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언론인들의 사회
죽은 언론인들의 사회
  • 시민의소리
  • 승인 2013.04.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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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시민의소리>가 지난 1일자(616호) 4개면에 걸쳐 광주지역 언론의 실태를 보도한 바 있다. 일간지만 26개사가 등록되어 있고 18개사가 발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7개 언론사의 본사 기자는 20명이 조금 넘을 뿐이며, 나머지 신문사는 불과 1~2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러다보니 제대로 된 보도는 없고 관공서의 보도자료 베끼기에 급급해 이 신문이나 저 신문이나 같은 뉴스 뿐이다.

언론인 출신들이 광주지역의 주요 기관들마다 이런저런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이래서 후배 언론인들이 제대로 기사를 못쓴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사회 비평전문 미디어 '짱돌(ZZANGDOL)'의 117번째 뉴스레터에서는 최근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에 언론이 내정된 것을 두고 '죽은 언론인들의 사회'라고 글을 썼다. 곱씹어 읽어볼 일이다.

죽은 언론인들의 사회

 ‘정론직필, 펜은 칼보다 강하다’ 이런 말을 들으면 기자라는 직업이 참으로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반대로 식당마다 내걸린 어디어디 방송사, 신문사의 추천 맛집이라는 형형색색의 플래카드를 마주할 때면 ‘저것들이 꼴값하고 다녔구나’ 말이 저절로 새나온다.

 며칠 전, 지역의 한 군청 공무원들이 출입기자단에게 ‘군청에 출입하는 기자가 1백 명이 넘어 업무 수행에 지장이 많으니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협조문을 보냈다는 말을 듣고는 옆에서 그런다. ‘같잖은 것들이 설치는 꼬락서니 하고는…….’

 우리 지역엔 열 손가락으로 세고도 남을 만큼의 신문사들이 있다. 여기에 방송사, 인터넷까지 더하면 열 손가락을 두 번 꼽고 남을 만큼의 언론사들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고, 저항하면서, 사실을 알리고 진실을 밝히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딱, 기자로써 해야 할 일만 하고 있다는 단서를 달았을 때는 말이다. 이렇게 아니꼽게 말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언론과 달리 시민은 언론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지역의 한 기자출신 인사가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에 내정되었다는 언론보도들이 있었다. 
 문화재단의 문화예술 행정은 원래 광주시 공무원들의 사무이지만 문화예술의 특성을 고려해 문화재단을 만들고, 예산을 주어, 사무를 위탁한 곳이다.  그리고 사무처장 자리는 재단 이사장의 명을 받아 지역 문화예술의 각 영역과 현장을 총괄 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이라 할 수 있다.

 내정 절차는 이랬다. 사무처장 공모에 총 23명이 응시했고, 이중 21명이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이들 중에서 언론사 중역을 역임한 60대 내정자께서 사무처장 역할에 가장 합당하다고 결정한 심사위원들의 판단을 광주시장이 받아 들였다.

 심사위원들과 광주시장까지도 내정자께서 잘 하실 것으로 보고 있다는데, 문화예술에 비전문가인 나로서는 60대, 언론인 출신, 문화재단 사무처장, 그 분께서 큰 역량을 발휘하리라 기대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하도 많은 지역언론사 기자출신들이 광주 행정의 요소요소에 들어가 있어서 후배 기자들이 정론직필을 제대로 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 될 뿐이다.

아주 우스운 질문을 해보자. 
언론이 언론을, 기자가 기자를 비판할 수 있을까? 답은 물론이다. 아주 가끔은 방송사끼리 또는 신문사끼리 서로의 논조를 놓고 펜 싸움을 펼친다. 하지만 이 전투의 끝을 볼 마음은 애초부터 없었다는 듯 흥미로울 때쯤이면 으레 꼬리를 감춘다. 이것도 전국구 언론사들이나 아주 가끔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이벤트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우리 지역 언론사들에서는 이런 펜 싸움을 보질 못했다. 적어도 한두 번 정도는 상대 언론사의 논조에 불만일 때도 있고, 보도가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곡해한 경우도 있을 법한데, 싸우는 법을 잊어 버렸는지 펜 싸움도 그보다 덜한 문제제기도 없다. 이유가 뭘까? 서로 신사협정이라도 맺었을까. 그러지 말자고, 아니면 팔은 안으로 굽어서? 

내친김에 하나 더 하자. 
매일 아침 각 가정으로 배달되는 지방지(신문)를 본 적이 있는가? 난 없다. 물론 미용실 같은 데를 가보면 서울에서 만들어진 일간지와 함께 원 플러스원으로 배달되어 온 지방지들이 간혹 함께 놓여 있기도 하다. 자발적 유료 독자도 많지 않을 그 많은 지방지들은 어떻게 망하지 않는 것일까. 또 기자들은 제대로 된 월급을 받기는 하는 것일까? 

개업한 식당 10곳 중에 7곳이 1년 내에 문을 닫고 3년이 지나면 그 중 1곳만이 살아남는다는데, 이들 언론사들이 용케도 살아남는 비결을 나도 그렇고 여러분도 궁금해 하실 것이다. 
 정론직필,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등의 말은 말자. 출입기자만도 100명이 넘어 취재활동 자제를 요청하는 ‘출입기자 협조문’을 공무원들이 발표하는 게 이 지역 언론 현실이다.

이야기를 마치며, 이 글이 어려운 국내 정치여건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 회복을 위해 기자의 명예를 걸고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의 참 언론인들께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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