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강사법’ 대학강사 차별화 악법 '1년 유예'
[분석]‘강사법’ 대학강사 차별화 악법 '1년 유예'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2.11.22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늬만 대학교원, 대우는 나 몰라라

“당신은 대학 교원입니까?” “예”
“그러면 교직원법에 적용이 됩니까?” “아니오”
이제 이런 시대가 온다.

내년부터 시행예정이었던 교육공무원법 일부 개정안(이하 강사법)이 22일 국회에서 1년 유예됐다. 일단은 다행스런 결정이다.

그러나 불씨는 남아있다. 강사법에 따르면 ‘강사’는 대학 교원에 포함되지만 교육공무원법이나 사립학교법에 적용받지 않는 교원이다.
즉 고등교육법 제14조 2항은 “학교에 두는 교원은 제1항에 따른 총장이나 학장 외에 교수ㆍ부교수·조교수 및 강사로 구분한다”라고 하여 엄연히 대학의 교원에 들어간다. 따라서 비정규직 교수들이 대학의 정규직으로 된다는 착각을 가져오게 만든다.

그런데 그 아래에 ‘제14조의2(강사)’라는 조항이 별도로 있어 “강사는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및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을 적용할 때에는 교원으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결국 무늬만 대학 교원이고 실질적인 대우에 있어서는 기존의 시간강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얘기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노동조합측은 “강사법이 시행되면 1주일에 평균 4~5시간을 강의하던 시간강사들 중에서 ‘갑’은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가 되고 ‘을’은 1시간도 강의를 받지 못해 실업자가 될 것이다”면서 “대학은 교원확보율을 올리기 위해 강의시간 몰아주기를 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수만 명의 시간강사가 대량해고 되는 참극이 발생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결국 정리해고라는 잔혹한 의자놀이가 대학 교육현장에서 사회적 타살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2009년 기준 전국 대학의 시간강사는 중복인원을 제외하면 약 6만8천명이다. 이 중 63%인 4만3천여 명이 전업강사로 집계되고 이들이 대학 강의의 36%를 맡고 있다.
더욱이 전업 시간강사의 대다수가 학술연구 자격을 가지고 있는 박사과정 수료자 이상이고, 이들은 최저생계비 미만의 열악한 처우와 불안정한 신분을 가지고 강의를 하고 있다. 이들은 특별한 연구비 지원도 없이 개별적인 연구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이중고의 입장에 처해있는 실정이다.

강사 1인당 연평균 강사료 수입이 1,012만원에 불과하다(2009년 기준). 이 액수는 2010년 도시근로자 4인 가족 최저생계비인 1,600만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2009년도 전임강사 평균 연봉인 4,395만원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강사법은 교원 간 차별을 법제화하여 교원 지위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한교조는 “교원으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배제하면서도 교원이라고 이름만 붙인 처사는 용납할 수 없다”면서 “마치 호박에 줄을 긋고 수박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9년부터 교육역량강화사업 차원에서 겸임·초빙을 포함하여 20% 이내에서 교원확보율을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 전임교원 확충을 가로막는 결과를 가져온 바 있다.
결국 겸임·초빙교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1년을 기준으로 8.34% 정도였는데 거기에다 강사를 포함하게 되었으니 대학들은 가만 앉아서 10%가 넘게 교원확보율을 더 높일 수 있게 된 셈이다.

또한 강사의 중복 임용 제한 때문에 겸임·초빙교원의 편법 활용이 만연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의 ‘강사 관련 주요 사항 검토 의견’에 따르면 “계약할 때 한 대학에서 강사로 근무할 경우 타 대학 출강은 가능하나, 이때에는 겸임 또는 초빙으로 계약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되어 있다.

또 “교원의 연구년·파견 등으로 1년 미만의 강사가 필요할 경우 겸임·초빙교원을 활용하여 융통성 있게 운영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법정 책임시수인 9시간을 담당하지 않는 비정규교수는 사실상 겸임·초빙교원 등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겸임·초빙교원의 채용방식, 계약기간, 물적 급부 제공, 계약 해지 방식 모두에 대해서는 대학 자율이다. 정부 재정 지원 시 활용되는 지표에도 겸임·초빙교원의 노동 기준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런 식이다보니 겸임·초빙교원은 한 명이 9시간 이상의 강의를 맡지 않아도 그들이 담당하는 전체 시수를 합하여 20% 이내에서 교원확보율에 반영이 되고 또 강사에 비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므로 대학은 강사보다 겸임·초빙교원 채용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다.

한교조는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교원이라 이름 붙이지만 그에 대한 대우는 전혀 보장하지도 않으면서 타 대학에 강의를 하러 갈 수 없게 만들거나 불공정한 근로 조건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강사법이 22일 국회에서 1년 유예가 됐다.

전국대학강사노조측은 “문제가 많은 지금의 강사법이 바로 시행되는 것보다는 1년 유예하는 것이 낫다”며 “1년 안에 대체입법을 하기에는 빠듯할 수 있지만 강사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다. 대체입법에는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연금법 등을 적용해 시간강사에게 진정한 교원지위를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