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풀이와 몸 팔기(賣身)의 내력
분풀이와 몸 팔기(賣身)의 내력
  • 이홍길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고문
  • 승인 2012.12.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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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길 전남대 명예교수

‘살아 생전 대통령님 말씀대로 우리가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같이 해왔네’ 짧지 않은 위의 회고는 김옥두 전 의원이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에게 쓴 편지의 일부다.
김옥두 전 의원이 기억하기로는 2009년 6·15 9주년 기념 연설에서 ‘민주주의의 역행, 중산층과 서민경제 파탄, 남북관계 실패 등을 질타’하던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이 유언이었고 ‘민주당을 중심으로 뭉쳐 행동하는 양심으로 정권교체를 이루라는 것’이 김 대통령의 절절한 당부였는데, 한화갑 전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의 바람과는 반대로 박근혜 후보를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지지를 선언하였다.

박 후보를 지도자로 키우는 것이 김 대통령의 동서화합 유지를 따르는 것이라고 견강부회하면서까지. 김옥두 전 의원은 한화갑 전 의장에게 김 대통령을 거론하지 말 것을 부탁하는데, 한화갑 전 의장은 김옥두 전 의원의 당부를 위선이라고 일소에 부치면서 그간 몸담았던 동교동계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폄하하고 있었다.

50년의 동지적 연대와 우정이 깨지는 현실이 한심하면서도 그것이 인간의 행동이고 지식인들의 또 다른 모습임을 부정할 수 없다. 모든 지식인들이 올 곧은 행보로 지적 발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고래로 지식인은 관직 출사하여 권력에 근접하여 생활하거나 지식상품을 팔아 명성을 얻어 존재감을 확인하고 생활하는 그런 존재였다.

지식인의 주장이 더 할 수 없는 경륜일 수도 있고 진리의 아우성일 수도 있지만, 또한 과대포장 될 수도 있고 곡학아세도 만만치 않다. 지식인이 곧 지식이 아니고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존재하고 인정받아 생존하는 그런 존재라는 존재의 아픔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자들의 콧쉼을 살피고 시류를 가늠하며 자신의 안락과 존재를 적합 시키는 세련성을 가다듬기도 하며 자신의 현실적 값어치를 매겨보기도 한다.
보통사람들은 배부르고 등 따습고 이웃과 편히 지내며 손가락질 받지 않으면 그런대로 해피한 인생이지만 먹물에 젖고 가치를 자각하게 되면 나 밖의 사회와 국가가 해피하고 싶은 우리들의 인생을 여러모로 제약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것을 귀뜸해주는 역할을 지식인이 하게 된다. 그러므로 지식인들은 엄정한 자세로 진리와 진실을 말해야하고 그것이 사회에 있어서 지식인의 존재이유가 된다.

평생을 나라 위해 복무한 늙은 군인도 아들 딸들에게 좋은 옷과 맛난 음식을 주고 싶은 충동을 금강산 구경으로 삭이고 있는데, 충성서약으로 단련되지 않은 그야말로 여세출에 닳고 닳은 속인들의 박람회장 같은 현실에서, 내 처자식만은 양지의 백성이어야 한다는 욕심을 나무라기가 무색한 오늘이다.
‘오빠는 강남 스타일’. 강남 스타일이 아닌 오빠는 어찌 살라고 10억 명이 넘는 지구촌 사람들이 저리 들썩이는가 하고 의아하고 속상하고 그러면서도 함께 안절부절이다. 강남스타일도 어쩔 수 없는 과정일 것인데, 부동의 결과인양 온 세상을 향해 아우성이다. 잃어버린 명성 잃어버린 권력들이 아직도 눈앞에 삼삼하고 피부에 살랑거리는데, 뼈골에 스미는 상실감은 체통도 의리도 개밥만도 못하다.

김지하가 느끼기에 백남청은 무식하고 리영희는 깡통 저널리스트에 불과한데도 시대의 아이콘으로 되어가니 속상하기만 하다. 봄날의 꿩처럼 나 여기 있다고 마냥 울어댈 수도 없는 것이 열정은 고갈되고 사변은 무디어가는 우리들의 노년이 끔찍하여 어느 누구도 예외는 없다. 인생은 본디 무상함을 자각하기에 앞서 세월의 흐름 속에 명사들의 잦아드는 성예를 위로해주는 후인들이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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