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 청소대행업체 미화원 ‘클린광산협동조합’ 설립
광산구 청소대행업체 미화원 ‘클린광산협동조합’ 설립
  • 이혜림 기자
  • 승인 2013.01.0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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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협동조합 설립으로 고용불안 극복한 미화원들
▲ 광산구노인복지관 소강당에서 2012년 12월 14일 오후 협동조합 창립총회를 갖는 클린광산협동조합원들.

계약만료를 앞두고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갈등을 빚던 청소대행업체 미화원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었다. 계약 해지와 함께 일자리를 잃을 뻔한 미화원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청소대행에 나선 것은 전국 최초 사례다.

광주 광산구(구청장 민형배)는 구랍 31일 “클린광산협동조합과 월곡1·2동, 하남2지구 생활·음식물 쓰레기 수거와 재활용품 수집·운반 대행계약을 체결해 신년 1월 2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클린광산협동조합’(이사장 신영훈)은 기존에 청소를 대행하던 D미화 소속 미화원 16명이 구랍 12월 21일 설립했다. D미화는 업체의 사정으로 2013년 청소 대행계약 해지가 예정됐다. 미화원들은 대행계약 해지를 앞두고 2012년 9월부터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집회 등 단체행동에 돌입한 바 있다.

미화원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공공기관과 청소대행 계약을 체결한 사례는 1석3조의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째, 공무노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이다. 공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자기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행정기관은 그것을 적극 지원했다. 클린광산협동조합은 사업주의 ‘선의’에 의존해야만 했던 위탁업무 고용승계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둘째, 고용불안과 노사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사주이자 직원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기존의 노사갈등 대신 조합원이 공동운명체임을 자각해 현장에서 자율과 토론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셋째, 근로자들의 업무 만족도와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윤이 사주에게 집중됐던 일반 회사와 달리 조합원들에게 고루 돌아가기 때문이다. 근무환경에 대한 만족이 업무 품질로 직결되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주민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풀릴 것 같지 않던 고용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된 계기는 미화원들이 협동조합에 눈을 돌리면서부터다. 미화원들이 협동조합 설립 의사를 밝힘에 따라 광산구는 2012년 11월부터 협동조합에 대한 제반 정보를 제공하고, 설립 절차를 지원했다.
미화원들은 투명한 조합 운영과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조합원간 갈등을 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동문제에 정통한 신영훈 변호사를 이사장으로 추대했다.

미화원들은 외부 전문가를 이사장으로 선임할 정도로 협동조합에 대해 애정과 긍지가 크다.
D미화에서 노조지회장을 지내다 조합원들과 클린광산을 함께 설립한 김성복 씨는 “두려움 반 기쁨 반이다”고 소감을 얘기했다. 김 씨는 “전국 최초 사례여서 좋은 성과를 거둬야겠다는 사명감이 크다”며 “모두가 사주가 됐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지역 노동계 역시 클린광산 출범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조영권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교육국장은 “민간위탁이 가지고 있는 제도적 문제를 개선하고, 임금인상과 고용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생활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제대로 분리하는 등 올바른 청소행정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협동조합으로 고용불안 해소와 공공의 이익 실현을 충족시키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클린광산협동조합 모델이 우리 사회 공무노동의 기반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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