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광주․전남 미래산업으로 떠오른다
‘의료기기’ 광주․전남 미래산업으로 떠오른다
  • 이재의 소장
  • 승인 2013.03.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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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시대 고부가가치 다품종 소량생산 기술집약적인 산업
광주 광산업, 전남 생물산업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 창출 기대

오늘날 최첨단기술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데는 어디일까? 전쟁무기와 의료기기 이 두 분야가 바로 그런 영역이다. 살상 무기와 그 대척점에 있는 의료기기에 첨단기술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아이러니컬한 현상은 인간 존재의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성격을 잘 드러낸다.

스텐트 시술, 환자 생존율 40%에서 90%로 높아져

최근 의료기기의 발달은 눈부시다. 혈관이나 식도, 위장관 등 인체에서 둥그런 관을 형성하고 있는 부분에 이상이 생겨 막혔을 때 삽입하는 튜브형 구조물을 스텐트라고 한다. 오늘날 스텐트는 말초혈관, 심혈관, 뇌혈관 등 혈관계는 물론 전립선이나 요도 등 비뇨기계, 식도 위 소장 대장 담관 및 췌장관 등 소화기계, 기관지 폐 등 호흡기계, 눈물샘의 누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스텐트 시술이 이렇게 인기를 끄는 것은 대형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 등으로 막힐 경우 가슴을 절개하여 막힌 혈관 부분을 몸 밖으로 빼내 우회하는 큰 수술이 일반적이었다. 생존율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스텐트 몇 개만 삽입하면 대부분 해결된다. 스텐트 시술이 보편화되면서 환자들의 생존율이 40%에서 90%로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의약품과 더불어 의료기기의 발달은 그만큼 인간의 수명연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령화사회 노인용 의료 시장 크게 팽창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기술 발달과 고령화에 따라 노인용 의료기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 자본이 투자돼야 하는 신약개발에 비해 개발기간도 짧고 소규모 투자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게 의료기기산업의 특징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정부도 의료기기를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지정하고 국가차원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크게 늘려가는 추세다. 2009년 8월 충북 오송과 대구를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지정하여 의료산업을 IT, 자동차, 조선산업에 이어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키운다는 전략도 시작됐다. 강원도에는 2000년도 초부터 원주에 터를 잡은 연세대 의공학과를 중심으로 이미 의료기기 업체들이 상당 정도 클러스터를 형성한 상태다.

지난 1월 27일 필자는 두바이에서 열린 의료기기전시회를 참관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꽤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가 초음파, 치과용 CT 등 영상진단장치를 중심으로 의료기기분야의 국제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한국의료기기협회 소속 30여개 기업들은 단체로열 참가했다. 특히 강원도의 ‘원주의료기기클러스터’ 및 경남의 ‘김해의생명센터’ 입주기업들이 별도로 판매대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아쉽게도 광주전남지역 기업은 한군데도 없었다. 이 전시회를 통해 세계 의료기기산업의 동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질환 진단 ‘바이오마커’ ‘나노기술’과 만나다

눈에 띄는 몇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술용 영상진단 장비는 대형화, 전자화되는 추세가 뚜렷했다. 이 분야는 기술력과 자금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GE, 지멘스, 필립스, 도시바 등 다국적기업들의 각축전이 치열하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휴대폰의 성공에 힘입어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업으로 자리 매김되면서 선명한 해상도를 요구하는 영상의료기기 분야에 도전장을 낸 셈이다.

둘째, 전시회에 참가한 우리나라 의료기기 제품들은 당뇨 혈압 혈액성분 등 소형 진단기기들이 주류를 이뤘다. 대부분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는 전자기술을 응용한 제품들이다. 셋째, 진단시약은 인간게놈프로젝트 등 최신 분자생물학과 나노기술의 연구 성과가 도입되면서 영상장치 못지않게 기술진화 속도가 빨랐다. 특히 질환별로 특이한 반응을 보이는 다양한 바이오마커의 발견, 바이오센서의 획기적인 정밀도 향상이 눈에 띄었다. 넷째, 의료기기에도 맞춤형 의료시대로 변화되어가는 추세다.

개인별 DNA정보에 기초해서 잠재적인 질환을 예측하고 휴대폰 등 유비쿼터스 시스템을 통해 미리 관리하는 방식이다. 아직 초기형태지만 여러 분야에서 유비쿼터스 접목을 시도하는 의료기기들이 선보였다. 아울러 환자와 병원, 의료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미래형 토탈솔루션도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었다. 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유전생태학적 접근이다. 예를 들면 아랍의 쿠르드족에게서만 특별히 많이 발생하는 안과 질환을 유전생태학적 측면에서 그 종족 특유의 유전인자에서 찾아내려는 연구도 소개돼 흥미를 끌었다.
스타킹, 신발, 기저귀, 텐트 등도 고부가가치 의료용품으로 변신

다섯째, 신발, 스타킹, 기저귀, 텐트 등 전통산업에 속하는 생활용품 가운데 상당수가 의료기기로 탈바꿈해가는 추세다. 가령 여성용 스타킹은 적당한 강도로 다리의 필요한 부분을 압박함로써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의사나 전문 연구기관의 치료효과에 대한 임상자료가 제시됨으로써 스타킹이 의료용품으로 변신한 사례다. 물론 이런 의료용 스타킹은 보기에는 보통 스타킹과 비슷하지만 가격은 훨씬 비싸게 팔린다.

우리지역 전통산업 분야도 노력하기에 따라 부가가치가 높은 의료기기품목으로 진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 꽤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섯째,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헬스케어영역과 의료기기산업이 융합되는 모양새다. 특히 천연물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생활 속 건강용품들이 의료기기와 짝짓기를 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직까지는 기능성 식품이나 화장품 목욕용품 형태를 띄고 있지만 점차 노인들의 생활 속에서 필요한 의료기기와 결합하고 있다.

가령 강한 항균력을 가진 편백 피톤치드를 욕창 환자들의 침대시트 재료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다면 천연물인 피톤치드가 의료기기 소재로 변신하면서 부가가치가 크게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마디로 의료기기는 첨단기술 영역에서부터 전통적인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광주연구개발특구에서 새싹을 키운다

광주전남지역도 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관심이 크다. 비록 오송이나 대구처럼 국가첨단의료복합단지로 지정받지는 못했지만 이 지역 특색을 살려 틈새시장 중심으로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나름대로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다. 광주의 경우 조선대와 전남대 치과병원이 앞장서서 치과의료기기 클러스터를 정부 지원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였다. 안타깝게도 최종단계에서 좌절됐지만 올해도 재도전해야 할 과제다. 전남은 지난 2008년부터 장성 나노기술산업단지에다 국립심혈관센터 설립을 추진해왔으나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고, 화순 메디컬밸리에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 유치도 지지부진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의료인들과 지자체, 기존 산업계를 중심으로 지역차원에서 의료산업 육성을 위한 물밑 노력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전남의 경우 2006년 화순에 유치한 녹십자백신이 생산해 낸 독감백신이 이듬해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신종플루 위기극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의료산업육성에 탄력을 받게 됐다. 전남대 화순병원에 백신임상사업단이 설치되어 대형 국책연구과제를 수주하는 등 연구역량을 키워가고 있으며,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의 헬스케어소재연구소 유치 등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전남대병원과 장성군, 나노바이오연구센터가 중심이 돼 국립심혈관센터 설립 추진과 심혈관용 스텐트 연구개발 착수 및 스텐트 생산을 위한 기업유치, 장흥 천연자원연구원의 천연물신약소재 개발 등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나노바이오연구센터는 2010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나노융합의료부품소재창업보육센터’ 사업을 유치해 3~4등급 생체용의료소재부품 생산에 필수적인 GMP 시설을 기업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스텐트, 펩타이드, 마이크로니들 등 나노기술을 활용한 의료소재분야의 벤처기업 육성에도 발벗고 나섰다. 이를 바탕으로 전남도는 최근 미래 성장동력산업 아이템에 의료기기분야를 포함시켜 본격적인 육성을 추진할 태세다.

광주의 경우 조선대 치과대학을 중심으로 '치과용정밀장비 및 부품 지역혁신센터(RIC)'가 조선대첨단산학캠퍼스에 설치되는 것을 시작으로, 전남대 치과대학이 중심이 된 ‘미래형 생체부품소재육성사업단(RIS)’의 활동이 본격화됐다. 특히 광산업을 집중 육성해 온 광주광역시는 앞으로 광의료기기를 육성함으로써 고부가가치형 융합산업을 창출해낸다는 복안이다. 첨단산업단지을 중심으로 광주연구개발특구에 위치한 한국광기술원도 광기술을 응용한 의료기기 관련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같은 지역 산업계의 변화에 발맞춰 광주과학기술원 역시 2010년 의료시스템공학부를 설치하여 의료기기전문인력 양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역역량 고려 특화된 분야 집중육성 전략 필요

의료기기는 부가가치가 높다. 다품종 소량생산인 데다 고급인력의 고용효과가 크다. 이런 특징 때문에 요즘 여러 지자체들이 지역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도 아직 초창기인 의료기기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 발벗고 나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육성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연구형 대학병원과 고급 기술인력이 필요하고, 관련분야의 다양한 첨단기술 및 임상연구에 상당한 돈이 투입되지 않으면 어렵다. 특히 광주와 전남은 의료기기 생산업체가 아직 미미하다.

이런 실정을 고려한다면 지역의 실정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특화된 분야를 선정, 집중 육성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의료기기는 분야가 워낙 다양하여 아직 빈 공간이 넓다. 우리지역도 전략만 잘 짜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큰 틀에서 본다면 광주가 보유한 광기술과 전남의 바이오기술이 반드시 융합돼야 시너지효과가 나게 돼 있다. 원주나 대구, 오송이 육성하려는 분야와 겹쳐지지 않게 우리 지역만 가지고 있는 산업적 특성을 잘 결합하여 집중 육성한다면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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