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 읽는 다산 선생의 편지
새해 아침에 읽는 다산 선생의 편지
  • 문틈/시인
  • 승인 2012.12.27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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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산 정약용 선생의 편지 한통이 공개되었다. 세상을 뜨기 6일 전의 편지라 한다. “죽는다는 것은 아침에 생겼다가 없어지는 버섯처럼 덧없는 것입니다. 생각한들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생활하면서 더욱 스스로를 지켜야 합니다.”
나는 조선의 대석학이 병이 들어 죽음을 앞둔 처지에서 누구에겐가 남긴 편지 한 구절을 되풀이 읽어보며 새해를 맞는다. 이 편지 구절을 나를 다잡는 죽비로 삼고 싶다.

인생이란 아무리 따져보아도 그 답이 없다. 도대체 사람이 왜 태어났으며 왜 죽는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인생에 무슨 목적이나 의미가 있는 것인가. 그런 질문을 안해본 사람이 없을 테지만 그걸 가지고 아무리 위대한 사상가들이 철학으로 규명해도 딱 떨어지는 답이 안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인생은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어떤 사람은 그런 답이 없는 질문을 계속 하고 있으면 마음에 병이 생긴다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언젠가 80이 훨씬 넘은 어머니께 조용히 물었다. “어머니는 이 생전 인생을 살아오신 목적이 무엇이었어요?” “목적이 무엇이라냐. 태어났으니까 그냥 열심히 살아온 것이지.”
나는 살아오면서 밥벌이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하면서도 늘 머리 한 구석에서는 삶에 대한 의미 같은 것을 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의 한 말씀으로 마치 답을 찾은 것처럼 머릿속이 개운해짐을 느꼈다. 우리는 태어났으므로 열심히 사는 것이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뿐이다.


삶에 대한 철학적 논리를 세워 아무리 어렵게 말한다고 해도 결국은 어머니가 하신 이 말씀 한 마디로 귀결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바로 이것은 다산 선생의 편지 한 구절과도 통하는 말이다.
인생은 아침에 생겼다가 저녁에 사라지는 버섯 같은 덧없는 존재다. 이런 인생의 덧없음을 자꾸 생각하고 있은들 삶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아무쪼록 살아가면서 자기를 완성해가는 데 힘써야 한다. 편지를 나는 그런 뜻으로 이해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또다시 내게 새로운 한해가 주어진다는 것이 선물처럼 여겨진다. 나는 한해가 가고 새해가 올 때면 지금껏 내가 해온 일들을 되짚어보며 참으로 많은 자책과 후회를 했었다.
성찰도 좋지만 내게 배달된 이 선물 꾸러미를 열어 이것을 멋지고 맛있고 보람있게 쓸 마음으로 새해를 축하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 아니겠는가. 새해를 축하하는 것은 나 자신을 축복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솔직히 새해라고 해서 내게 무슨 좋은 일만 생기고, 기쁜 일만 일어나겠는가마는 그래도 가슴 벅찬 희망으로 나를 추스린다. 새해에는 보람있는 일을 해야지, 마치 한 학년 성적표를 받아든 학생이 새 학년에는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듯이 나를 다잡는다.
인생이 어떻다고 흰 소리를 할 것이 아니다. 새해 새아침에 ‘더욱 스스로를 지켜’갈 각오와 다짐으로 나 자신을 한껏 치켜 올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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