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의 재발견, 오늘 들어온 책은 몇 권?
중고의 재발견, 오늘 들어온 책은 몇 권?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3.01.16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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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삼복서점 자리 알라딘 중고매장 오픈
최소 1~2천원부터 본 가격 20~30%할인해 구입

▲알라딘 중고매장 간판에 쓰여진 오늘 들어온 책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해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마음의 양식이라고 불리며 한 장 한 장씩 넘기며 읽는 ‘책’. 책을 파는 서점은 우리 주변에 가장 쉽고 가깝게 접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대신해 이야기꾼이 되어준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책은 사고팔고 돌려보기까지 하는 매개체로 주변 곳곳에 헌 책방을 찾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헌 책방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서점 등장으로 초대형 서점마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이다.

광주우체국과 함께 금남로 충장로를 거쳐 가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 약속 장소였던 ‘충장서림’이 그나마 명맥을 이어갔으나 인터넷 대형 서점과의 경쟁에 따른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채 지난 2012년 8월에 잠시 문을 닫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26일 옛 삼복서점 자리에 오픈한 알라딘 중고서점 충장로점.
▲알라딘 중고서점로 들어가는 입구 벽면에는 유명 작가들의 일러스트로 꾸며져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대형 책 중고매장 시민들 눈길 끌어

이 틈새를 공략해 지난 2008년 삼복서점이 문을 닫은 자리에 대형 중고서점이 등장했다. 인터넷 서점으로 유명한 알라딘은 지하 1층에 지난해 10월 26일 매장을 열고 전국에서 7번째 오프라인 중고매장을 마련한 것이다.

보통 중고 책방, 헌 책방을 떠올리면 먼지가 폴폴 날리는 좁은 공간에 산만하게 이쪽저쪽 책이 쌓여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겠지만 매장을 들어선 순간 생각을 완전히 뒤엎는다.

▲알라딘 중고서점 입구 벽면에 꾸며진 책 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벽면에는 다양한 유명 작가들의 일러스트로 꾸며지고, 유리벽 속에는 새로운 책들도 빼곡히 벽면을 꾸미고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매장간판에 바로 눈에 확 뛰는 ‘오늘 들어온 책 1658권’. 이 간판을 본 순간 “과연 오늘 어떠한 책이 더 들어왔을까?” 하는 호기심에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렇게 알라딘 중고서점은 매일 고객들에게 매입하는 권수와 인터넷에서 매입해 물류센터에서 가져온 책 권수의 총 권수를 합산해 매일 바뀌는 ‘오늘 들어온 책’을 선보여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문화수도 광주에 자리 잡은 알라딘 중고서점은 지난 2011년 9월 서울 종로에 첫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낸 뒤 신촌·강남, 부산, 경기도 등 총 8곳이 있다. 한편 충장로점은 대략 661m²(200여평) 정도의 크기로 전국 알라딘 중고서점 중 규모가 가장 큰 매장으로 알려졌다.

매장에는 매일 들어오는 ‘새 책 같은 중고 책’을 ‘오늘 들어온 책’이라는 코너에 배치했고, 알라딘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역대 베스트, 위대한 작가, 6개월 신간, 최종 땡처리 등의 컬렉션 코너도 마련했다.

정가 20~30%에서 최대 50%까지 할인

▲알라딘 중고서점은 최소 1~2천 원대의 가격부터 시작해서 보통 정가의 20~30% 싼 가격, 최대는 50% 가까이 할인된 가격에 책들을 구입할 수 있다.
낮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리는 이곳은 최소 1~2천 원대의 가격부터 시작해서 보통 정가의 20~30% 싼 가격, 최대는 50% 가까이 할인된 가격에 책들을 구입할 수 있어 시민들에게 더 큰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충장로점 길형원 점장은 “도서 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분야가 소설인데 소설책은 들어오면 바로 나가고 사람들에게 없어서 판매를 못할 정도로 판매율이 높다”고 말한다.

또한 현재 11만권의 책을 보유한 알라딘 중고매장 충장로점은 책뿐만 아니라 음반과 DVD도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길 점장은 “깜짝 놀란 것은 전국에 있는 여러 매장 중에서는 광주가 음반과 DVD 판매율이 가장 높다”며 “그동안 비싸서 선뜻 구매하기 꺼려했던 분들이 부담 없이 이곳을 찾아 구입해 가며 책 같은 경우는 한 번에 몇 백 권을 사가는 경우도 봤다”고 말한다.

알라딘 중고매장의 또 다른 매력은 집에 잠자고 있는 책을 다시 재판매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양을 쌓고자 야심차게 구입했지만 몇 장 읽지 못한 책들을 다시 판매하여 신간 도서를 할인된 가격에 구입해 가는 것이 어떨까?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낙서가 5쪽 이상이거나 젖은 흔적이 있으면 매입을 안 한다. 또한 초·중·고 참고서, 동화책 전집류, 주간·계간·월간 등 잡지류도 안 받는다고 한다.

한편 알라딘 중고매장 길 점장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인 점포인 만큼 시민들이 그냥 와서 책을 읽고 갈 수 있도록 휴게 공간도 최대로 마련했다고 한다.

▲알라딘 중고매장 광주점 길형원 점장
▲알라딘 중고매장은 매일 중고 책을 판매하는 계산대와 중고 책을 매입하는 계산대가 나뉘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책 순환의 매개체로 독서율 높아지길

▲책을 매입하는 계산대. 알라딘 중고서점은 집에 읽지 않는 새 책같은 중고책을 직접 판매할 수 있다.
매장을 돌면서 길 점장은 “가격이 메리트가 있고 잘 고르면 새 책과 전혀 차이가 없는 책들이 굉장히 많다”며 “집에 있는 책들을 장식용으로 쌓아두지 말고 판매를 하셔서 책이 계속 순환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좋은 책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하고, 그런 과정에서 독서인구가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고 전한다.

가장 한산한 시간대인 오후 3~4시였지만 알라딘 중고매장은 책을 사고팔고 읽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깔끔하고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중고서점이 생긴 뒤로 일주일에 2~3번씩 매장을 방문한다던 나병국(42세·봉선동)씨는 “볼만할 시기를 놓쳐서 사지 못했던 책들을 이곳에 와서 보니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좋다”며 “평소에 인터넷에서 중고서적을 구매했지만 이렇게 오프라인 매장이 생겨나서 편하다”고 말한다.

또한 첫 방문에 소설 시리즈물을 한꺼번에 구입한 김은화(34세·용두동)씨는 “일단 가격이 싸고 내가 가지고 있던 필요 없던 책들을 다시 팔아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다”며 “책이 중고라고 해서 내용이 중고인 것은 아니고 한 권만 구매할 수 있었던 1~2만원으로 3~5권은 거뜬히 구매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반가워라 했다.

엄마와 함께 방문한 쌍둥이 자매 김은솔, 김진솔(12세·첨단) 양은 “집이 멀어서 오기 힘들지만 서점과 가까운 할머니 집에 올 때 매번 찾아오고 싶어요”라며 “제가 관심 있는 분야가 많이 있어서 너무 좋고 여기오니까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이 너무 많이 들어요”라고 좋아했다.

이렇듯 추억 속에 사라져버린 삼복서점은 알라딘 중고매장으로 재탄생해 광주 시민들이 책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판매도 할 수 있으며 가깝고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문화 공간을 제공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앞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이 책을 사고파는 순환의 매개체 역할을 하여 문화수도 광주 시민들의 독서율이 높아지길 기대해본다./김다이 기자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알라딘 중고서점을 방문해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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