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2교대제 도입으로 생활 변화 실감해요”
“주간2교대제 도입으로 생활 변화 실감해요”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3.03.07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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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조립3부 한정열 주임
공부하여 쌓아온 현장겸험 맞춤형 교육 전수
▲ 한정열 주임은 현장에서 큰형처럼 포근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다. 광주고속 판금반에 들어가 자동차와 인연을 맺은 뒤 그의 첫 사회인생이 시작됐다. 힘들게 심부름 하며 일했다. 70년대 중동 건설붐이 일 때는 현대건설 이라크 현장에서 땡볕더위를 이겨내며 일했다.
나이 먹으면서 서울프레스(현 서울차체)에서 기능공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시아자동차에서 사람을 모집했다. 큰 공장에서 일한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옮겼다. 1987년 2월에 입사했는데 처음에는 버스 제조 라인에서 열심히 일했다.
1997년 IMF 때는 정말 힘들었다. 순환무급휴직제가 도입되면서 한 달 일하고 한 달 쉬는 시절이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어떻게 버텼는지 모를 정도다. 당시는 반장 직분이었는데 일이야 있든 없는 회사에 나와 어떻게 재개할 것인가 고민도 많이 했다.
그렇다고 그는 자신의 힘으로 회사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그만 힘이라도 보탠다는 생각으로 나올 뿐이었다고 한다.

목표는 기능장 도전이라는 꿈 실현

봉급이 제때 나와야 가정이 꾸려지는 데 한 달만 급여가 나오지 않아도 살림이 삐걱거렸다. 이때 직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곤 자기개발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기아자동차로 바뀐 뒤 2003년에 봉고트럭 라인의 주임이 되었다. 지금은 조립3부에서 현장관리 주임으로 일하고 있다.
광주공원 인근에 있던 상아탑학원에서 검정고시 공부를 했고 고졸 학력 자격을 얻었다. 폴리텍대학을 1년 다니면서 5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장에서 일하고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2009년에 사단법인 한국품질명장협회로부터 품질명장 칭호를 듣게 됐다. 우리나라에 1300명 정도밖에 없다.
또 2010년 자동차조립과 관련하여 신지식인 인증도 받았다. 늘 자동차조립을 머릿속에 그리며 개선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놓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산학협력 과정으로 개설된 서영대학교 자동차학과를 2012년 2월 졸업했다. 무조건 열심히 공부했다. 이제는 공부를 더 해서 기능장에 도전할 생각이다. 서영대 측에서도 추가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교수들이 지원해준다고 약속했다.

27년차 일하며 처음으로 편안한 느낌

이제 사회는 기능인이 대우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는 언젠가는 퇴직 이후에 그간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기술사관학교나 마이스터고에서 강의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3교대제 할 때는 정말 공부하려는 시간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4일부터 시작된 2교대제 덕분에 이제는 공부할 기회가 많아졌고 자기개발을 위해 다른 기회도 찾을 수 있게 되어 더 큰 꿈을 꾸고 싶다.
벌써 27년차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27년 만에 처음으로 2교대제 근무가 도입되었다. 지난 4일 첫 주간조로 일한 날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3시40분에 퇴근한 뒤 아내와 함께 처음 한 일이 어등산에 올라간 것이다. 마음의 여유는 물론 몸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옆의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들도 퇴근 후에 무등산에 올라간 이도 있었고 헬스장에 다니는 이도 있었다. 도 누군가는 골프를 배운다며 실내골프장에 등록했다고 자랑하는 등 회사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불과 며칠의 일이지만 변화가 일고 있다는 실감했다.
다음날에는 다른 기회를 찾으려 회사 복지회관에 있는 실내수영장에 등록했다. 이제는 책을 볼 시간도 생기고 헬스를 할 수 있는 시간도 만들 수 있다. 노후를 대비한 나를 위한 투자에 더욱 시간과 열정을 쏟을 계획이다.

아들도 아버지 따라 자동차 길 걸을 터

지금 많은 대학들이 청년취업을 위해 맞춤형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현장에서 물러나면 그런 자리에서 강의를 하고 싶은 게 하나의 꿈이다. 그래서 강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산학협력 인턴으로 들어온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있다. 인성교육은 물론이고 현장에서의 문제해결기법, 제안활동 등 회사 적응훈련을 시키는 중이라 했다.
아들도 한 주임을 따라 자동차 공부를 했다. 조선이공대학 자동차과를 나와 여러 자격증도 갖고 있고 실무 경험도 쌓아 최근 기아자동차에서 직원을 모집하는 데 서류를 냈다.
아직은 선발 숫자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 2월 15일 마감한 결과 4만6천여명이 지원했다는 후문이 들린다. 그래도 아들 녀석은 서류는 충분히 자격을 갖추었으므로 면접만 잘하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 입사만 하게 되면 부자간에 일하게 된다며 크게 웃었다.
큰딸은 고려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를 다니고 있다. 곧 졸업인데 제 앞길을 스스로 가려서 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 주임의 또 하나의 꿈은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일이다. 아마 모든 사람의 소망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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