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제동원, 10대 어린 방적 공장 소녀들 흔적 찾아
일제강제동원, 10대 어린 방적 공장 소녀들 흔적 찾아
  • 이채원 시민기자
  • 승인 2013.05.0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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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월 광주, 해남, 여수일대 일제강제동원 피해 현장 답사 진행

▲종연(가네보) 방직주식회사 광주제사공장
“한번은 나랑 언니들 몇이서 일을 잘못한다고 전부 깨를 할딱 벗겼어. 빤쓰도 벗기고 가슴도 드러나게 해 가지고 기숙사 방마다 끌고 다니면서 곤란하게 하고 매질도 했댔어.”

“도망가다 다치는 사람도 많았고, 나가지 못해 지 바람에 미치는 사람도 있었어. 여공이 도망가면 기숙사에 소동이 일어나고 잡히면 옷을 벗겨서 방방이 끌고 다니며 창피주고 매질을 했다.”

일제강점기 대표적 방적공장이었던 가네가후지 전남공장에 동원돼 강제노동을 강요당한 여공들의 혹독한 피해 사례가 낱낱이 밝혀서 충격을 주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11일 일제 강제동원 광주지역 현장 답사를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가네보전남공장의 노동착취 사례를 공개했다.

이날 오전 10시 광주NGO센터에서 정혜경 박사(일제 강제동원 평화연구회 연구위원)를 초청 ‘일본이 일으킨 아시아태평양 전쟁에 동원된 조선인’이라는 주제로 일제 강제동원의 규모와 실태에 대한 강좌가 먼저 있었다.

이어 오후에는 직접 시민들과 함께 구 광주역, 전남도시제사공장터, 종연(가네보)방적 광주공장, 광주비행장 등을 찾아 70여 년 전 일제 말기 인권유린 현장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봤다. 이날 현장 답사는 가네가후치(鐘淵) 공업(주) 전남공장의 인권유린 실태를 되돌아보는 기회였다.

1935년 광주에 방적공장을 설립한 가네가후치(鐘淵) 공업(주)은 1945년 현재 조선인 노무자가 2,470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기업이었으나 노동실태는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가네보 전남공장은 기숙사가 공장 작업장 가까이 인접해 있었는데, 도주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업장과 기숙사 사이에 통로를 설치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소녀들은 생존의 위협을 절감하고 끊임없이 작업장 탈출을 시도했다.

눈에 띄는 것은 가네보 전남공장의 동원 당시 평균연령이 12.8세에 불과했다는 것. 심지어 9세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 집을 떠나 엄격한 규율을 강요하는 방적공작의 기숙사에 수용된 것 자체가 아동들에게는 공포였으나 이들에게는 다시 하루 12시간의 강제노동이 강요됐다.

이번 행사는 특히, 일본에서 아베수상이 침략전쟁을 부정하는 폭언을 서슴지 않고, 168명의 정치가들이 집단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는 등 우경화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소홀했던 역사교육 및 평화교육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답사프로그램은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와 함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광주지역 일대 답사를 했다.

근현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의 생애를 중심으로 한 답사 프로그램은 종종 있지만, 광복 이후 지역적 차원에서 일제강점기 노동력 동원현장 현장을 찾는 답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광주시의 후원으로 진행하는 이번 일제강제동원 현장 답사 프로그램은 11일 광주지역 일대를 시작으로, 해남 일대(6월15일), 여수 일대(7월27일) 등 3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이채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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