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신문은 무엇으로 사는가?
광주지역 신문은 무엇으로 사는가?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3.03.28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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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주 영입, 주재기자 지대 등 기형적 방법 동원

광주를 냉소적으로 표현하는 말로 3多3無라는 말이 있다. 3多3無란 언론은 많은데 독자는 없고, 시민단체는 많은데 회원은 없고, 대학은 많은데 학생은 없다는 말이다.

광주는 불운하게도 이 말과 딱 들어맞는다. 그 한 예로 광주지역 언론의 현황을 살펴보면 독자없는 신문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광주에는 지역 언론사가 몇 개나 될까? 이에 대해 시민들에게 물으면 거의 대다수가 정확한 답을 말하지 못한다. 심지어 전․현직 기자에게 물어도 틀리기가 일쑤다. 이 질문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다는 것은 알겠는데 정확히 몇 개나 되는지는 모른다고 답한다.

이제는 이 문제를 심심풀이 퀴즈로 내도 될 성 싶다.

최근 광주시 자료에 따르면 광주시에는 253개의 정기간행물이 등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 신문이 180개를 차지한다. 이를 신문의 등록형태로 나누면 일반일간이 26개, 일반주간이 21개, 특수주간이 23개, 인터넷신문이 110개 등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지역에 배달되는 중앙일간지와 경제지까지를 더하면 잡지를 빼고도 200여개가 넘는 신문이 광주에 넘쳐나고 있는 셈이다.

지역 일간지만 따지면 145만의 광주에는 26개이고 350만 인구를 가지고 있는 부산광역시에 지역 일간지가 3개인 것과 비교하면 놀라울 일이다. 부산의 지역일간지는 부산일보, 부산매일, 국제신문뿐이다.

<광주지역 정기간행물 등록현황>                                                 2013년 3월 20일 기준

신문

일반일간

일반주간

특수주간

인터넷신문

비고

180

26

21

23

110

 

잡지

월간

격월간

계간

연2회간

비고

73

36

7

20

10

 

총계

253

 

 

 

 

 

지역일간지 26개 중 18개만 정상 발행

지역일간지 26개 중 신문을 제대로 발간하고 있는 곳은 18개이고, 나머지 8개 신문은 발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발행되고 있는 신문들로는 광주일보, 전남일보, 무등일보, 호남매일, 광주매일, 전남매일, 남도일보, 호남신문, 전남도민일보, 남도투데이, 희망일보, 광주타임즈, 남도매일, 조간호남일보, 전광일보, 광주드림, 무등매일, 광남일보 등이다.

발행이 중단된 신문들로는 전남아침신문, 호남일보, 일간광주신문, 아침일보, 일간호남일보, 한반도일보, 매일광주신문, 광주전남아시아경제 등이다. 이들 미발행 신문들에 대해서는 광주시의 정확한 실태조사와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하겠다.

광주시는 2011년 초 실태조사를 통해 8개의 정기간행물을 직권취소한 바 있다. 당시 직권취소된 일간지는 대한일보와 남경일보였고, 주간신문은 뉴스라이프와 여성호남이었다. 특수주간지로는 광주동구신문과 호남타임즈였고, 인터넷신문은 뉴스광주, 잡지는 월간호남이었다.

<광주광역시 일간신문 등록 현황>                                                                 

연번

등록일자

제 호

대주주

대주주직업

발행인

편집인

발행유무

1

1980.11.29

광주일보

허재호

대주건설

김여송

김여송

발행

2

1988.04.25

전남일보

정영희

기업인

박경엽

박경엽

발행

3

1988.04.25

무등일보

김정수

서영대 총장

전용준

전용준

발행

4

2000.11.10

호남매일

김준수

건설업

김준수

김준수

발행

5

2002.04.30

광주매일신문

마형렬

남양건설

서영진

서영진

발행

6

2005.09.21

전남매일

이승기

삼능건설

신용호

신용호

발행

7

2006.06.23

남도일보

김상풍

건설업

박성호

박성호

발행

8

2007.08.29

호남신문

김형철

석산건설

김형철

김형철

발행

9

2007.11.02

전남아침신문

 

 

이상균

이상균

미발행

10

2008.06.09

전남도민일보

이용권

사업

이용권

이용권

발행

11

2008.07.29

호남일보

 

 

이현철

이현철

미발행

12

2008.08.06

남도투데이

박효장

건설업

오효순

오효순

발행

13

2008.08.21

희망일보

엄절용

언론인

엄절용

엄절용

발행

14

2008.09.26

광주타임즈

이자형

신문사 업무국

이자형

이자형

발행

15

2009.02.05

일간광주신문

 

 

김스라

김스라

미발행

16

2009.07.01

남도매일

송동석

여행사

송동석

송동석

발행

17

2009.09.14

조간호남일보

김용남

건설업

최옥수

최옥수

발행

18

2010.01.22

아침일보

 

 

김승남

김승남

미발행

19

2010.04.02

일간호남일보

 

 

최창식

최창식

미발행

20

2010.07.27

光全日報(광전일보)

김금주

건설업

김 훈

김금준

발행

21

2010.09.13

한반도일보

 

 

송원종

송원종

미발행

22

2011.08.31

광주드림

송한수

의료인

송한수

채정희

발행

23

2012.04.17

무등매일신문

 

 

윤승병

윤승병

발행

24

2012.5.03

광남일보

최갑렬

삼일건설

김선남

김선남

발행

25

2012.05.25

매일광주신문

 

 

최문술

최문술

미발행

26

2012.10.26

광주전남아시아경제

 

 

이승범

이승범

미발행

현재 발행되고 있는 18개 일간지의 실질적인 사주의 직업은 건설업 관련이 10개로 가장 많았다. 이를 통해 사주가 언론을 사업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거나,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소유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발행되고 있는 18개 신문사 중 한국기자협회 회원사는 7개다. 광주일보, 전남일보, 무등일보, 광주매일, 전남매일, 남도일보, 광남일보 등의 기자들은 여기에 속해 활동하고 있다. 나머지 11개 신문사의 기자들은 이와 다른 별도의 조직인 대한기자협회에 개별적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일반 일간지가 기자 1~2명이라니!

한국기자협회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는 7개의 신문사에 등록되어 있는 기자수는 주재기자를 포함 총 350명이다. 광주일보가 66명으로 가장 많고, 남도일보가 36명으로 가장 적다.

주재기자를 뺀 각 신문사의 본사 기자수를 살펴보면 대체로 20명 내외다. 본사 기자만을 살펴보면 광주일보가 24명, 전남일보가 29명, 전남매일이 19명, 광주매일이 27명, 무등일보가 23명, 광남일보가 22명 등으로 총 144명이다. 남도일보는 본사기자와 주재기자를 구분없이 표시해서 이를 파악할 수 없었다.

<광주전남기자협회 등록 기자수>                                                              2012년 말 기준

회원사

본사기자

주재기자

광주일보

24

22

66

전남일보

29

35

64

광주매일

27

29

56

전남매일

19

23

42

무등일보

23

21

44

광남일보

22

20

42

남도일보

36

36

나머지 11개의 일간지의 기자수는 통계를 잡기가 힘들었다. 다만 이들 신문사들이 5인 이내의 기자들로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비밀이다. 심지어는 1~2명의 기자로 신문을 만드는 곳도 있다.

이와 같은 통계를 토대로 볼 때 광주에 기자 명함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의 수를 어림잡기란 불가능하다. 다만 일간지 기자들이 대략 190명 정도임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지형원 문화통 대표는 이렇게 광주에 언론사와 기자가 많은 이유로 ▲언론이 갖는 힘에 대한 기대와 동경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 환경 ▲역사적으로 정의를 부르짖은 도시 특성 ▲기자라는 직업을 버리지 못하는 언론인들의 특성 ▲자기 소유 언론을 통한 이권개입 및 사업보호 ▲언론자유화 이후 허가제가 신고제로 완화된 제도 등 6가지를 꼽았다.

시민 전 모씨는 박봉에도 기자들이 버틸 수 이유로 기자 명함이 주는 중독성을 들었다. 그는 “기자 명함으로 출입처에서 밥이나 술을 접대 받을 수도 있고, 사건이 터지면 촌지도 받을 수 있는 행운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생존하는가?

광주지역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처럼 지역 언론사들이 많다는 것이고,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할 뾰족한 대안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여기에서 파생된다. 독자없는 일간신문, 적자에 허덕이는 일간신문, 한정된 파이를 놓고 다투는 제살 깎아먹기 경쟁, 지방정부의 언론통제에 고개 숙인 기자들, 기자없는 일간신문, 박봉에 시달리는 기자들, 임금체불, 월급없는 기자들, 주재기자의 紙代로 버티는 일간신문, 촌지 등은 현재 지역 일간지에서 표면화된 문제들이다.

한마디로 생존 자체가 신비다. 모든 신문사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은 기정 사실로 알려져 있다. 구독료를 내고 보는 독자들이 없다 보니 지역 일간지들은 기형적인 방법으로 생존하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다 보니 이들은 사주를 바꾸는 방식으로 버틴다.

운영이 안 되면 신문사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또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주를 영입하여 유지한다. 작년에 광남일보는 사주가 바뀌어 다시 등록을 했고, 최근엔 전남매일이 매물로 나와 있는 실정이다.

곽복률 (사)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는 “언론이 독자들의 관심권 밖으로 벗어나는 순간 그 매체는 특정인 또는 소수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른바 사이비 언론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생존 방식은 행정기관의 광고나 후원, 주재기자들이 보내는 지대, 촌지 등에 기대어 버티고 있다.

침묵의 카르텔을 깨는 바위치기

방송통신위원을 지낸 양문석이 분석한 지방신문이 위기에 처한 7가지 원인 중 2가지는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양문석은 ▲토호세력이 장악한 비합리적인 시장구조 ▲기획보도 홍보비, 판공비, 촌지, 계도지 비용, 지자체 광고 등과 연계된 관과의 유착관계 등을 꼽고 있다.

지형원 문화통 대표도 이에 대해 “지역 일간지가 독자가 없음으로 해서 견제와 비판 기능의 상실과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문제를 야기했고, 결국 이는 언론사의 영향력 상실로 이어져 권위의 추락과 함께 불필요한 존재로 전락했다”며 “이에 따라 지역 언론사는 기관이나 공무원 등에 강제구독, 광고 강제, (일부 언론사이긴 하지만) 협박과 갈취, 권력과 야합 등을 통해 버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지역 언론의 총체적 문제에 대해 남궁협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는 “광주는 미스테리한 지역이다. 이렇게 지역언론이 많은 이유는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며 “지역신문들이 황폐화되어 존재감이 없다. 따라서 지역민들에게 아무런 영향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초기에는 신문이 지방 토호들의 이권다툼에 이용되었지만, 언론의 난립 이후 이권다툼의 당사자가 되었다”며 “현재는 지역언론에 저널리즘의 기능을 기대할 수도, 그렇다고 뾰족한 대안을 제시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광주가 민주와 정의의 도시라고 하지만 언론은 정반대의 길로 치닫고 있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다”며 “그런 의미에서 볼 때 5.18정신은 미완성이다. 언론이 오히려 지역의 정서, 문화, 공동체정신과 이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대안언론이 필요한 이유로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무기력한 언론질서에 도전하는 제2의 민주화운동이 필요하다”며 “언론의 홍수 속에서 새로운 언론이 성공할 수 있겠는가라는 냉소적인 시각도 있지만 광주의 언론 현실을 극복할 새로운 패러다임의 언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언론사, 자정노력 필요

전율호 참언협 이사장도 2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안언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극단적인 표현으로 일간지만 20개가 넘는데 기자 월급도 주지 않으면서 기사로 장사하고 다니고 있다. 지역 신문시장의 올바른 질서를 잡고, 언론인이 언론인답게 활동할 수 있게 자극을 줘야 한다. 열악한 지역 언론환경을 모니터 수준에서 방치해선 안 된다. 지역언론이 혁신되지 않으면 지역사회의 혁신이 없다. 우리는 혁신의 자극제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또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바른 언론에 대해 우리 모두 절감하지 않았나”라고 답한 바 있다.

지형원 문화통 대표는 “기자에게는 굶어죽어도 좋으니 정론직필하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이 필요하며, 언론사들은 그 나름대로 폐업 내지 언론사 간에 통폐합을 통해 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종합일간지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색깔을 갖는 전문지로 전환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고 덧붙였다.

남구에 사는 홍 모씨(54)는  “언론사 자체적으로 자율정화라도 해서 난립문제를 극복하고, 스스로 존재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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