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42 - 쓴풀
들꽃이야기 42 - 쓴풀
  • 송만규 작가
  • 승인 2012.11.15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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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채색 21.2 x 33.4cm
한적한 구릉에 홀로서서 저만치 흐르는 강물에 마음을 띄워본다. 그야말로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에 고개 들어 목을 내밀 때 스치는 바람, 이게 감미로움인가! 그 바람이 구절초와 억새에게도 안기는지 가볍게 일렁인다.

그 억새 발치에 키가 작은 쓴풀도 가을볕이 그리워 얼굴을 내밀고 바람을 맞고 있다.
쓴풀을 꽃이 필 무렵에 뿌리째 뽑아 그늘에서 말린 것을 당약(當藥)이라고 하는데 그 맛이 매우 써서 쓴풀이라고 한다. 용담보다도 10배 정도는 쓴 것으로 알려 졌는데, 소화불량, 식욕부진에 효과가 있고, 위를 튼튼하게 하는 약제, 즉 건위제로도 쓰인다. 또한 감기·설사 치료에도 사용하고 발모촉진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쓴맛이라면 어릴 때 마셨던 익모초 즙이 지금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여름에 더위 먹고 힘들어 할 때 어머니는 울밑에 자란 익모초를 찧어 삼베 보자기로 짜서 사발가득 마시도록 했다. 숨을 멈추고 손으론 코를 꼭 잡고 단숨에 꿀꺽꿀꺽 삼켜버린다.

지켜보던 어머니는 입가심하라고 박하사탕을 챙겨 주었다.
‘쓴’ 것이 약이 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일상의 만남에서도 ‘쓴’소리가 삶의 역정을 바로잡아주는 소중한 보약이 되기도 한다. 단 1%라도 진실이기를 기대하는 요즘의 세태에 감언이설에 속아 쓴맛을 보는 선택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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