이다. 유감스럽게도 한 두개의 수구·특권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언론들은 과거에 올바른 역사와 정의를 위해서 한번도 말한 적이 없다.

지금은 언론자유, 민주주의를 주장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이 사회가 군사정권의 군화발에 짓밟힐 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식인, 학생, 서민, 노동자들이 모두 끌려가 개맞듯이 맞고 고문당할 때도 그들의 권리를 위해서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

이 땅 서민의 참혹한 현실에 대해서도 철저히 외면해왔고, 그들을 편드는 변호사들이 그 자리에 가는 것은 비열한 방법으로 막았다.

그러던 그들이 지금 언론의 자유도 아닌 사주의 자유, 자유도 아닌 특권을 보호하기 위해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 일부 수구언론은 사주의 이익과 특권, 그리고 이것을 받쳐주는 수구적 냉전 논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청산돼야 할 과거의 가치를 악착같이 붙들고 있다.

이제 정부는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언론에 대해 간섭하지 말고 특혜도 주지 말아야 한다. 불법을 밝히고 법적용도 일반시민과 똑같이 해야 한다.
언론사는 어두운 과거를 스스로 청산하고 정도를 가는 언론으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

론사주는 비리의 실체가 드러난 마당에 국민에게 사죄하고, 기자들에게 언론의 자유를 돌려주든가 아니면 언론사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다. 기자들은 스스로 숭고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자존심을 갖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언론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데 맞서고, 직장인으로서의 자존심과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항거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시민들은 언론의 편파보도에 매몰되지 않는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항의하고 자기 권리를 찾는 당당한 시민이 돼야 한다. 정치권은 여론을 수용해서 법과 제도를 바꾸는 일을 해야 한다. 역사발전을 가로막는 1-2개 수구특권 언론과는 맞서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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