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구 중국이야기 55- 월(越)나라의 역사가 있는 소흥(紹興)
강원구 중국이야기 55- 월(越)나라의 역사가 있는 소흥(紹興)
  •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 회장
  • 승인 2012.11.1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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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구 박사

중국 동부해안지역 절강성의 북쪽 항주에서 남동쪽으로 60km 떨어진 소흥은 45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2,500년 전에 건설된 소흥은 ‘벽 없는 박물관’이라고 묘사될 만큼 오랜 역사에 걸쳐서 많은 유적지와 역사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춘추전국시대(기원전 770~476) 동안 월국의 구천왕이 오왕국 부차에게 싸워 진 곳으로 회계지치(會稽之恥)로 유명하며, 이것을 가슴속에 담아 설욕을 딛고 월국을 재건하기 위해 땔나무 위에서 자고 쓸개즙을 먹으며 결의를 다졌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가 유래된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도시이다.

이곳은 중국 4대 미녀의 한 사람인 서시(西施)의 고향이기도 하다. 소흥의 현급시인 제기시에서 태어났는데, 아직도 그녀가 빨래하던 터에 완사석(浣紗石)이 있다. 나주시청 앞에 왕비인 나주오씨가 왕건에게 물을 건너 준 완사천이 있다.
소흥은 중국의 8대 명주에 속하는 소흥주가 생산되는 곳인데, 소흥주는 24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황주(黃酒)이다. 소흥주는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에게 서시와 함께 선물로 준 술이기도 하다.
소흥은 1988년에 태어난 중국 근대 문학의 아버지 노신(魯迅)의 고향이다. 노신의 표현에 다르면 둑에 앉아 느리게 흐르는 강물을 벗삼아 황주를 음미하며 시의 음률을 구성한다고 하였듯이 소흥의 역사가 곧 중국의 역사라 했다.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도시이다.

‘아큐정전’은 세계적인 명작으로 노신의 대표작이다. 이외에도 공을기(孔乙己), 광인일기(狂人日記) 등의 작품을 남겼다. 시내에는 노신 기념관이 있으며, 기념관 안에는 원고와 편지 등 6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소흥에는 소흥주 이외에도 노신의 작품 ‘공을기’란 이름을 딴 술이 있다.
아큐정전은 1921년부터 북경의 신보(晨報) 부록 판에 연재되었다가, 1923년에 제1단편집 ‘눌함’에 수록되었다. 신해혁명을 전후한 농촌을 배경으로, 정확한 성명도 모르는 최하층의 날품팔이 농민인 '아큐의 전기'라는 형식으로 쓴 소설이다. 혁명당원을 자처했으나 도둑으로 몰려서 싱겁게 총살되어 죽는 ‘아큐의 운명’을, 혁명 앞에서도 끄떡없는 권력을 가지고 마을에 군림하는 지주 조가를 통해 신해혁명의 좌절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모욕을 받아도 저항할 줄을 모르고 오히려 머리 속에서 정신적 승리로 탈바꿈시켜 버리는 아큐의 정신구조를 희화화(戱畵化)함으로써 철저히 파헤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사람들이 노신 자신을 모델로 하여 쓴 작품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이 책은 중국 구사회의 병든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후 이 작품에 대해서 심한 비판이 있었으나, 중국 근대문학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것에는 아무런 이의가 없다.

소흥에 우릉(禹陵)이 있다. 중국 최초의 왕조인 하나라의 시조 우임금의 무덤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 임금은 치수의 영웅으로, 당시 강(江)의 범람을 염려하던 순(舜) 임금이 자신의 아들 대신 우 임금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중국은 하(夏)나라 우(禹) 임금부터 자식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전통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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