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라 광주야! 울지마 광주!!
울어라 광주야! 울지마 광주!!
  • 이홍길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고문
  • 승인 2012.12.2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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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길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고문
18대 대선 결과는 광주와 호남지역 유권자들을 거의 멘붕 상태에 빠뜨렸다.
전국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민주 연대후보에게 92%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다 알고 있는 독재자 박정희의 딸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줬다는 사실은 이 지역 유권자들을 당혹을 넘어 오열하게 만들었다.

박근혜 후보의 개인적 자질과는 별개로 쿠데타 군인의 후광과 유신독재의 그림자들이 박근혜 후보의 떨쳐버릴 수 없는 역량이 되었던 현실은 5·18 학살의 외상들이 아직도 생생한 광주에서 민주후보에 대한 결집이 자연스러웠던 만큼, 대선 패배는 나락에로의 추락감을 금할 수 없었다.

전임 대통령의 백안시도 끔찍했던 사람들에게 신임 대통령과 계속 만나야 하는 5년 세월은 유장하기도 유장하기만하다. 더욱이 10%에도 훨씬 못 미치는 지지가 들통 난 마당에 이 땅의 유권자들은 겸연쩍음을 넘어 행여 옹졸한 해코지가 있을까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이 나라의 정체성은 민주공화국인데 하고 주절거려 보지만 선거 결과는 철벽처럼 엄중한 현실이다.

무가나하(無可奈何) 어찌해볼 수 없을 때 꺼이 꺼이 오열을 터뜨리고 나면 가슴속 응어리라도 가시고 추락감이라도 해소되지 않을까하고 열창하는 나훈아처럼 눈치 볼 것 없이 방성대곡한다. 그러나 정신을 수습하고 보니 울 일 만은 아니다. 이 나라와 광주의 역사를 알고 있고 안고 사는 사람들이 민주 후보를 선택한 결집력은 차라리 위대했지 결코 울 일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울지마! 광주는 위대했습니다. 라고 위로하고 격려하다 보니 가슴이 후련하지만 넘쳐나는 외로움이 다 가시지는 않는다.

역사와 현실에서 현실이 승리하고 가치와 존재에서 존재가 승리하는 냉혹한 삶의 무게가 우리들을 압도하는 것 또한 면할 수 없다. 역사가 별거드냐 가치가 밥먹여주드냐 하고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로 생존의 기술을 귀뜸하는 이방원의 ‘하여가’를 상기하다 보니 의로움이 외로움이 되어 견딜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존재를 넘는 인간존재는 정신과 가치에 맞닿아 있어 박애 자유 평등의 보편적 가치가 인류를 타 존재와 구별해 준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서 눈물을 훔친다.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지키고 자유 평등의 시대적 가치를 이 땅의 역사에 보편화시키려는 선진 대한민국임을 확인하고 보니 존재의 외로움에 일순이나마 몸부림쳤던 지난 시간의 방성대곡이 부끄럽다. 가치와 역사보다도 생존을 심야의 올빼미처럼 움켜쥐고서 어떤 조건 속에서도 살아남아 이룩하는 주류사회는 역사와 가치를 떨쳐 버리지 못하는 집단을 소수화 시켜 소외하면서 자신들의 생잔을 정당화시킨다.

망국의 현실에서도 동족상잔의 아귀다툼에서도 인권이 유린되고 공동체가 욕되더라도 살아만 남아 부와 귀의 면류관만 장악하면 일시적 모멸은 오히려 훗날의 생존자들을 위한 귀감이 된다고 으스대는 현실. 영남의 지역주의는 박정희 대통령의 영애를 18대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영남의 지역주의는 패권적이고 적극적이고 공격적인데 반해 호남의 지역주의는 반작용적이고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여기에다 영남은 현실적이고 존재적인데 반해 호남은 역사적이고 가치 지향적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역사와 가치가 현실에서도 승리하여 후세에 까지도 우뚝 서는 존재로 크게 빛날 날을 언제일까? 영호남인 모두가 함께 민주공화국민으로 거듭나 역사와 가치에 감연히 함께 떨쳐나설 때는 또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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