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태도가 국민에 대한 봉사와는 거리가 먼, 극히 잘못된 것일 뿐만 아니라 이제는 국민들에게 먹혀들지도 않는 낡은 것임은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뼈아픈 일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민주당의 자세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국민의 고통스런 신음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민생의 불타는 현장에 민주당은 없었다. 나는 오래 전 새누리당의 어느 의원이 자신들은 웰빙정당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웰빙정당이 되버렸음을 부인할 자신이 없다.
민주당은 국민에 대한 자세를 백팔십도 전환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늘 ‘국민의 뜻을 하늘처럼 받드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했다. 여기에 해답이 있다. 우리는 민주당 쇄신을 시작하면서 맨 먼저 우리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종복임을 분명하게 확인하고 국민의 뜻을 그야말로 하늘처럼 받들겠다는 태도를 확고히 해야 한다.
우리의 상전인 국민 누구라도 언제 어디에서든지 민주당에게 말하고 민원(정책적인 민원이든 개인적인 민원이든)을 전달하고 도움을 요청할 때 실시간으로 접수해야 하고 지체 없이 온힘을 다해 해결해 드려야 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국민들이시여! 다 저희 민주당으로 오시옵소서. 저희가 여러분을 쉬시게 하겠습니다.” 이것이 민주당의 기본정신이자 존재이유가 돼야 한다.
2007년 대선 당시 민주당 선대위는 산하에 ‘가족행복위원회’를 만든 바 있다. 이 위원회의 선거운동원은 유권자를 상대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말하는 전통적인 선거운동을 하는 대신에 유권자가 민주당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나 민원을 듣고 와 즉시 위원회 본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었다. 이렇게 보고된 내용은 온라인 시스템에 올려서 체계적으로 취합하고 분류해서 해당 책임자에게 회부하고, 그 책임자는 유권자의 말씀이나 민원을 지체 없이 적절하게 처리하며, 그 처리상황과 처리결과를 해당 선거운동원을 통해 해당 유권자에게 알려주도록 했다. 이러한 처리과정은 공개하기에 부적절한 경우를 빼고는, 해당 유권자를 포함해 국민 누구나가 온라인 상에서 검색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이 가족행복위원회를 실제로 얼마나 잘 가동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 취지는 참으로 훌륭한 것이었다. 나는 이와 같은 시스템을, 선거 때는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늘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대대적으로 운영할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
민주당에 가칭 ‘24시 민심 민원 구조센터’를 당장 만들자.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몸소 그 센터장을 맡아서 시작하고 자리가 잡히면 다른 중량급 의원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다. 여기에 민주당의 모든 인적, 물적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
모든 당원은 국민들을 위한 민심 민원 구조 일꾼이 되고 모든 당 조직은 이 센터의 보조기구가 돼야 한다. 국민은 누구나 온오프라인의 어느 수단을 통해서나 센터에 접근할 수 있게 시스템을 완비하고 시급한 민원 민생 현장에는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부터 솔선해 달려가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당의 문화를 쇄신하자.
지금 민주당은 지난 선거 패배의 원인을 밝히고 당 시스템과 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시급하고도 어려우며 중요한 과제를 풀어나가는 열쇠도 바로 국민의 소리와 요구를 듣는 일일 것이다.
민주당의 모든 활동, 즉 대선평가위원회, 당 혁신위원회,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비롯한 갖가지 기구의 활동과 국회 및 각 지방의회의 원내활동 등은 ‘24시 민심 민원 구조센터’를 통해 들려올 국민의 뜻과 요구에 맞춰져야 한다. 이것이 민주당이 진정한 국민의 정당,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수권정당으로 거듭 태어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