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대오], 그 혁명의 날이 오기를!
@[강철대오], 그 혁명의 날이 오기를!
  • 김영주
  • 승인 2012.11.07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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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영화포스터를 보면 맨 먼저 감독 이름을 찾아본다. 호기심이 일어나는데 잘 모르는 감독이면, 인터넷 마당에서 그의 작품목록을 쭈욱 훑어본다. 육상효 감독, 전혀 몰랐다. [방가?방가!]를 김인권 때문에 보았는데, 감독의 역량이 두루두루 A급이었다. 너무나 평범하게 생겨서 낯선 느낌, 그러나 그게 오히려 ‘삶의 높은 내공’을 짐작케 했다. 그가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코메디는 약자가 세상을 대응하고 응징하는 방식이다. 강자는 당하면 복수한다. 그럼 액션스릴러가 된다. . . . 코메디 안에 슬픔을 어떻게 통제하는지가 작품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슬픔의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세세하게 기억해내는 것이 창작의 첫 걸음이다. . . . 20대는 실용을 추구하는 시절이 아니다. 좀 더 순수한 가치를 추구해야한다. 그래야 한 개인의 삶이 훼손되지 않고, 기성이 돼서도 그때의 기억과 추억을 가지고 좀 더 노력하면서 살 수 있다. . . . 물론 취업이 힘든 요즘 청춘들에게는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 각박해진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스펙을 구비하기 위해 매진하는 것이 과연 정답인지는 의문이다. . . . 문득 대학교 2학년 때가 생각났다. 엄청난 지적열등감에 시달리며 책도 읽고 나도 이해못할 말들을 떠들었던 그 시절이. 지금의 20대도 그게 무엇이건 순수하게 몰두하는 그런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국가적으로도 20대가 순수해야 좀 더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다.” 어렵지 않은 말로 삶을 통찰하는 대단한 멘트다. 그래선지 나도 막무가내 코메디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씁쓸한 블랙코메디를 좋아한다. 기대를 안고 [강철대오]를 만났다.



김인권,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엑스트라 찍새 역할에 반했다가, [해운대]에서 오동춘의 찌질한 캐릭터에 홀라당 넘어갔다. 그리곤 [방가?방가!]에선 처음으로 주인공이 되어서 웃기지만 슬픈 캐릭터를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난 그를 가장 좋아하는 배우 열손가락 안에 꼽아 넣었다. 조정석, [건축학 개론]에서 납득이로 보여준 배꼽잡는 호소력에 비하면 약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좋았다.( 노래, 음색 좋고 가락 좋~데! 다른 노래 몇 개 더 듣고 싶다. ) 유다인, 멀리선 예쁜 듯하지만 가까이선 별로인 평범한 여대생 역할을 강렬한 투사로 바꾸려고 많이 애썼으나 좀 부족하다. 박철민, 사투리와 몸짓이 좀 오바하지만 그의 감초 역할이 대체로 좋았는데, [위험한 상견례]와 이 영화에서 가장 좋다. 영문학과 교수로 나오는 하일, 욕설이 약간 어색했지만 좋았다. 감독이 조연들을 빠짐없이 잘 살려내니까 두 미국인 말고는 제 자리에 제 역할을 적절하게 잘 해 주었다.

<캐릭터 영상>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65977&videoId=38981

[방가?방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서럽게 슬픈 이야기를 코메디로 만들었지만, 이 영화는 85년 미국문화원 점거사건의 무겁고 딱딱한 이야기를 코메디로 만들었다. 블랙코메디는 많이 만났지만 ‘블록코메디’는 처음 만났다. 그 무겁고 딱딱한 이야기를 말랑말랑하게 주물러낸 포인트는 ‘짜장면’이다. 감독은 짜장면으로 대학생 먹물들과 철가방 서민들의 연결고리를 잡아서, 대학생과 철가방이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착한 세상’을 그려낸다. 대학생들도 착하고 철가방들도 착한데,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나쁘다. 대학생들은 미국문화원을 점거하여 미국 제국주의에 억압받는 나쁜 세상을 혁명하겠다고 불끈 일어서고, 철가방 김인권은 여대생에게 사랑을 고백해서 ‘이 보이지 않는 신분 세상’을 혁명하겠다고 벌떡 일어선다. 이에 철가방 친구들은 수렁에 빠진 김인권을 구출하려고 철가방에 짜장면을 가득 담고 분연히 일어서는데 . . . .

짜장면엔 시큼한 다꾸앙과 매콤한 양파조각이 필수다. 대학생들과 철가방들 사이에 주고받는 촌철살인 대사가 매콤하지만 달짝지근하게 풍자하고, 운동권노래와 김완선의 ‘오늘밤’을 오고가면서 시큼하고 쌉쌀하게 풍자한다. 여기에 미국 · 백골단 · 짭새가 곁들여져 맵싸한 고춧가루를 흩뿌린다. 그 매콤 달짝 시큼 쌉쌀 맵싸한 맛에 한 그릇 더 먹고 싶지만, 돈이 없다. 써비스 군만두로 아쉬움을 달랜다. 그 시절은 가난했지만 순수했고, 그렇게 철없이 놀기엔 세상이 너무나 숨 막혔다. 그 한 가운데엔 ‘전두환과 광주’가 있었지만, 이 영화에선 전혀 말하지 않는다. 그건 11월 22일에 김근태 고문을 그려내는 [남영동, 1985]와 11월 29일에 광주항쟁을 소재로 한 [26년]의 몫으로 남겨둔 걸까?

나도 그 80시절 그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전두환을 사무치도록 증오했지만, 내 인생이 두려워서 비겁하게 도서관의 책갈피 속으로 숨어들었다. 운동권의 운동스타일도 내 체질에 맞지 않았다. 게다가 먼지 펄펄나게 초라하고 가난했으니, 90시절까지 내 인생 최악의 시절이었다. 고이 간직하고픈 추억과 에피소드도 없진 않지만, 돌이켜 기억하기 싫은 시절이다. 그렇게 지겹고 무겁고 딱딱한 그 시절의 이야기를 이토록 말랑말랑 주물러서 아롱다롱 풀어내느라 고생 많았다. 그 수고와 능력에 찬탄의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그 소재가 일반대중들에게 널리 어우러지기 힘들다. 그 힘든 고개를 잘 넘어간 능력을 알아볼 사람은 많지 않으니, 김인권과 박철민의 개인기가 이 영화를 겨우 살려냈다고 투정을 받겠다. 더구나 [방가?방가!]에서 용칠이가 ‘찬찬찬’의 가사 내용을 설명하며 가르치는 노래교실 장면, 방가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모아놓고 우리 욕설을 풀이하며 가르치는 욕설교실 장면처럼 기발하고 리얼하게 배꼽 잡는 장면처럼 확 땡기는 장면이 없어서 더욱 그러하겠다. 잘 만들었고 재미도 있지만, [방가?방가!]보단 리얼하지 못해서 그 재미가 옹골차지 못하다. * 대중재미 B+( 내 재미 A0 ), * 영화기술 A0, * 감독의 관점 : 사회파 A+.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65977&videoId=38981

육상효 감독님, 이름 발음이 좀 옹삭스럽네요. 님의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새’를 이리도 씁쓸하면서도 재미지게 풀어내는 능력과 수고 그리고 그 ‘삶의 높은 내공’에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그 대단한 상상력과 입담으로 [방가?방가!]처럼 확 땡기는 장면을 더 많이 만들어서 1000만 관객들이 몰려들 ‘그 혁명의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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