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의 비애
대머리의 비애
  • 이철원 변호사
  • 승인 2013.02.1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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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원 변호사

문) 요즘 우리 사회는 외모에 많은 관심을 가집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있지요, 아무리 김태희의 얼굴이 되고 싶다고 해도 될 수 없고, 장동건의 롱다리를 갖고 싶다고 해도 가질 수 없는 아픔(?)이 우리에게는 있지요. 그러나 최소한 우리의 몸이라도 잘 간수해서 더 빛나고 멋지게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이자 희망일 것입니다.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외로움에 지칠대로 지친 나빛나 씨.
그는 너무나 사랑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소망은 사랑하는 여인과 한적한 공원에서 숨바꼭질을 하는 것입니다. 그는 그렇게 작은 것에 기뻐할 줄 아는 순수하고 소박한 남자였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 카페에서 알게 된 한 여성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친해졌고 드디어 데이트를 할 수 있는 행운이 생겼습니다. 그는 맛난 식사를 한 후에 둘이서 공원을 한가롭게 산책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무심하게 분 바람. 그 바람에 휑하고 날아가 버린 검은 색 가발... 그리고 그때 드러난 휑한 앞머리. 그 대머리를 보고 당황한 여성은 그냥 도망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속을 태우던 나빛나 씨는 얼마후 다시 인터넷 카페에서 그 여성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그 여성은 카페 게시판에 나빛나 씨는 대머리라는 것을 폭로하는 글만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너무나 충격을 받은 나빛나 씨는 그 여성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요?

답) 우리의 판례에 의하면, 나빛나 씨를 대머리라고 불렀다고 하더라도 이는 신체적 특징을 묘사한 말일 뿐 객관적으로 나빛나씨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나빛나 씨가 실제로 대머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물론 신체적 특징을 묘사하는 말도 명예훼손죄로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나, 대머리는 머리털이 많이 빠져 벗어진 머리,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표준어이고, 그 단어 자체에 어떤 경멸이나 비하의 뜻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어떠한 신체적 특징이든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 유행 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은 점, 본건과 같은 경우를 유죄로 인정한다면 처벌의 무분별한 확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를 명예훼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시하며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 무죄라고 결정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사안에서도 나빛나 씨의 대머리를 인터넷 상에서 대머리라고 표현한 것은 나빛나 씨 입장에서는 불쾌할지 모르지만 법적으로는 무죄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대머리를 원해서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기에 나빛나 씨의 체면을 생각해서 비록 대머리지만 그의 대머리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소중한 머리카락을 잘 간수하여 모두 멋쟁이가 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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