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되어도 누가 안되어도
누가 되어도 누가 안되어도
  • 문틈 시인
  • 승인 2012.11.2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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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코앞에 두고도 사람들은 냉랭한 표정이다. 누가 되어도 좋고 누가 안되어도 좋다는 식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 중에서 이렇게 냉랭한 선거는 없었던 것 같다. 왜 이럴까. 가만 그 이유를 짐작해보니 우선 국민들이 먹고 사는 일이 너무 팍팍해서라는 답이 떠오른다.

가계빚이 1천조 가까이 되는 즈음에 대선 아니라 통일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한다 하더라도 별 관심이 없을 듯하다. 다음 답으로는 누가 되든 정책의 차별화가 별로 없는데다 진심으로 국민을 끌어안고 가겠다는 진정성은 없고 어떻게든 대권만 손에 그러쥐겠다는 대권욕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이 영 못미더워서인 듯하다.
정치 파벌들에게는 이번 선거가 천하를 주물럭거리는 정권 찬탈이 목표일지 모르지만 국민은 우리 생활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희망을 실현해줄 후보를 찾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런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두루뭉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말하지 말고 좀 솔직히 말해보자. 여야 없이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들을 보면 커다란 복지상자를 열어놓고 바겐세일을 하고 있다. 그 많은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엄청난 재정이 필요할 터인데 대체 그 돈은 다 어디서 조달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믿음이 안간다. 그야말로 우선 표를 얻고 보자는 포퓰리즘에 빠져 있다.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다, 택시도 대중교통으로 하겠다, 임시직을 정규직으로 하겠다, 대학등록금을 반값으로 하겠다, 재벌을 해체하고, NLL을 공동어장으로 하겠다, 목포-제주 해저 터널을 뚫겠다...역대 선거 가운데 선심성 공약이 가장 많이 난무하는 선거가 될 모양새다.

내가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진짜 부자 나라들에서는 지금 재정 절벽을 걱정하는데 우리는 마치 돈이 남아돌기라도 하는 양 돈을 어디다 퍼줄지 서로 경쟁하는 듯한 모습이어서다. 정말 우리나라 곳간에는 그런 정도로 돈이 흘러넘치고 있는 것인가.

내가 만일 대선후보라면 영국의 처칠 수상처럼 땀과 피와 눈물을 요구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위급한 나라 상황이다.
국민 여러분, 그 어느 때보다 노령인구가 늘어나고, 장애인구도 많아지고,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가 반이나 되고,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지방경제가 파탄 직전이고, 나라가 참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타개하려면 국민 여러분이 모두 세금을 더 내도록 해주셔야겠고,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일해주셔야겠고, 저축을 더 많이 해주셔야겠고, 공고육을 강화하는 데 협조해주셔야겠습니다. 저는 국민의 에너지를 모아서 공정한 알뜰 정부를 세워 통합 정신으로 새 정부를 이끌어가겠습니다. 뭐, 이런 식으로다 오히려 국민의 협력을 구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내 주변에선 이번 대선에서 기권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 듣자 하니 기권도 이번 선거에선 중요한 의사표시가 될 거라는 것이다. 한때 안철수 교수가 젊은이들 등에 업혀 한창 인기를 끌었더랬는데 그만큼 우리나라 미래세대들은 구태 정치에 염증을 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마치 정도령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안철수를 그 자리에 앉혀보려 했던 그 마음들을 잊어선 안된다. 국민의 이런 속마음을 대선후보들은 잘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대선후보들은 날마다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며 하는 말이 국민들은 거기 가만 앉아 있으이소. 내가 대통령 되면 이것저것 다 해줄끼구마, 하는 식이다. 날더러 그런 말을 믿으라고? 에끼, 이 사람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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