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골프장만 남은 어등산 결국 '반쪽 개발'
[분석]골프장만 남은 어등산 결국 '반쪽 개발'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2.11.22 14: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급호텔은 어등산으로 유치해야 마땅 여론 높아

광주 광산구 어등산 일원 273만3000여㎡ 부지에 호텔과 콘도, 골프장(27홀), 테니스장, 수영장, 빛과 예술센터, 빛의 전망대, 백년생명탑, 빛의 호수, 사계화원 등을 건립하려 했던 원래 계획은 백지화 됐고, ‘어등산’엔 골프장 단 하나만 남게 됐다.

광주시는 지난 9월 19일 골프장을 제외하고 어등산관광단지조성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이에 따라 유원지 부지 중 호텔부지 4만4천평도 날아가게 됐다.

이 와중에 시는 어등산에 특급호텔 부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사 옆 치평동 1만6,529㎡의 공공청사 터에 500실 이상의 특급호텔을 유치하려고 했다. 결과는 무산이었지만 시의 행정이 일관성도 없고 행정편의주의에 빠져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골프장 영업 사전약속 의혹

이와 함께 어등산관광단지조성사업 중 골프장만 선(先) 개장된데 대한 지역 주민 등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광주시의 고위관계자가 골프장 허가에 대한 약속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송경종 시의원은 민간사업자가 민선5기 들어 어등산 골프장 조성공사를 강행하게 된 이유로 “광주시의 고위관계자로부터 골프장 허가에 대한 약속이 있어서 골프장 조성 공사를 재개했다라는 진술을 올해 초 산업건설위원회 회의장에서 당시 산업건설위원 전원이 함께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의원은 “그렇기 때문에 언론과 주민들은 광주시가 어등산 관광단지를 백지화하고, 골프장만 허가 하는 것을 정해놓은 수순을 밟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광주시는 법원 조정안을 통해 명분을 축적한 후,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이 사업을 진행한 것 아니냐”며 광주시의 행정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지역 호텔 관계자는 “시가 법원의 판결을 핑계삼아 어등산 지역에 대한 호텔을 포기하는 것은 어등산지역개발 자체를 반쪽 개발로 사실상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면서 "행정의 일관성으로 보나 시민의 공감대로 보나 특급호텔은 애초에 계획에 잡혀 있는 어등산관광단지로 유치해야 맞다”고 지적했다.

상무대 포사격장에 장미빛 테마파크

어등산은 1952년부터 1995년까지 44년간 군부대의 포사격장으로 이용되다가 상무대가 전남 장성으로 이전하면서 관광단지 개발이 추진돼왔다.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사업은 당초 지난 1997년부터 265만평 규모로 추진됐으나 2001년 4월 건설교통부와 환경단체 등과의 논의 과정에서 84만평으로 축소됐다.

2005년 8월 10일이 되서야 광주시도시공사는 삼능건설 컨소시엄과 ‘어등산 빛과 예술의 테마파크 조성사업 실시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 따르면 사업시행자인 도시공사는 토지보상 등 기반시설 공사를 완료한 뒤 민간사업자에게 토지소유권을 이전하고, 삼능건설은 1단계로 오는 2009년 상반기까지 관광호텔, 백년생명탑 등 시설공사를, 2012년까지 가족호텔 및 콘도의 숙박시설, 경관녹지에 대한 조경공사 등을 마무리하기로 되어 있었다.

당시 총투자비는 3,205억원으로 전액 삼능건설 컨소시엄이 투자하는 민간자본유치사업이었다. 자기자본은 774억원이며, 은행권의 차입금은 2,431억원이었다. 사업완료는 2012년이었다.

광주시는 2006년 3월 15일 어등산관광단지 조성공사 기공식을 가졌다. 이 사업은 2006년 6월 10월 본공사를 앞두고 ‘불발탄’에 발목이 잡혔다. 육군은 어등산관광단지가 들어설 광산구 운수동 일대 273만2천㎡에 대한 불발탄 제거 작업을 꼬박 4년이 지난 2011년 11월 17일에 완료했다.

명품관광단지 랜드마크로 '의욕'

시는 어등산관광단지조성사업과 관련하여 산림청 등 5개 중앙기관, 전남지방경찰청 등 5개 지방기관, 24개의 관련부서간의 협의가 완료됨에 따라 2007년 4월 3일자로 승인․고시하였다.

이 승인․고시에 따르면 관광단지 면적은 2,732,775㎡이며, 2015년까지 총사업비 3,400억원을 투입하여 광주를 상징하는 ‘빛과 예술’의 주제로, 랜드마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명품관광단지로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특급호텔 250실, 호텔(가족,관광) 100실, 콘도미니엄 220실, 골프텔 80실을 갖춘 숙박시설 및 야외수영장, 인라인/롤러스케이트장, 게이트볼장, 농구장, 테니스장, 승마장, 골프장 27홀, 골프연습장120석 등을 갖춘 레저스포츠시설과 빛과 예술센터, 디자인센터, 빛의전망대, 백년생명탑, 빛의호수, 빛의광장, 야외공연장, 광주정신기념관, 식물원, 디지털자연사박물관, 어린이과학체험관, 사계화원, 수변공원 등 휴양문화시설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이 승인․고시에 따라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2007년 4월 23일 다시 본격화 되었다. 하지만 사업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워크아웃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삼능건설측은 2009년 3월 3일,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권 양도 양수를 통해 금광기업으로 이양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어등산관광단지조성사업은 기공된 지 3년여만에 사업체를 변경해 개발되게 됐다.

삼능 →금광 →모아 → 다시 금광으로

2010년 4월 29일, 다시 금광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감에 따라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의 사업자가 모아종합건설로 변경됐다. 당초 삼능건설㈜에서 금광으로 사업자가 바뀐데 이어 두번째 사업자 변경이었다.

모아종합건설은 금광기업 지분 32%를 인수한 뒤 광주관광개발 지분 인수를 미루다가 같은해 11월 4일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모아측은 수익성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광기업이 주축이 된 광주관광개발이 또다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벌목과 토공작업에 나서는 등 사업을 재개했다.

이처럼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사업은 지난 2005년 사업이 시작된 이래 사업자가 삼능건설→금광기업.광주관광개발→광주관광개발.모아건설→광주관광개발로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사업자인 ㈜어등산리조트는 2007년 4월 승인․고시에 계획된 레저스포츠시설 중 골프장 건설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어등산리조트는 2012년 6월 18일, 광주도시공사와 광주시를 상대로 사업자 명의변경, 토지소유권 이전, 골프장 허가 지연에 따른 영업손실 배상 등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광주지법에 냈다.

법원 결정 핑계 삼아 市  면피 '탈출구'

같은해 9월 5일, ㈜어등산리조트는 유원지 등 817,566㎡ 규모의 기부채납에 대해 향후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않는다는 확약서를 광주시에 제출했다.

법원은 9월 11일, 전체 사업부지의 43%(35만6000평)와 골프장 운영수익의 3분의 1을 각각 광주시와 사회복지·장학재단에 기부하도록 하는 내용의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시는 9월 19일, 민간사업자가 제기한 ‘어등산 관광단지 소송’과 관련해 TF팀의 건의를 반영해 광주지방법원의 강제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사업자가 광주시에 기부할 유원지 부지는 공영개발 방식으로 개발하되 개발계획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기로 했다. 시는 또 유원지 부지 중 호텔부지 4만 4천평이 지나치게 넓어 민자유치가 어렵다고 보고 이를 축소해 특급호텔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어등산리조트는 11월 13일, 유원지 등 소유권 기부채납 확약서와 골프장 순수익 일부를 활용한 공익재단 설립 등 사업계획서를 광주시에 제출했다.

대중제 골프장(9홀) 운영 순수익은 내년 6월말까지 공익재단을 설립해 사회복지사업․장학사업에 활용한다는 계획서를 제출했으며, 특히 그 중 최소 30% 이상은 광산구청과 협의해 지역민에게 환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어등산골프장은 10월 개장하여 영업 중에 있다. 이로써 광주시가 랜드마크로 만들려던 명품관광단지는 허울좋은 말잔치로 끝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