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후보, 독자세력화 고민
안철수 전 후보, 독자세력화 고민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2.12.2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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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인 재단이나 연구소로 정치 기반 다질 수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대선 패배로 안철수 전 후보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 전 후보는 19일 대선 투표를 마친 뒤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으로 간 안 전 후보는 국내 정치권 상황을 지켜보며 자신의 진로와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는 출국길에 “국민이 보내준 열망을 온전히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사랑에 보답할 방법을 깊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고 유민영 대변인이 전했다.

안 전 후보는 미국에서 한두 달가량 머물며 정치적 행보를 구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마지막으로 캠프 자원봉사자들과 만나 새정치에 대한 열망을 간직해달라는 당부를 전했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볼 때 그는 약 석달간의 대선판 정치경험을 면밀히 평가하고 ‘새정치’를 이룰 세력 규합 방법, 차기 정부 임기를 지나며 달라질 시대정신 등에 대해 고민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간으로 20일 새벽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한 안 전 후보는 “생각을 정리하러 왔다”고만 했을 뿐 다른 질문에는 말을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체류기간이 한두달일 것으로 예측됐지만 이에 대해서도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제 그의 구체적인 정치 복귀 시기와 방식 등에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이번 대선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패배로 끝난 만큼 야권 재편에서 안 전 후보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인 스스로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고, 단일화 과정에서 기성 정당의 높은 벽을 실감한 만큼 정치 세력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작용, 결국 신당을 창당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안 전 후보는 16일 참모들과의 오찬에서 “5년 뒤 시대정신은 다를 것이다.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차기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전 후보는 이를 위해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 보수, 온건적 진보’로 규정한 안 전 후보 자신의 정치적 컬러와 맞는 중도층을 기반으로 하는 제3정당 창당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대선에서 한계를 보인 민주당식 야당정치와 차별화되는 정치흐름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당 이전에 전국적인 재단이나 연구소 등을 통해 정치 기반을 다져나갈 수도 있다.

이와 달리 세력재편을 둘러싼 민주당 갈등이 불거지거나 야권 전반의 새판짜기 움직임이 전면화할 경우 안 전 후보의 역할론이 부각되며 ‘조기등판’ 요구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안 전 후보가 와해된 민주통합당 조직들을 흡수해 기존 안 후보 측을 아우르는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내년 4월 재보선을 염두에 두고 2월께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결국 안 전 후보가 독자 세력화해 신당을 창당하든 민주당을 포함한 개혁정당을 출범시키든 안 전 후보는 대선 후 야권 재편의 핵심에 있을 공산이 높아졌다.

그는 지난 9월19일 출마선언으로 정치에 뛰어든 뒤 11월 23일 후보직을 사퇴했고, 이달 7일부터 문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며 부동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지난 1년여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온 안 전 후보가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차기 대선과 연결시켜 바라보는 시각은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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