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40년' 유체이탈, 암울한 역사 되집기
'유신 40년' 유체이탈, 암울한 역사 되집기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2.11.12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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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 '유체이탈'展 10~25일 스페이스 99
▲홍성담,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를 하다/ 194 x 265 cm/ 캔버스에 유채/2012년

암울했던 역사공간 유신 40년을 맞아 유신체제 이후 우리가 겪어온 압박과 슬픔, 저항과 극복을 회화로 풀어낸 전시 6부작이 진행되고 있다.

전문예술사단법인 아트 스페이스 풀(구 대안공간 풀)과 사단법인 평화박물관의 미술전시공간 스페이스99가 ‘10월 유신’이라는 사건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파악하고, 몸과 마음에 남은 유신의 영향을 풍자, 성찰하기 위하여 6부작 미술 프로젝트를 공동기획 하였다.

이번 유신 40년 공동 주제기획 6부작 전시는 약 4개월에 걸쳐 주제별로 장소를 번갈아가며 진행되고 특히 6부 전시의 경우 참여를 희망하는 모든 전시공간에서 A4展으로 참여가 가능하다는 특색이 있다.

유신 40년 공동 주제기획 6부작 중 3부 전시 <유신의 초상>전은 스페이스 99에서 열리는 데 유신체제 이후 한국 사회에 짙게 드리워진 유신의 망령을 에두르지 않고 직접적으로 그 실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회화적 직설이 과거의 유신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전면적 공격을 수행하지 않는다. 직설이되 이미지의 은유로 풍자함으로써 민중미술 이후의 회화적 저항미학을 은연 중 계승하고 있다. 

▲홍성담, 바리깡 1 - 우리는 유신스타일/ 194 x 130.5 cm/ 캔버스에 유채/ 2012년
실제로 이 전시에 참여한 홍성담, 황세준, 박영균, 김성룡은 민중미술 세대의 작가들이고, 이윤엽, 선무, 양은주는 그 이후 세대들로서 민중미학의 계보를 잇는 작가들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유체이탈維體離脫전은 1972년 10월 17일 초헌법적 비상조치인 10월 유신이 선포된 지 40년을 맞아  ‘유체이탈幽體離脫’은 본래 ‘몸을 벗고 떠나다’라는 뜻이니 본 프로젝트의 제목인 ‘유체이탈 維體離脫’은 ‘유신체제를 벗고 떠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신維新’ 은 낡은 제도를 고쳐 새롭게 하는 혁신, 개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국가긴급권 발동과 비상계엄령 속에 공포된 유신헌법은 구헌법에 대한 개혁이라기보다, 그것을 사유화하여 헌법과 국민 기본권에의 침해를 합법화해 놓은 반칙이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는 유신 반대 목소리는 탄압되었다. 개정헌법이 확정되면 그 해 연말까지 헌정질서를 정상화한다던 정부의 약속과 달리, 유신체제는 1972년부터 1979년까지 지속되다가 대통령의 암살과 함께 종말을 맞았다.

유신체제는 국가가 약속을 어겼을 뿐 아니라 불법을 합법으로 대치하자, 사회의 여러 원칙과 기준들도 불법과 반칙이 주도하게 되었다. 약육강식, 승자독식,권모술수, 무풍지대, 표리부동, 국가폭력, 기본권 포기가 일상이자 생존게임의 원칙, 정치철학, 교육강령이 되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무관하게, 유신체제는 불안, 공포, 눈치, 자기검열, 패배주의, 약자 앞에 군림하기 등 여러 가지 처세 감각, 심리적 징후, 인지적 타성을 남겼다. 유체를 극복하는 것은 각자의 몸 안에 각인된 습관과 사고방식을 개선하는 일이다. 

▲ 홍성담, 바리깡 2 - 어? 우리도 유신스타일!/ 162 x 130.5 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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