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생각한다
부모님을 생각한다
  • 정인서 편집국장
  • 승인 2013.05.0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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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서 편집국장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이라는 말은 부부를 중심으로 그 부모나 자녀를 함께 한 집단과 그들이 살아가는 물리적 공간인 집을 포함한 생활 공동체를 통틀어 이른다. 그래서 5월에는 사랑과 행복 그리고 건강을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5월에는 의미 있는 날들이 많다. 1일은 근로자의 날로 가정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노동을 통한 수입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날이다. 5일은 어린이 날로 이 땅의 꿈을 키우는 어린이들에게 미래를 맡기는 날이다.
8일은 어버이날로 자식을 낳아준 부모에게 효도를 기리는 날이다. 물론 이 날만 효를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도시생활로 인해 떨어져 사는 부모를 다시 생각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자신의 핏줄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슴으로 낳은 자식을 기르는 가운데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가족이 된다.
15일은 스승의 날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진리를 가르쳐 준 스승에게 은혜를 갚는 날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의 삶에 방향을 제시해주는 모든 이들은 나의 스승이라 할 수 있다.

20일은 성년의 날이다. 부모의 가슴 속에서 성장해온 아이들이 어른으로 대접 받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만큼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을 지는 약속을 하는 날이다. 성년이 되면 모든 의사결정에 대해 자신의 인생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부부는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온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통해 종족을 번식하고 가정을 꾸려가는 가장 기초적인 집단의 주체이다. 부부가 서로 존중하고 예의를 갖출수록 가정은 행복해진다.
이렇게 가정과 관련된 날들이 줄지어 있다. 특히 5월의 중간인 15일은 스승의 날이기도 하지만 가정의 날이다. 가정을 형성하는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살던 때가 있었다. 이른바 대가족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대가족을 찾아보기 힘들고 핵가족이 늘어나는가 하면 돈을 벌기 위해 뿔뿔이 흩어져 사는 가족이 많다. 그러다보니 전화로만 가족의 끈을 연결할 뿐 가정은 형성되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부모가 사업의 실패나 이혼 등으로 자녀를 조부모에게 맡기는 조손가정이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자신의 몸 하나도 가누기 어려운 할아버지 할머니가 ‘핏줄’이라는 이유로 손자를 돌본다.
또 성장한 자녀가 있지만 나 몰라라 하는 경우로 인해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생활이 궁핍한데도 정부의 영세민 지원을 받지 못해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쓸쓸한 가정의 달을 맞이하는 아픔과 서글픔 그 자체이다.

같은 도시에 살아도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이지만 그래도 내 자식이려니 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껴안는 것이 또한 부모의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자식들은 알기나 할런지 모르겠다.
올 들어 4명의 부모님 가운데 두 분을 떠나보냈다. 지난 1월에는 아버님을, 며칠 전에는 장모님을 연달아 보내고 나니 더욱 부모님에 대한 정이 그립다.
나이 50, 60이 넘은 자식들이 눈물을 흘린다. 80이 훌쩍 넘어 90을 바라보는 남아 있는 부모님은 그래도 자식 걱정에 이런저런 말들을 하신다. “감기 걸리지 마라.”, “잘 먹고 다니냐.”, “늘 고맙다.”

이제 함께 살자고 해도 손사래를 치며 마다하신다. 더 힘들게 되면 그 때 가서 보자고 한다. 함께 살면 눈에 보이는 일들로 인해 ‘간섭’을 하기 마련이고 그러면 좋은 관계였던 부모 자식 간에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부모가 말씀하시면 ‘네!’하고 달려가던 시절이 있었다. <소학(小學)>에는 “무릇 사람의 자식 된 예는 겨울이거든 따스하시게 하고 여름이거든 서늘하시게 하며, 저녁이면 (잠자리를) 정하고 새벽이거든 살피며, 나갈 제 반드시 여쭈오며 돌아옴에 반드시 뵈오며”라는 구절이 있다.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데 행해야 하는 도리이다. 어머님은 같은 도시에 살고 있지만 차로 5분 거리이다. 장인은 차로 1시간 거리에 계신다. 언제든 갈 수 있는 거리이기에 충분하다. 그런데도 자주 들리지 못하고 있어 늘 ‘불효’를 하고 있다는 죄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살아계실 때 효도하라”는 말이 있다. 부모를 떠난 보낸 뒤에 찾아갈 곳이 없는 그 공허함은 상당히 오랫동안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직도 멍한 감정이 남아 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현실에 하루빨리 적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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