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다크30]에 빈라덴을 사살하다!
@[제로다크30]에 빈라덴을 사살하다!
  • 김영주
  • 승인 2013.04.24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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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오블리비언]을 재미있게 보았다. 2077년, 외계인과 전쟁을 벌인 뒤에 황폐해진 지구가 스산하게 황량했다. 그 지구에서 벌어지는 잠자리를 아주 닮은 헬기와 둥그렇게 괴이한 로봇의 치열한 싸움이 스피디하고 박진감 있었다. 톰 크루즈와 모건 프리먼의 캐릭터도 좋았다. 대중재미와 영화기술이 A0에서 A+쯤 되는 재미있는 영화이다. 그러나 영화내용이 워낙 상투적인 소재에 너무나 뻔한 내용인지라 이렇게 너댓 줄의 글을 쓰고 난 뒤엔, 더 이상 이어갈 이야기꺼리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 황폐해진 지구만큼이나 내 영화이야기도 말라버린 것 같았다. “참 재미있는 영화인데도, 이야기보따리가 이토록 풀리지 않다니! 헐~”

이야기할 마땅한 영화가 잡히지 않아서, 보고 싶었으나 미처 보지 못하고 놓친 영화를 찾아보았다. [제로다크30], 영화제목이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허트 로커]의 캐더린 비글로 감독이 만든 영화이기에 무조건 보고 싶었다. Zero Dark30? 깊은 밤 자정에서 30분이 지난 시각 00:30am을 뜻하는 군사용어인데. 가장 어두울 때까지 기다린 뒤에 타겟을 ‘침투하여 공격한다’는 암호란다. 이 영화는 9.11테러의 주모자 ‘오사마 빈라덴’을 미군이 10여 년 동안 찾아 헤매다가 사살하게 된 사건을 다큐멘터리처럼 그려간다. 네이비씰 특공대원들이 빈라덴의 은신처를 찾는 작전타임이기도 하다.



9.11테러와 빈라덴, 참 만감이 교차하는 낱말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걸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코 ‘극우와 극좌’이다. 그래서 미국 공화당과 소련 공산당을 무지무지하게 싫어한다. 지난 20세기 100년을 지겨워하는 건, 그 극우와 극좌가 지구촌의 모가지를 틀어쥐고 흔들어대며 횡포를 부리던 ‘냉전체제’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한나라당이 대통령을 차지하는 못지않게, 미국에서 공화당이 대통령을 차지하는 걸 힘들어하고 낙담한다. 2000년 11월 미국대선에서 공화당 부시가 대통령이 되었다. “아! 지구촌에 또 무슨 난리법석이 일어날까!” 게다가 부시 대통령의 ‘惡의 축’이라며 핏대 세우며 외치는 말이 더욱 심상치 않았다. 이른바 ‘네오콘’이라는 극우꼴통이다. 그런데 그 1년도 채 되지 않아 ‘난리법석’이라는 말과는 차원이 달리 입이 떡 벌어질 ‘9.11테러’가 터졌다. 그리곤 그의 재선까지 8년 동안 ‘미친 돈바람과 피바람’이 소용돌이쳤다. 부시와 빈라덴, 누가 악마일까? 둘 다 악마이다. 그 뒤에 종교가 도사리고 있다. 종교가 악마가 된 시대, 이 얼마나 나쁜 일인가!

2011년 5월 1일, 빈라덴이 죽었다. 9.11테러가 일어난 지 10년만이다. 한 쪽 악마가 죽었으니 다른 쪽 악마는 조금씩 수그러들면서, 이 세상이 조금씩 나아질까?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지금 세상은 그 어느 악마가 나쁜 짓을 하는 게 아니라 그 뒤에 거대한 세력이 도사리고 있기에, 언제든지 또 다른 빈라덴이 뒤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되풀이되는 형국이다. 그래서 보스턴테러가 다시 일어나고, 그 범인이 잡힌다고 더 나아질 낌새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피의 악순환’이다. 난 兩非論을 싫어한다. 변명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만사에는 그 무엇에나 輕重과 先後가 있기 마련이요, 그 사이 사이 틈새 틈새에 구구절절한 사연이 담겨있다. 그걸 양 끝으로 몰아세워서 선동하는 게 나쁘다. 지구촌의 역사를 돌아보면, ‘국가와 종교’가 그 나쁜 짓에 앞장 서 온 게 셀 수없이 많다. 미국 극우대통령과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맞짱을 떴다. 누가 더 나쁠까? 이런 이야기는 이 영화에 전혀 없다. 마치 미국기자가 취재수첩을 바탕으로 논픽션을 쓰듯이 펼쳐간다. 주인공과 주요조연이 미국 CIA요원이니, 순전히 미국의 보수파 관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 감독의 관점과 내공 : 보수파 A0.

[허트 로커]와, 이슬람지역에서 전쟁을 소재로 한다는 점도 같고, 연출하는 분위기나 기법도 거의 같다. “전쟁터의 어느 한 모습을, 다큐멘터리 같은 리얼러티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억지로 꾸며 만들어낸 긴장감이 아니라, 고밀도 리얼러티로 긴장을 바짝 돋운다.” 놀랍도록 대단한 연출력이다. 3년 전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세계적으로 흥헹대박을 친 옛 남편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는 촬영상 미술상 시각효과상 3개 부문 밖에 주지 않았지만, 저예산 영화인 [허트 로커]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음향상 음향효과상’이라는 6개 부문의 큰 상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 더구나 여성감독에게 최초로 작품상과 감독상이라는 신기록까지 안겨준 화제꺼리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번 영화제에선 5개 부문이나 노미네이트되었음에도 상을 하나도 주지 못했다. 이거저거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허트 로커]가 좀 더 낫지 않나 싶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리 뒤져 보이지도 않는다. 지난번에 큰 상으로 화끈하게 밀어주어서 이번엔 접어둔 걸까? 그래도 여우주연상쯤은 받을 수도 있었겠다 싶도록, 제시카 차스테인의 캐릭터와 연기는 인상적이다. 체구가 자그마하고 연약해 보여서 이런 살벌한 전쟁터와 고문실을 어떻게 감당할까 싶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 전체를 장악하며 그 작은 한 몸에 짊어지고 당당하게 이끌어가는 다부진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그래서 골든글로브가 그녀에게 여우주연상을 주었다. 문득 강금실 법무장관과 이정희 민노당 대표가 떠올랐다. 참 대단한 여인들이다. * 영화기술 A+.

<예고편>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64765&videoId=40526

상영시간이 2시간 30분을 넘는다. 나는 매우 재미있었지만, 대중들은 별로 재미없겠다. 감독의 섬세하면서도 굵고 묵직한 연출능력을, 많이 느낀 사람은 A0, 적게 느낀 사람은 B0, 느끼지 못한 사람은 C0쯤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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